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한줄 메모에 밑호님이 도서관 얘기를 쓰셔서..


제가 공부 열심히 할땐.. 다들 공부 열심히 하는게 유행이라 새벽에 도서관 앞에 줄을 주왁 섰었답니다. 학교 구조에 익숙하신 분들은 조금 감이 올 수도 있지만.. 4층 (예 도서관 입구가 4층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입구에서 부터 서기 시작한 줄이 꽈배기를 틀다틀다.. 학생회관까지 갈 수도 있고, 인문대 쪽으로 줄이 가는 날이면 3동앞까지 가곤 했습니다. 도서관은 7시에 여는데 줄은 새벽 네시부터 섭니다. 도서관 문앞의 천장은 무진장 높아서 거기 붙어있는 전구가 밝혀주는게 별로 도움이 안되는데 그앞에서 줄서가지고는 책 펴들고 뭔가 읽고 있곤 했죠.


줄이 좀 길다 싶으면 수위 아저씨들이 공식 문여는 시각을 무시하고 여섯시 정도에 문을 열어주시곤 했답니다.


문이 열리면.. 줄 서 있던 사람들이 주왁 한줄로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는데.. 문만 열린 거라 도서관은 칠흑같이 어둡습니다. 그래서.. 도서관에 새벽에 들어가는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전등 스위치를 찾아 헤맵니다. 물론 전등 스위치 위치를 주왁 꿰뚫는 사람들은 아무 문제없이 불을 착착 켜죠.. 그렇지만, 새벽에 늘 줄서는 사람들은 불 켤 필요가 없습니다. 도서관 안을 내 손바닥 보듯 알고 있기 때문에 그냥 성큼 성큼 걸어들어갑니다.


입구에서 제일 멀리 있는 열람실이 8 열람실이었습니다. 그냥 8 이라고 불렀죠. 8은 각 책상마다 상당히 높은 칸막이가 되어있어서 집중해서 공부하기 좋아서 새벽에 줄서는 사람들이 제일 선호하는 목적지죠. 8을 갈려면 4층 입구에서 계단을 통해 6층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한층을 내려와야 합니다. 그래서 공부 좀 한다 하면.. '8열람실 점등한다' 라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새벽에 줄을 서보니 8열람실 점등은 8열람실에 자주 안 가는 사람들이 하는 짓이더라구요. 매일 가는 사람들은 점등하는 사람들이 불켜는 사이에 어둠속을 뚫고 가장 좋은 자리를 찾아 갑니다. 8에서도 제일 입구에서 먼 구석자리가 명당자리죠. 거기 창문 반대쪽 칸막이에 신문지 하나 걸면 거의 완벽한 큐비클입니다. (공부하기만 좋은게 아니고 잠자기도 좋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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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은 "주로" 공부하는 사람들만 모입니다. (가끔 계산기 도둑들도 모입니다 ㄷㄷㄷ) 고시준비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고 새벽네시에 줄서는 사람들은 거의 다시 밤 열한시 학교셔틀버스 막차를 탈때 다시 만납니다. 눈인사 정도는 하지만 이름은 모르죠. 학교가 구석진 곳에 있기 때문에 저 셔틀버스 막차를 놓치면 전철역까지는 한시간 정도를 걸어야 했습니다. 참 신기한 것은 한 여름에 폭우가 쏟아질때도 밤 열시반 정도가 되면 열한시 정도까지 30분동안 거짓말같이 비가 그친 일이 참 많았습니다. 그게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애들 집에가라고 관악산 산신이 배려해 주는 거란 전설이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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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에는 서고와 정기간행물실, 참고열람실이. 5층에는 3,4,7,8(4,7은 대학원생 전용열람실이라고 했는데 정작 대학원 가고나서는 연구실에서 있느라고 도서관에 안 갔습니다. 3은 지정좌석제라 그 시간에 안 열죠. 대략 중앙도서관 5층을 4등분하면.. 아크로쪽 반쪽 반쪽을 3,4가, 그 뒤쪽 -- 약대쪽 -- 반쪽 반쪽을 7,8이 쓰고 있었죠)이, 6층에는 5와 6이 있었고 5와 6은 긴 통로로 연결되어있었는데, 이 긴 통로에서는 늘 사람들이 담배를 피워댔던지라.. street of fire 라고 불리곤 했었다죠. (1,2층은 당시엔 규장각이 있었고, 3층은 수족관이라 불리던 1열람실과 어항, 빨랫줄 같은 시설(?)이 자리하고 있었죠)


6은 한 테이블에 여섯명 정도가 앉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8은 한사람 앞에 책상한개씩.. 딱 독서실), 나즈막한 칸막이가 있었습니다. 고개만 들면 얼굴이 보이지만 고개를 처박으면 어느정도 차단이 되는. 8의 칸막이는 일어서도 칸막이 너머가 안보이고 -- 루저 -_-;; -- 가방 얹을 수 있는 선반도 하나 있었죠. 그런데 5는 칸막이가 없이 여러사람이 앉는 -- 아마도 여섯명 -- 테이블들로만 주왁 채워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패션을 중요시 하는 분들이 모조리 5에 모였다고 하죠. 일명 studio 5. 지우개 빌렸다가 컾흘이 되었다는 전설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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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과 아크로 사이에는 잔디밭이 있습니다. 4층 도서관 입구에서 중앙 통로를 빠져나와서 인문대쪽에서 아크로로 내려오는 그쪽이죠. 학생회관쪽은 계단입니다. 그 잔디밭에 해질녘에 누워서 얘기하는게 참 부러워서 저거 졸업하기 전에 꼭 한번 해본다 했었는데..


결국 한번도 못해보고.. 도서관은 그냥 기억에만 남아있을 뿐이네요. ㅠㅜ 쓰고나니 왠지 언젠가 쓴거 같은 기시감..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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