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원을 내용증명으로 보냈습니다.
2015.07.09 17:11
어느회사를 가서 무슨 일을 하던지 반복되는 저의 징크스는 이제 팔자려니 생각 하고 있습니다.
1. 입사한다.
2. 사수가 나간다
3. 일을 혼자 한다
4. 과부하가 걸린다
5. 퇴사요청한다
6. 반려된다
지금 회사는 웹개발자로서 첫발을 내딛은 곳 입니다.
개발 전문은 아니고 네트워크 장비쪽을 메인으로 삼는 그런 곳이죠
원래 연구소장 + 웹개발자 2명(정 + 부) 해서 맨파워 3이 유지 되던 체계였는데
작년 10월에 연구소장이 갑작스레 튀고 같이 일하던 웹개발자가 나가면서
저의 시련 (상기 목록 2번 + 3번 동시 당첨)이 시작됩니다.
디자이너는 이미 나간지 오래.....
웹페이지에는 요즘 안쓰는 추세인 플래쉬가 가득가득
변수값들을 아주 스태틱하게 박아놓으셔서 맘대로 수정도 못하고 가슴앓이!
그래서 개발 + 유지보수 + 신규납품 + 포토샵 + 플래쉬 를 동시에 해야 하는 고달픈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뭐 그럭저럭 몇개월은 버텼는데 너무 힘들어서 좀 쉬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약 2달 전에 사장한테 나 혼자 일 못해먹겠으니 경력자뽑아주고 이번 플젝 끝나면 좀 쉬게 해 달라 라고
쇼부아닌 쇼부를 보게 되었습니다.
결론은 "4년차 개발자 입사" + "플젝 종료 후 부서장과 협의하여 휴식을 가질것" 이었습니다.
뭐 -_- 일단 이것만 끝내자 끝내자 하는 마음으로 꾸역꾸역 주 7일 노동을 해가며 플젝은 마쳤는데
뽑아놓은 경력자가 "일이 발전이 없고 지지부진하며 내 커리어에 도움 안될듯요" 라며 그제 퇴사..
또 다시 혼자 남았다는 아픔에... 휴식이라도 좀 취해야 겠다고 생각하며 어제 부서장에게 이틀간의 휴가를 요청했습니다.
(지금 회사는... 연월차가 없습니다.... 퇴직금도 없습니다(13분의 1)...)
부서장이 OK 하고 사장실에 보고하러 들어갔는데 개같이 깨지고 나오더라구요
웹쪽 일 할 사람이 한명 뿐인데 그 사람을 쉬게 하는게 말이 되냐
-_-+
그래서 어제 오후 4시 30분 경에 퇴직원을 작성하여 부서장에게 결재를 올렸습니다.
퇴사일은 정확히 한달 후....
근로계약서 상에 명시된 퇴사하기 한달 전에 회사에 공지해야 한다는 조항을 잘 적용했죠
하지만... 온지 몇개월 안되고 힘도 없고 웹개발도 모르시는 부서장님은.....
"백대리, 나 진짜 미안한데 이 서류에 싸인 못해요"
라며 반려.......
하시고 1층으로 절 데리고 내려가서 커피를 사주시더니
"한달은 안됩니다. 못해도 8월이나 9월까지는 자리 지켜줘야 신입 교육할 수 있어요" 라고 하시더라구요
그 양반 마음을 모르는바 아닙니다만.... 회사에(=사장놈에게) 이미 정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태이기도 하고
휴식이 너무나도 절실한 입장에서 퇴사시기를 늦출 수 는 없었기에
오늘 점심시간에 우체국에 가서 어제 반려당한 사직원을 내용증명으로(내일 도착한다는 빠른놈으로) 송달 했습니다.
퇴사하면서 내용증명 보내본건 처음인데요
법적으로 이렇게 해놓으면 한달 이후에 자동으로 근로계약이 해지된다는 말을 주워들은게 있었거든요
그래서 냉큼 지르고.... 부서장에게 내용증명 보냈다는 이야기만 했습니다.
부서장님은.... 암말 없으시더라구요
그 양반도 일 못도와주고 저 야근할 때 칼퇴 하고 하던 분인지라 달리 할 말은 없으셨을테고..
