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일본/중국에서 느끼는 영어의 존재감은 정말 다른거 같아요.
2013.11.02 13:06
우리나라에서 소위 책상다리에 앉아서 밥벌어먹고 살려면 대충 약간의 영어는 안다는 전제를 달고 살잖아요. 특히 컴퓨터라는걸 가지고 복작복작해서 월급받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영어란 때놓을 수가 없는 거구요.
소위 서버를 설정하는 사람이 영문으로 나오는 오류 메시지를 읽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겁니다. 여기에서 "읽는다"는건, 구글과 사전기능을 포함한 컴퓨터의 도움을 받는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죠. 오류메시지가 어떤 의미인지 이해를 못하겠다거나,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모를순 있어도요.
그런데 가끔 일본이나 중국의 엔지니어들과 소통을 하다보면, 이런 당연함이 깨지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중견기업의 엔지니어가 서버를 설치하고 접속하는데 나오는 영어를, 읽지를 못해서 해결을 못하는걸 "그럴수도 있다"라고 생각을 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럼 널려있는 무료번역 프로그램(구글번역도 있죠.)이라도 돌려보면 될텐데, 생각 자체를 안해요. 우리야 "영어로 나올수도 있지. 미국에서 만든거니깐."이라는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걔들은 "왜 영어로 나와? 일본에서도 쓸거면 일본어로 나와야지."라고 불만을 가지더라구요. 그 오류 메시지를 그대로 구글로 검색하면 첫페이지 안에 해결방안이 있는데 거의 보름을 못고치고 손도 못대고 있더라구요.
답답함과 동시에, "얼마나 많은 자국어화가 이루어졌으면, 컴터로 밥벌어먹는 사람이 이러고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을까?"라는 부러움도 살짝 듭니다. 예전에, 일본 메이저 금융회사의 애널리스트가 영어로 1문장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걸 보면서도 참 신기했는데 말이죠.
뭐... 우리나라에선 꿈같은 일이고, 영어 열심히 더 보면서 익숙해져야죠. ㅜ.ㅜ
코멘트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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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BisCO
11.02 15:11
엔지니어가 영어를 모른다니 정말 별세계 이야기 같네요 ㄷㄷ -
학회가면 영어 못해서 PT할때 원고만 쭉 읽고 영어질문에 답변 못하는 일본인 교수들도 허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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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뷔
11.02 18:13
ㅋㅋ 넘 하는구만요.
하긴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학계가 미국식으로 되어있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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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소
11.02 18:49
개발 할려면 필요하긴 하지만 잘하진 못해서 항상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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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뽑을때 스팩같은거 안본다는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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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는 원래 답답한? 나라가 익히는 거죠
프랑스가 외국어 학원이 별 인기가 없다가
최근 십수년 에서야 외국어 학원이 제법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원래 거만 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여러면으로 강력했기 때문에 다른나라가 프랑스어를 익혀야지 그나라가
영어나 다른나라 언어를 익힐 이유가 없었거든요
지금도 아프리카 대륙이나 인도차이나 반도 일부는 프랑스어가 통하니...
일본의 경우 아시다시피 1차대전 승전국이고
2차대전 원흉으로 나름 강대국 이었습니다.
선천적으로 발음이 안되는 문제를 떠나서 얘들도
나름 이유있는 강국이었기도 하고 해서 주변국이 일본어를 익혔으면 익혔지
지들이 외국어를 익히지는 않았죠
단지 영어의 경우 ...
일본 최초의 영국유학생이 바로 그 이토 히로부미 였습니다.
얘가 영국 유학가서 얼마나 발음이 안됐는지 엄청 스트레스도 받았고
놀림도 받았는지 귀국해서는 일본어를 버리고 영어를 쓰자 라든지 영어를 제2모국어로 삼자는 소릴 했습니다.
