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관련해서 순간의 판단력이 흐려질 때
2010.06.04 22:23
나름 돈에 대해서 냉철한 판단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고 살았습니다. 들고다니는 기기에는 포켓머니로 수년간 가게부를 써 왔고 환율 계산기에는 미국 달러, 한국 원화, 일본 엔화, 유럽 유로, 에스토니아 크론, 라트비아 라트, 등 모든 환율 정보를 갖고 다니면서 나에겐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자화자찬하고 살았었죠.
그런데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지난주에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를 잠시 환승하면서 10시간 정도 돌아다닐 기회가 있었습니다. 날씨 좋고 밖에 사람들도 거닐고 보기 좋았는데요. 거기에 왠 꼬맹이 하나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는 겁니다. 그냥 못본척하고 지나치려다가 ... 너무 훌륭한 연주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실수가 많은 것도 아니고요. 왔다갔다 하니까 계속 눈에 띄어서 "엣다" 라고 동전을 하나 던저주려고 가보니 바이올린 케이스 안에는 벌써 은색으로 1 이라고 쓰여진 것들이 몇개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1라트 하나를 던저주고 왔습니다. 이 광장을 지나서 돌아오는 길에서는 어떤 할머니가 좌판에서 가죽 수첩을 파고 있었습니다. 가격이 3, 7, 9 라트씩 하길래 이게 얼마일까? 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냥 3개나 다 사버렸습니다. 날씨도 너무 좋았고요. 사람들도 환하게 웃어줬고 꼼꼼하게 환율 같은것 따질 상황이 아니였습니다. 그리고 식당에서 밥을 시키니 밥값이 4라트 정도 나오네요.. 응?? 이게 환율이 ... ??? 알아보니까 1라트가 우리나라 돈으로 2000원쯤 되네요.
계산해 보니 절대로 싸지 않은 관광을 했습니다. -_-; 그렇게 꼼꼼하다고 자부했던 저도 날씨 좋고 사람들 이뻐 보이고 하니 그냥 획하나 봅니다.
한가지 더 크게 해버린 게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출장지의 호텔을 예약하는 게 있었습니다. 50유로짜리도 있었지만, 모두가 같은 곳에 묶는 하룻밤에 122유로나 하는 호텔에 4일밤이나 휙하고 예약과 송금을 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이번주 월요일날 확인해 보니 제 연구비 잔고가 벌써 마이너스라서 이번 호텔 지불한 것 부터 시작해서 저에게 되돌아 오는 돈이 하나도 없네요. 대략 90만원 정도는 사비로 그냥 넣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더욱 답답한 것은 이번 여행이 제 연구랑 도움되는게 아니라서요. 그냥 알던 사람들 재회하는 기쁨 정도 밖에 없네요. ㅠ_ㅠ
마지막으로, 어젯 저녁에는 앞으로 절대로 술 마시지 말고 야채만 먹고 아껴 살자고 다짐하고는 장보고 집에와서 보니 장바구니 안에 3리터 짜리 와인 한박스가 들어 있네요. 유럽이라 싸서 다행입니다. 3리터에 3만원 정보 밖에 안했어요.
소비 관성은 정말 무서운것 같습니다. ㅠ_ㅠ
코멘트 8
-
마루타
06.04 22:47
-
왕초보
06.04 23:32
3리터 와인에 3만원이면.. 그리 싸지 않은 와인인데요. 리터당 10불이라면.. 우리 동네엔 그거 1/4 정도 가격에도 제법 마실만한 와인들이 있답니다. 세금 포함하면.. 1/3 정도 일지도.. -_-;;
그런데 그 출장.. 지도교수가 부탁한 것이면 지도교수 잔고에서 나가야지 왜 내 잔고에서 나가나요 ? 재밌는 경제.
-
미국에 계신것 맞죠? 부럽습니다. 유럽보다 와인이 싸군요. 여기서 리터당 1만원 밑으로 내려가면 마시기 좀 힘듭니다. -_-;;;
-
호주도 와인이 싸죠.
1리터에 병 와인도 10달러 이하짜리도 있고 카스크와인도 10 몇불이면 마실만 해요.
유럽이 기후와 날씨가 별루여서 대체로 비쌀 것입니다.
주어 들은 얘기로는 와이너리의 경사각과 강수량이 포도의 당분을 결정하고 포도의 당분이 와인 맛을 결정한다죠.
-
1. 분위기에 약하시군요. :)
- 감성이 이성을 추월하는 상태.
2. 게다가 조금 외로우신가 봅니다.
- "사람들 이뻐 보이고 하니"
여하튼, 사진 참 예쁘네요. :)
-
아름다운 한 장면이네요.
파리님은 정작 파리는 아직 안가보셨죠.
길거리에 수 많은 퍼포먼스를 벌리는 사람들이 있죠. 그림 그리는 화가들도 많구요.
옷은 거지같이 입었서도 다 자칭 예술가랍니다.
베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네들은 공연예술 관람비를 받는다고 생각하죠.
프랑스 같은데(뭐 유럽은 왠만한데 다) 베깅은 불법일 겁니다.
집없고 잡없으면 복지수당, 실업수당이 잘 나오는 편이죠.
-
네. 아직 안 가봤습니다. 나중에 취직되고 나서 당당히 검은 양복 입고 드골 공항을 나올 생각에 배낭여행으로도 한번 안가봤네요. ㅎㅎ
-
3리터에 3만원이 안싸다구요.... ㅜ,ㅜ
서울은 와인 한병에 (750ml) 2~3만원은 줘야 그나마 괜찮던데요...
그정도쯤... 걍 휴가다 생각하셔도 되잖아요 ^^;
솔로일때 지름을 즐기셔야... 해요.. ^^;
다시보니 뒤에아저씨가 앵벌 수업 시키는듯해요 후덜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