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물건.. 버려야겠죠?
2011.03.12 00:28
처음으로 돈 벌어서 산 컴퓨터 케이스가 있습니다.
그때 받은 돈으로 컴퓨터(조립)와 키보드, 마우스, 모니터를 모두 샀었는데
아날로그적 삶을 꿈꾸면서 컴퓨터 케이스를 제외하고 모두 팔아버렸었죠..
케이스는 중고로 팔 수가 없으니까요..ㅜㅜ
아직도 방 한켠에 이 케이스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복학하면서 데스크탑 컴퓨터가 필요하게 됐습니다.
DP포트 출력이 반드시 필요한데, 데스크탑 컴퓨터가 아니면 쓰기가 거의 불가능하더라구요.
그래서 이래저래 나름 저렴하게 견적을 내 봤는데도 가격부담이 꽤 됐습니다.(보는 눈이 높아서 -_-;;;)
금전 부담이 너무 되어서 아버지께 부탁드렸더니..
'(대기업)컴퓨터 사 줄테니, 방 구석에 있는 케이스 버려라'고 하시네요.
아버지께서 컴퓨터를 사 오셔서 설치하고
DP출력되는 VGA는 어제 주문하고 오늘 택배로 받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와 약속한 것 처럼
몇년간 먼지 쌓인 케이스를 버리려고 뜯어보는데..
이거 정말 못 버리겠어요.........
생전 처음으로 돈 벌어서 산 컴퓨터였고..
여러가지 까다로운 제 눈 높이에 맞는 단 하나의 기성 케이스였고
케이스 내부 케이블 정리를 하면서 투자했던 시간이나
조립하느라 밤을 새웠던 기억..
메인보드를 업그레이드 하면서 내부 구조를 바꾸느라 삽질했던 기억
하드디스크 진동 억제 모듈 설치했던 기억이라던지
자작 먼지제거 필터를 설치했던 기억..
대구경 FAN 설치하느라 무진장 삽질했던 기억..
FAN 간섭 막느라 케이스 일부 변형을 주느라 개고생..
20대 초반에 투자했던 열정의 일부였습니다..
아버지와 약속했으니 버리는게 맞겠지만
정말.. 못버리겠네요.
사물에 너무 정을 주면 안되는데..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
저도 항상 그렇게 사는지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