수년전 한국의 어륀지 같은 소릴 벌써 백여년전에 옆나라에서 한거죠
거기에 대답한 일본의 학계는...
문서의 조기 번역 이었습니다.
뭐할라고 궂이 안되는 영어 무리하고 억지스럽게 배워
문법교육 열심히 해서 외국기술서적이나 주요서적 빨리빨리 번역해서 출판하면 되지...
해서 일본은 지금도 아마 세계 5위권안에드는 출판강국이며(아마 2위인가 그럴겁니다.)
최신 외국서적이 나오면 바로바로 번역해서 내놓는 나라 일겁니다.
덕분에 우리나라가 때아닌 피해를 입은게...
대한제국시절 선교사들이 우리나라 와서 놀란것중 하나가
아시아 여러나라를 둘러봤는데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외국어를 빨리 배우는 나라를
보지 못했다고 하는 선교사도 있었건만
일제침략 후 일본의 저 문법 위주 교육이
오느날까지 이어져
한국 영어교육의 폐단의 하나가 되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필요하다면 바꾸고 개혁하는게 옳겠지만
수십년이 지나도 정말 이런 문제는 한번 진지하게 생각 해 볼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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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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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국가 차원에서 맨 영어공부하라고만 하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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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11.05 02:34
문법위주 교육이 그리 크게 잘못 된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그 문법위주 교육을 잘 받은 사람들이 해외에 나가면 놀라운 속도로 영어를 따라잡습니다. 또한 native speaker들에게 문법을 가르치는 웃기는 사태가 자주 벌어집니다. 우리나라 말처럼 영어와 유사성이 전혀 없는 언어를 바탕으로 영어를 배울땐 문법부터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단 중학교 이후에 말이죠.
언어를 배울때 대략 열살 전후해서 그 이전에는 우측뇌로 즉 언어로 배우고, 그 이후에는 좌측뇌로 즉 논리로 배운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언어 조기교육할때랑, 중학교이후 정규교육할때랑 교육방법이 달라져야 하는듯 합니다.
문서 조기 번역이 일본을 출판 강국으로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국제회의에 가보면 일본의 외국어 문제는 심각합니다. Robert's rule을 대략 따르는 회의에선, 순간순간 미묘한 언어의 차이를 줄타기 하지 않으면 아예 살아남지를 못하는데, 일본인들은 여기서는 완전히 침묵을 지킬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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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 교육이 제대로 된 문법 교육도 아닐 뿐더러
그전에 잘 하던 사람들이 단체로 어륀쥐식 억지 교육의 빌미를 제공 했을 뿐더러
그러다 보니 발음(당시 일본의 영어식 발음은 프랑스식 발음)이 엉망이 되는
회화교육이 엉망이 된거죠
지금도 일본에들 The 발음이 "쟈" 로 나오는건 .... -_-;;
2005년인가 2006년 정철 영어교육 원장이 EBS에서 한 영어관련 특강에서
자신이 일본에 갈때 경험담 등을 이야기 하는데
지금은 일본사람들도 제법 영어로 물어보면 (주로 순경들...) 예전에는 도망만 다녔는데
최근엔 제법 잘 대답한다고 하더군요
교육방식이 상당히 바뀌었다고 합니다.
영어기본 회화는 1800단어 정도로 충분히 가능합니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학교교육외에 다른 과외없이
일반 영어 회하가 학교 교육만으로 가능한 이유중의 하나 이기도 하죠
언어 교육 순서는 기본적으로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순으로 됩니다.
자연스러운 순서고 최근의 어학교육 관련 연구에서도 보통 이렇게 하는게 자연스럽다고 알고있습니다.
언어 발달이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를 놓고 말들이 많았는데
어릴적 나이에 언어를 받아들이는 부분은 좌뇌 우뇌 구분은 이미 오래 된 부분이고
상당히 원론적인 부분이 된지 오래고
그보다는 나이가 지남에 따라 받아 들이는 부위가 달라진다는게 일반적인 통설이고
뇌 사진 등으로 판명된 걸로 알고있고
최근 관련 어학 다큐도 수십편이 나온걸로 압니다.
