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식 오래된 중고차를 사다가 싹 수리해서 타는것 어떤가요?
2012.05.24 03:34
코멘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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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익
05.24 08:29
음... 아마 대부분 사고나면 보험처리하려할텐데 그리하면 히스토리에 남지 않나요?? -
iris
05.24 09:49
이게 꼭 그렇지는 않답니다. 비용이 매우 크면 보험으로 하지만 적당한 금액은 보험 할증에 대한 부담이나 중고차 판매시 기록이 남는걸 싫어해 그냥 보험처리 없이 자신의 돈으로 수리하는 경우도 매~~~우 많습니다. 보험개발원의 정보는 중요한 것이지만 그것이 결코 만능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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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X
05.24 10:55
역시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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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is
05.24 10:15
프레임 손상 여부를 넘어 사고차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몇 가지가 있지만, 보통 이런 방법이 있습니다.
1. 엔진룸과 트렁크 내부의 각 부분을 연결하는 나사나 페인트 부분이 다른 부분과 명확히 연륜이 다른 경우
2. 휀더, 각 문, 보닛, 트렁크문의 색상이 다른것과 명확히 다른 경우
3. 각 문 안쪽의 고정부의 부품의 연륜과 나사의 색상(연륜)이 명확히 다른 경우
4. 주행시 직진주행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떨림 등)
보험이 아닌 자신의 돈으로 수리하는 경우도 여러가지 이유로 많아(할증의 불이익, 중고차 판매에서의 불이익) 보험개발원의 정보도 100%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지는 못합니다. 일차적으로 이것을 믿되 자신의 눈과 느낌을 믿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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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is
05.24 10:39
하지만... 연식이 오래된 중고차를 싹 고쳐 탄다는 생각에 그리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1세대 똥개를 차의 잔존가치의 200%를 들여 고쳐 타고 다녔지만, 그래도 문제가 끊이지 않아 결국 대차(사실상 폐차) 처리하고 2세대 날라리 똥개를 영입했습니다. 저는 저렇게 고치고 타는게 'Crazy한 생각'임을 알고도 그랬지만(그렇게 생각했어도 결국 유지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차를 바꿨습니다.), 그러한 생각을 하지 않고 '처음에 돈 좀 들여 고치면 그런대로 탈 없이 잘 가겠지'라고 생각하셨다면 잘못된 생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식이 오래된 중고차는 부품을 웬만큼 갈아도 다음 세 가지 문제는 그리 자유롭지 못합니다.
1. 차체의 부식 - 차체가 10년쯤 되면 관리를 그런대로 해줘도 곳곳에 부식 현상이 생깁니다. 차체에 부식이 생기면 사실 끝장입니다. 그냥 WD-40 뿌리고 보수 페인트 뿌리면 되는게 아니며, 이렇게 하면 한달이면 다시 녹이 페인트 위로 올라옵니다. 사포로 있는대로 녹을 긁어내고 WD-40을 몇 번씩 뿌리고 말리는걸 반복하고, 제대로 된 도장을 해줘도 올라오는게 녹입니다. 최악의 경우 부식 부분의 부품을 통째로 바꾸거나 아예 새로 용접을 하는데, 이렇게 되면 수리비는 가볍게 100만원 단위를 찍습니다. 부식 그 자체는 일부 안전을 제외하면 당장 문제는 아니지만, 외형면에서 매우 꼴보기 싫은 결과를 내는 것이 문제입니다.
2. 전기적인 트러블 - 자동차 내부에는 수많은 전기 배선이 깔려 있습니다. 이 배선이 낡고 접점에 오염물질이 묻으면 전기 저항이 생겨 트러블이 생기기 쉽습니다. 이 배선이 한두개여야 쉽게 고치는데, 정작 중요한 배선은 거의 엔진과 미션을 들어내야만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특히 ECU 관련 배선들은 그렇습니다.) 큰 부품들이야 바꾸면 그만이지만 전기적인 문제는 원인을 찾기도 쉽지 않고 공임도 비싸며 수리도 오래 걸리며 고친다고 그것이 100% 맞다는 보장조차 없습니다.