당장 내일 되면 인사과로 내용증명 서류가 도착할텐데
사장실로 호출당해 욕을 들을지... 아니면 남은기간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할지
앞으로 펼쳐질 상황들이 기대가 됩니다.
솔직히 연월차 안주는건 너무 하지 않나요?
가뜩이나 주7일 노동도 잦고 집에 가서도 원격으로 작업하고 주말에도 일하고 거의 봇 수준으로 돌리는데...
그나저나 34세의 2년차 웹개발자를 뽑아주려는 회사가 있을지 걱정입니다.
나가는건 나가는거고 다시 어딘가로 들어가는게 걱정이네요
근데 와이프가 사직서 잘 던졌다고 칭찬을 해줬습니다.
그런 회사에서 더 있기보다는 차라리 다른데 가라구..
코멘트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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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
07.09 17:22
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가슴이 답답해지더니...조금 진정이 되는군요. 토닥토닥... -
거기 회사가 어딘가요..? 후배들 안 낚여야하는데... 알려주실 마음이 있으시면 쪽지로... 싫으시면 안 알려주셔도 됩니다. :-)
그리고 백군님이 저랑 비슷한 연배셨군요.
연차를 안 주는건 근로기준법 위반 아닌가요? 요즘 그런걸로 고발들어가면 정말 힘들어질텐데, 거기 사장ㄴ이 문제가 좀 많군요. -
맑은하늘
07.09 17:29
가는곳은 정해져야 합니다. 유부당이시니까요 !
힘 내시길.... 칼퇴하던 부서장이라. 음 음 재고의 여지가 없군요.
연월차 안주는곳 많습니다. 주7일 근무는 아니죠 -
연월차 안주는 곳이 많은가보군요
법으로 정해진건 아닌가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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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스태덤
07.09 17:31
잘하셨어요.
그리고, 그냥 나오세요. 다녀보셔야 불편합니다.
계약서 상에 한달전 공지가 있다지만, 그거 깬다고 뭐 어쩔건지가 없기 때문에 상관없기도 하고.
(혹시나 독소 조항이 있는지는 계약서에 잘 보세요. 그리고 그 계약 위반으로 깨지면 그게 퇴사이기 도 합니다.
그나마 좋은 건 회사가 짜르는 거긴 한데....지원금을 받을수 있으니....)
한달 다니시면 잔여 급여 부분도 받기 쉽지 않을거예요.
그런 데는 노동부에 신고해도 질질 끌다가 한 반년뒤에나 마지막에 줄겁니다.
걍 하루/ 이틀 버린다 셈 치시고 관두세요.
한달내에 뽑으시면 나중에 인수인계나 시켜주겠다고 하세요. 세게 나가야 합니다.
그 이후에 뽑고 인수인계 요청하면, 별도 비용 청구하세요.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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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일을 8월 10일로 명시했습니다.
아마 15일 이상 일하면 한달 급여 전부 줘야 되는 무슨 조항인가 있었던거 같은데
그런거 걸리고 하면 골치 아플까봐 날짜 그냥 한달 뒤로 명시해 버렸구요
독소조항이라고 할만한게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근로계약서 자체를 읽어보지를 않아서..
8월 일한 임금은 안주면 노동부에나 찌르고 말지 뭐 이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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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하늘
07.09 17:58
좋게 좋게 하시길...
앞으로는 잘 풀리실겁니다. -
무기명 투서 이야기 진심이에요???
34살, 2년차 웹 개발자가 고민 할 사항은 아닙니다.
알고 계신 내용도 잊어 버리시구요. 갖고 있는 자료도 지금 버려 버리세요.
이 바닥.... 남을 키우고 끌어주기는 힘들어도, 자리 잡기 힘들게, 성공하지 못하고 망하게 하는거 그리 어려운 일 아닙니다.
퇴사는 최대한 적을 만들지 말고 하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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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 의견에 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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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말씀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오니..