저도 상당수 보기도 했구요
그 이후로 최근 EBS나 KBS 다큐등에서 소개하는 나이든 사람들의 외국어 교육방식이
어학은 운동이다 라는거였죠
한때 중국에서도 광장에서 큰소리로 영어로 회화하는 방식의 영어교육이 히트를 치기도 했었죠
이미 한 10년 지난걸로 압니다.
기본적으로 회화 위주에서 문법이 적극 필요 해 지는건 후반의 읽기와 쓰기 에서인데
거꾸로 된 방식을 그것도 잘 하던 나라에 강제로 들여왔으니...
1. 일본식의 문법 교육위주의 방식이 과연 우리나라에 필요했느냐 라는점과
2. 그렇다면 제대로 교육을 했느냐 라는점
3. 지금 과연 그 방식이 그대로 개선, 비판없이 가야 하느냐 라는점
이런걸 생각 해 봐야겠죠
1,2야 뭐 일제 시대 였으니 ...
3 이 문제겠죠
지금 실용위주 실용위주 하면서 회화가 되느냐를 따지는 분위기 에서
왕초보님도 마지막에 지적 하셨듯
최근 대기업들에선 문법 위주 영어 점수가 아니라 OPic 같은걸 요구하는 분위기도 그렇고
적어도 일본식의 교육을 벗어나는건 당연하다고 치더라도
최소한 문법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설령 문법이 엉망이 되더라도 침묵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안되게 만들어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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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11.06 05:34
제가 보는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문제는 국어교육의 부재입니다. 사실 영어라는 것이 언어일 뿐이고요, 논리적으로 토론하는 교육이 많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영어로 그것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부터가 틀린듯 합니다. 말하기와 듣기 교육은 국어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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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3번 개선없이 이대로 가느냐를 생각 해 봐야겠죠
한국 교육이
특히 영어 교육의 경우 토론같은 수준에 올라서기 이전에
영어의 기본 회화 듣기, 말하기 같은 수준의 교육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고
그렇게 가려고 하지도 않았고 생색만 내고 있었고
더 나아가서 그게 다 필요하냐 라는게 원 본문의 취지 일겁니다.
필요한가
우리에게 맞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건데
일제시대 잘못된 교육방식이
미 군정으로 넘어오면서 제대로 된 철학이 없는 공민교육의 주입식으로 바뀌었고
그게 지금의 8차 교육과정이 개정 되어 오면서도 아무런 생각없이 이어져 온거죠
국어 교육이나 영어 교육이나
교육 자체가 문제가 있는건 맞는데
언제까지 그것만 따질거냐 라는거죠
어학이라는게 결국 필요에 의해서 하는거고
여러가지 제반 능력에 맞춰서 나가야 하는데
맨날 뭐가 문제야 라면서 타령만 해봐야...
애초에 얘기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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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기사
11.02 21:49
제가 경험한 범위내에서는, 공부 좀 한 사람은 일본에서도 영어 제법 합니다. 그런데 보통사람은 학교만 나오면 영어 포기하고도 스트레스 안 받고 잘 삽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사람도 학업을 다 마치고 나서도 10년 20년동안 영어 공부하고 스트레스 받는데, 이건 좀 아닙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그럭저럭 간단한 영어하는 사람의 비율이 아주 낮을 뿐입니다.
