자유게시판


오랜만에 전각 이야기

2012.04.19 03:08

노랑잠수함 조회:938

생각해보니 그동안 전각 이야기를 좀 빼먹었었군요. ㅋ

 

오늘 전각 공부를 하고 왔습니다.

전각강좌는 10주 단위로 진행됩니다.

지난 12월부터 2월까지 시즌 1, 즉 왕초보반이 진행되었죠.

1주 쉬고 다시 시작된 시즌 2... 벌써 9주가 지나서 다음 주가 마지막입니다. ㅠㅠ

또 1주 쉬고 시즌 3이 시작되는 겁니다.^^

이 전각 강좌가 꽤 재미있게 진행됩니다.

매 시즌 별로 신규를 뽑거든요.

제가 1기로 시작했고, 지금 저는 시즌 2지만 이번에 새로 시작한 분들은 시즌 1인 겁니다.

모두 한 강의실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사실 시즌 새로 시작할 때마다 상황이 안되는 분들은 재등록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인원수는 비슷하게 가는 것 같아요.

 

어쨌든 그렇게 20주를 향해 가고 있는데...

5월에 덜컥 전시회가 잡혀버렸습니다.

전시회는 저희만 달랑 하는 건 아닙니다.

 

최순우옛집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역임하시고,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책으로 더 유명하신

혜곡 최순우 선생님을 기념하는 자그마한 공간입니다.

그곳에서 전시회를 하는데, 저희 전각을 가르치시는 선생님도 함께 하시게 되면서 저희도 엉겁결에 작품을 하나씩 출품하는 거죠.^^

주제는 "최순우옛집"과 관련된 글입니다.

저는 오수노인(午睡老人)이라는 네 글자를 새겼습니다.

낮잠을 즐기는 늙은이라는 뜻입니다. 최순우 선생님께서 말년에 스스로를 그렇게 칭하셨다고 하더군요.

뭐랄까? 세상 거친 풍파 다 견디고, 잔잔해진 바닷물... 유유자적하며 은거하는 분위기... 뭐 그런 느낌이 들어서 마음에 들더군요.

0418오수노인.JPG

왼쪽에 찍은 것이 새기고 처음 찍은 겁니다.

아무래도 지저분하고 둔해보이죠?

그래서 다시 다듬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것이 오른쪽입니다.

 

전각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음각은 두툼한 겨울산처럼, 양각은 하늘거리는 봄꽃처럼..."

 

음양각을 서로 교차시켰고, 음악은 최대한 두툼하게, 양각은 최대한 가늘게...

 

원래 전각고수는 음각과 양각을 같이 새겨놓으면 어떤 게 음각이고 어떤 게 양각인지 헛갈릴 정도가 되어야 한답니다.

제가 새긴 걸 보시면 음각의 흰 부분과 양각의 흰 부분이 비슷한 두께감을 갖죠.

역시 음각의 붉은 부분과 양각의 붉은 부분도 비슷한 느낌이 들고요.

 

정말 전각의 고수는 이 비례를 잘 맞추기 때문에 금방 보아서는 음각인지 양각인지 갸우뚱하게 된답니다. ㅋ

전 뭐... 아직 멀고도 먼 길이지만요. ㅋ

 

제가 예전에 새긴 걸 보면 낮뜨겁다는 생각도 들고...

이곳 회원 서너분께 새겨드린 전각을 모두 도로 빼앗아 오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건 전각이 아니라 그냥 돌에 글자를 새기는 흉내 낸 수준이라는 걸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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