말씀 명심하고.. 자료는 폐기 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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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넷
07.09 17:46
퇴직금이 포함된 연봉은 무효라, 노동부에 신고가 가능하고 다 받을 수 있는걸로 알아요... -
맑은하늘
07.09 17:52
1/13 위법이 아닌걸로 알고있습니다. 계약서에 명기하죠 ! 서민은 힘든 세상이랍니다 -
하뷔
07.09 17:56
고생이 많으셨네요.
엔간히 개발 스킬만 있으시면 이래저래 자리는 꽤 있을 수 있습니다.
(하긴 요즘은 큰 SI 협력사들도 다들 힘들다던데... 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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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간한 개발스킬이.... 없어요 -ㅂ- ㅋㅋㅋ
그저 이 회사 솔루션만 좀 조물딱 거릴 수 있는 수준이라 고민입니다.
심지어 IDE도 이클립스가 아닌 EditPlus 나 메모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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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랬군. 주말에 만나게되면 위로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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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하셨네요....유부당 일원으로써.......조금은 답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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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의 역할이 부서원들 일이 몰리지 않았나, 인력이 부족한가 등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건데 치를 떨며 나가도록 방치했네요. 관리자가 밥값을 못 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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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저희 회사는 저에게 일이 몰려서 사람 2명이나 뽑아 주더군요. ㅠㅠ
덕분에 일도 2배 늘어난 느낌 입니다. 저 때문에 사람 뽑았는데 활용(?)을 잘 해야지요..
근데 아직까지 제가 사람 부리는게 익숙하지 못한 것인지... 제가 일 욕심이 많아서 그런지 모든 걸 제가 처리
할려고 하다 보니 과부하가 좀 걸리더군요. 이제 하나씩 손 놓고 지시만 할려고 합니다. 이번에 뽑은 사람은
다행히 저보다 실력이 뛰어난 젊은 친구라 믿고 맡길 수 있겠더군요.
퇴사 하는 것 일처리 깔끔하게 마무리 되길 바랍니다. 저도 예전 회사에서 여러 가지 안 좋은 것들
많이 겪어 봐서 심정 1000% 이해 가네요... 시키는 것 군말 없이 다 해 내니깐..사람 충원도 안 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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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개발과 C언어, 임베디드 관장하던 부서장이 나간 다음에 오신 부서장님이...
웹개발(JAVA, JSP , Servlet)에 관련된 지식이 거의 없으십니다.
야근을 해도 도와줄 수 있는게 없어 칼퇴하신거니...
아주 열정적으로 일을 하시는 분이기는 하신데
제가 하고있는 업무를 케어해주실 수 있는건 아니라서
그냥 "잘 되가요?" "마무리 언제쯤 될거 같아요?" 정도의 관리만 가능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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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아빠처리짱
07.09 18:56
그래도 아내 분이 화이팅 하시네요. 힘내세요.
난 퇴직 할려고 하면 집사람이 막아버리는데....벌써 이 직장도 5년이 다 되어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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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가... 첫아이 출산 때 제왕절개수술 날짜 잡아놓고
제가 회사에 사정이야기 하고 하루이틀 정도 쉴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아시다시피 연차를 주지 않는 회사입니다..)
일 할 사람 없다고 수술날짜 미루라고 했던 적이 있었기에
와이프는 지금 회사를 아주아주 싫어하고 있습니다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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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뷔
07.10 15:10
-_-; 잘 그만 두셨네요.
말도 안되는 소리를... 수술일자를 연기하라니.. 제가 화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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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말도 안 되는 거죠.
인력관리를 엉망으로 하고 있었다는 거죠.
구멍가게도 아니고 나름 운영사이트도 많은 회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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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아빠처리짱
07.11 12:12
자기 와이프가 똑같은 상황이라면, 그런 말을 했을까요. 생각할수록 열 받네요.
그러니 다 나가는 듯 싶네요. 좋은 결과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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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하루
07.09 19:01
아 화이팅입니다 조금 쉬시면서 힐링하셔요^^
유뷰당은 얼마 못쉬지만요 -
솔모리
07.09 19:53
연월차, 1/13 모두 노동부 신고 가능한 것 같은데요.
