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참 좋은 직업이 많네요.
2010.02.20 04:16
지금 제가 있는 곳은 텍사스 엘파소에 있는 육군병원입니다.
제가 있는 원내약국은 나름대로 바삐 돌아가는 곳인데요. 이전에는 군인 오피서 둘이 행정업무를 맡아 했습니다. 말이 행정이지 사실상 상전같은 위치로 일을 했는데요. 도저히 이해안되는 게 근무하는 밑의 여군 테크니션 둘이의 행동이었습니다. 느린 것 하고 일 미루는 것, 도저히 같이 근무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될 지경이었습니다. 다행히 퇴역대령출신의 민간인이 매니저로 와서 애들을 한지로 (40마일 떨어진 미사일기지 조그만한 구내약국과 버스기사훈련소) 보내 버려서 한 숨을 돌리고 있는데요.
어제는 밑의 약품창고 비밀번호를 받으러 10분 떨어진 본부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군인 오피서랑 약속을 했는 데, 어제 벌어진 일을 보니 왜 그 두 테크니션이 그랬는 지 이해가 가더군요.
2시 약속, 담당은 오지 않고 20분 쯤 지나서 다른 사람이 전화가 옵니다. 다른 여자 상사가 같이 갈테니 밑의 약품창고로 오라는 군요. 내려가 보니 휴대폰으로 잡담 20 분 정도 하더니만 퇴근시간이라 다른 일등병 여군이랑 같이 가라는 군요. 황당... 약국은 지금 바빠서 빨리 가야 하는 데..
이 일등병 가기 싫은 눈치가 역력하지만 어쩌겟어요, 명령인 데. 주차장으로 가다가 본부에서 오는 다른 차를 보더니 그 쪽으로 부탁 해 본다며 다시 약품창고로.. 다른 차 운전수가 지금 안 된다고 하니 이 일등병 다시 전화를 하더니 다른 사람이 온다고 한 10 분 기다리라고 하네요.
왕짜증인데 같이 간 동료 테크니션은 일 안한다고 은근히 좋아하는 눈치입니다. 10 분 뒤 이 일등병 다시 나오더니 다른 사람이 안 된다고 자기가 태워준다고 합니다. 드디어 출발... 가는 길에 아까 퇴근한다고 한 상사 차 옆에 내려주고 본부에 10분 만에 도착.
시큐리티 오피서를 못 찾아서 한 20분 헤맴.
겨우 물어서 간 오피서 5분 만에 코드발급.
예정 계획은 2시 출발, 2시 30분에 약국으로 올 예정이었는 데 결국 4시 가까이 되어서야 돌아왔습니다..
이 일등병 은근히 우리 약국에 오고싶은 눈치이던 데, 넌 틀렸어 오늘부로..
여기 오피서에 있는 미군들 특히 여군들의 행태는 가히 상상을 초월합니다. 하루에 한 시간 일하는 지 모르겠어요.
약품주문 한 2 명 있으면 충분할 것 같은 데 10 명 정도 모아놓고 아마 한 시간도 일은 안 하는 것 같습니다. 매일 약은 떨어지고.
하여간 군대 참 좋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7시 출근 3 시 퇴근인 데 도대체 애들은 (약국 오피서 둘 포함해서) 뭘하고 지내는 지 대개 궁금합니다. 일 좀 시킬려고 하면 맨날 미팅한다고 합니다. 컴퓨터 쇼핑도 하루종일 하면 피곤할텐 데.
내가 대장이면 여기 일하는 군인들 한 80% 는 짤라도 아무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결론은 역시 돈 받는 군대는 좋은 곳이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코멘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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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kim
02.20 04:36
전 1년 계약직(contractor) 입니다. 여기 병원은 거의 civilian 때문에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군인들은 수시로 보직도 바뀌고 천성이 시키는 것만 하는 것때문에 의료부문은 거의 민간인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애들 할 일이 없어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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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인데 어련하겠습니까? 한국이나 캐나다나 미국이나 공무원은 다 똑같습니다. (지금까지 겪어본 민원이외에 직접 일하면서 겪어본 공무원은 단 나라뿐이긴 하지만) 주어진 일이외엔 더이상 하지 않습니다. 더하면 욕먹는 일도 있습니다.
그나저나 미국쪽은 병원행정쪽이 편한가 보네요. 여기는 의사가 30분 늦게 와서 진료가 미루어지는 일은 있지만 그외 병원내에서 일하는건 정말 빠릿빠릿하게 하는데 말이죠. 아니면 육군병원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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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spirin
02.20 06:04
힘들게 거길 선택해서 가셨는데 가끔 기운빠지는 일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힘내세요... 홧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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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하니 생각나는게 이태원을 걷고 있는데 헌팅을 하더군요 저를 .. ㅋㅋㅋ..
단지 군용 가방을 메고 있다는 이유로.. ㅋㅋㅋ
근데 제가 영어를 안쓴지 2년정도 되니 당췌 알아먹을 수가 없더군요. 걍 보내버렸더니 화내더군요 ㅠㅠ
사진에 존코너(머스마)가 메고 있는 가방입니다 ㅋㅋ..
제 여행 가방이죠. 이거 하나면.. 한달은 충분하다니깐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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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spirin
02.20 06:30
그냥... 부럽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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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7
02.20 07:58
workcall이 빠른편이네요.
대신 끝나는 시간도 2시간 빠르구요.
일하는 거야 뭐 GI들이 다 그렇죠. ㅋㅋ
그런데 가끔 진짜 독한 애들(?)은 정말 열심히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x구멍 이라고 부를 정도로 -,-;;
그런 애들 보면 WO시험봐서 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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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샛별
02.20 08:07
고생이 많으시네요. 일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과 함께하기 정말 힘들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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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마루™
02.20 09:56
우리나라 군대도 후방은 비슷할지도 몰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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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머니 해도 Warrant Officer나 Legal Officer가 최고 입니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을 뿐 아니라 나름 전문가들에 속하기 때문에.
하사관(NCO, Non -commissioned Officer) 중에서도 easy job 가진애들 많지요. 학사학위 없어서 평성 enlisted로 살다 가는 애들 수두룩한데...community college라도 다녀서 하사관학교(PLDC) 다녀오면 나름 고속 승진인데도 그걸 안 하는 애들 수두룩하지요. E7(SFC, sergeant first class)만 달아도 중산층 이상으로 살껄요..? 대충 shamming만 해도 월 7,000불 이상 받는 애들 수두룩...
미군 사병애들(특히 말씀하신 여군들)은 그나마 놀고 먹는사람들 리스트에 오르니 순진한 편에 속하죠. 역시 최고는 WO입니다.
그래도 굴러가는거 보면.... 대단해요.
돈이 좋은건지 ..
아니면.. 어디서 본것처럼 1프로의 천재들이 나머지를 운용하는 탁월한 능력의 미쿡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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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저버의 입장이신듯해요..김민님은 ..
군소속은 아니시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