기술영어는 생활영어와는 다르기 때문에, 난이도가 낮습니다. 제 경우에도 일본어 회화는 서툴어도 일본 기술서적은 읽을수 있고, 업무상 필요하면 번역도 합니다. 영어 에러 메시지도 제대로 못 읽는 것은 그 사람이 영어공부를 포기했기 때문이지, 자기나라말로만 다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약간 비약입니다. 일본 엔지니어들 하고도 작업은 좀 해 보았는데, 읽고 쓰는 것은 우리 엔지니어들하고 비슷했다고 느꼈습니다. 다만, 발음은 상당히 이상합니다. 일본 엔지니어가 영어로 프리젠테이션하는 것을 한국사람이 미국 엔지니어들을 위해서 미국식 영어로 통역하는 경우까지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발음문제는 중국본토에서 영어공부한 사람도 만만치 않습니다. 일본식 영어 엑센트는 좀 알아듣는데, 중국사람이 성조까지 넣어서 영어하면 정말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R'발음도 중국식으로 하면 괴이한 소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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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11.05 02:38
발음은요.. 본토 사람들이 잘 알아듣느냐의 기준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중국사람들의 이상한 영어는 놀랍게도 본토인간 (영국이든 미국이든)들이 잘 알아듣습니다. 물어보면 물론 매우 이상해서 처음엔 전혀 안 들리지만, 금방 (15분 정도 이내에) 적응이 된다고 하네요.
그 사람들 얘기는.. 액센트가 완전히 틀렸는데, 없는 액센트 (우리나라 및 일본 영어) 보다는 이해하기 쉬운듯 하다네요.
우리나라 교육에서 매우 중요시하는 자음 발음은 사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아보입니다. 틀린 발음에 처음에는 당황하지만, 금방 적응하기도 하고, 또 문화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특정 언어에는 어떤 발음이 없어서 어떤 영어를 구사한다는 것까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기도 합니다. 국어 연구하는 분들이 아래아 발음 제대로 하는 제주도 분들을 보면 재미있어 하듯.. 이상한 발음을 '제대로' 구사하는 외국인을 보면 매우 신기해 하기도 합니다. -_-;;
대신 모음 발음이 매우 중요한데, 이건 차이가 들리지 않기때문에 흉내도 못 냅니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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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기사
11.17 02:15
공감합니다. 처음에 인도사람들 발음이 이상하다고 느꼈고, 특히 스리랑카의 타밀어 쓰는 분들의 발음은 무척 빠르고 액센트가 심해도 원어민은 잘만 알아듣습니다. 중국사람중에서 나이든 분들은 잘하는 편인데, 최근에 본토에서 유학오는 학생들의 발음은 좀 층차가 많습니다.
다만, 자음보다 모음인 경우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국사람의 경우는 유성음 문제가 더 많아 보입니다. 우선 ABCD에서 B와 D만 해도 참 어렵고, 이것을 '비', '디'로 발음하면 상대는 'P', 'T'로 듣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나중에 가면 'Z'도 있고 한데, 문제는 이런 유성음이 거의 절반 이상의 단어에 나오고, 거의 95%의 문장에 유성음이 있다는 겁니다.
유성음만 있는 것이 아니고, 자음으로 'W'와 'Y'가 있는데, 정말 힘듭니다. 고래쩍 유머에 부모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절감하는 10가지 경우중 하나로 이게 나옵니다. 'WOOD'를 발음시켜 보고, 고쳐주려고 노력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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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11.19 07:41
ㅋㅋ 'ㅈ'에 해당하는 발음엔 답이 없어요. j, z, g, ge, dge, 등등 우리 귀엔 똑같은 소리로 들리는데 다들 다른 소리거든요. 자음 문제는 특히 전화에서 심각한듯 해요.
똑같은 문제가 우리말 안에서도 있답니다. 예를 들면, 경음화와 유성음화의 구별이 경상도 사투리엔 없어요. 즉 모든 유성음화가 경상도 사투리에선 경음화가 되죠. 이건 답이 없답니다. 외어야 해요.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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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포기하지말고 계속하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중국 인도 일본 사람들 발음도 조금 지나니 알아듣게 되는 것 보면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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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욱
11.03 22:43
뭐 미국식 영어도 어려운데요 뭘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