상담 받아보세요. -
맑은하늘
07.24 23:51
지금은 된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하지만 아직도 노사 균형이 없는듯합니다 -
참고삼아 보세요.. (연차 및 퇴직금 규정 및 법령 등)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ilseok2&logNo=50001102375 -
유태신
07.09 21:14
만 1년이 넘으면 무조건 퇴직금 줘야 하고요..
5인이상 사업장은 무조건 연월차수당 및 야근 수당 지불해야 합니다.
안그러면 노동부에서 감사나오고, 제대로 안하면 경영자는 사업상의 경제적 불이익을 받습니다.
혹, 회사의 사정이 안 좋아서 폐업이나 도산이나 다름 없는 상황인 경우,
체불된 퇴직금과 급여, 야근, 연월차 수당 모두 해서 노동부에 체당금 신청해버리세요.
체당금은 국가에서 회사를 대신해서 근로자에게 체불된 급여나 수당 등을 지불해주는 제도입니다.
회사가 미지불된 급여와 퇴직금, 연월차 및 야근수당에 대한 지불 증명을 못하면,
정부에서 확인 후, 신청자의 계좌로 넣어줍니다.
단.. 전액은 아니고.. 전체 금액의 약 70%정도만 나옵니다.
대신... 근로자가 회사와 실랑이 할 필요 없고요.
정부에서 회사에 대해 집행 들어가죠.
저도 예전 한 회사가 거의 도산 직전이라 체당금으로 대신 받은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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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내용증명씩이나
퇴사는 통보임!!
(법적으로도 한달전에 통보만 하면 문제 없다고 알고 있어요) 맘 약해지지 말고 단박에 나와요! -
통보는 이미 -_- 여러번 했어 ㅋㅋㅋㅋ
하지만 후임들이 계속해서 도망나가는 바람에 연장연장 되는거지..
이제는 더 참을 수 가 없어서 내가 내용증명 띄운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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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샛별
07.09 23:00
고생했어요.
보다 나은 곳으로 잘 이직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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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7.09 23:55
회사원이 아니고 노예였군요. 사장님께서 제발 불러서 야단쳐 주시기를 바랍니다. 녹음 잘 하시고, 또박 또박 말씀 잘 하시길.
산신령님 말씀이 백번 옳기는 합니다만, 저런 사장님이라면 틀배가 나도 상관없을듯 하고, 저런 분은 콩밥 좀 드셔야 할듯 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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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하늘
07.24 23:52
동감이네요. 대서특필감 아닌가 싶습니다. -
zegal
07.10 14:35
잘 하셨습니다.
앞으로 일어나는 모든 대화와 미팅은 꼭 녹음해두시구요.
좋게 나가는게 아닌 만큼 확실히 해 둘 필요는 있습니다.
그리고 나이 절대 많은거 아니니까 너무 상심 마시구요. 조금 모자라긴 하지만 그래도 여러가지 하셨으니 구인구직 사이트에 이력서 올리면 오퍼 많이 올겁니다.
이제까지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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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 할 준비는 다 해놓고 있습니다.
근데 내용증명이 아직 도착을 안하네요.
근데 제가 내용증명에 날짜는 똑같이 한달 뒤 나가겠다고 했다고 부서장님께 살짝 고백했더니...
본인은 제 일 못받는다고 자기도 나가야겠다고 하시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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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gal
07.10 21:47
나갈 때 되서야 그런 말을 하는 상사라니... 더 믿을 수 없겠군요.
그 부서장님도 조심하셔야 될거 같습니다. 나중에 뒤통수 칠 수도 있으니까요.
(일은 백군님이 다 했기 때문에 자기는 한거 없다 하고 발뺌한다거나)
한달 남았으니 처신 정말 잘 하고 나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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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하늘
07.24 23:52
나가라하세요. 부서장 자격이 없네요 -
Void
07.15 13:34
고생하셨습니다.
보통 그렇게 사람 부려먹는 회사가 잘 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고
잘 되더라도 고생한 사람 덕분이라는 생각을 가진 정상적인 상사가 있을 가능성이 적습니다.
(아... 정신이 잘 박혔으면 애초에 그렇게 일 시키지도 않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