제 1세대 잡종 멍멍이를 포기한 이유도 이러한 전기 트러블때문입니다. 엔진룸 안에서 큰 부품은 엔진과 퓨즈박스빼고는 다 교체한 상태였음에도 전기 트러블로 인한 시동 관련 문제를 잡아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수리비만 수십만원 날리고 결국 손을 들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전기/전자적인 트러블은 날이 가면 갈수록 늘고 있지만, 국내에서 이것을 제대로 잡을 수 있는 엔지니어도 아직은 적습니다. 카센터 레벨은 기대할 것도 없고, 심지어 제조사 직영 1급 정비소조차 끙끙대는 문제입니다. 과거에 1세대 똥개가 어떤 일이 있었는가 하면... 미션을 지나는 ECU쪽 배선에 이물질이 묻어 저항이 생겨 배선이 녹아 시동이 안걸린적이 있었는데, 그걸 GM 직영 정비소에서 엔지니어 4명이 붙어 반나절을 뜯었어도 원인을 못찾았습니다. 설마해서 본 것이 맞아서 고치기는 했습니다. 앞으로의 차량 수리는 기계적인 부분보다는 이러한 전기적인 부분의 중요도가 훨씬 늘어날 것입니다.
3. 엔진의 노후화 - 보통 차량 오너는 엔진의 스왑은 하지 않습니다. 엔진 스왑은 가격도 가격이지만(경차 엔진 중고조차 100만원, 중형차급은 수백만원대에 이릅니다. 새 엔진은... 그냥 말 안하는게 낫습니다.), 엔진을 올리고 내리는 공임, 구조변경에 따른 복잡한 절차와 수수료가 걸리기 때문입니다.
10년전에 나온 엔진도 보통 30만~40만km 정도의 내구성은 갖고 나오고, 요즘도 그 보다 나으면 나았지 엔진 내구성이 못하지는 않습니다.(현기차의 GDI 엔진은 사실 물음표가 붙어 있습니다만.) 하지만 엔진의 상태는 이 정도면 꽤 나빠져 연비도 좋다고는 할 수 없고 진동이나 출력 저하도 안게 됩니다. 물론 진동은 엔진의 진동을 잡아주는 부품의 노후화로 인한 것도 많지만, 진동과 소음도 분명히 늘어납니다. 이는 차량의 성능의 한계로 나타납니다. 관리를 아무리 잘 해줘도 쌩쌩하게 10년을 관리하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올려주신 글에서는 소모품 교체조차 다 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오일류는 절반도 교체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엔진룸에 들어가는 웬만한 부품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구동계, 조작계의 이상 상태나 배전기 등 전기 관련 부분, 타이밍벨트같은 필수 구동 소모품 교체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것들까지 들어갔다면 최악의 경우 차값만큼 수리비가 나왔을 것입니다. 저 정도 연식이 되면 차값만큼 수리비가 들 수 있다는 각오를 해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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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X
05.24 10:50
헉.. 생활노하우에서 iris님의 강좌를 봤기에 혹시 댓글을 남겨주시지 않을까 했는데 내공이 상당하시군요..
많인 도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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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ppy
05.25 06:46
캬. 댓글이 리포트 수준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전기적 트러블은 생각도 못한 부분이어서, 저도 참고해야 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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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쓰리유저
05.24 11:10
아이리스님 말씀대로 저도 심각하게 제 차를 바꿀 생각을 하고 돈을 모아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차는 1997년식 혼다 시빅인데. 이게 원래 보스턴에서 왔던 차라서 소금기때문에 차 밑에 부식이 굉장히 심각합니다. 제가 한번 고쳐볼려고 차 밑에 들어가서 볼트하나를 풀어볼려고 하는데 이거 볼트랑 너트가 완전 합체로 녹아져버렸더군요. 그래도 오래된 차라서 그런지 전기적인 문제는 별로 없지만, 엔진이 갈수록 소음이 심해져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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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is님 덕분에 많이 배워갑니다.
역시 속편하게 타려면 신차뽑는게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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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로망이 오래된 다이너스티 사서 전기차로 개조해 타고 다니는 겁니다. (로망은 로망일 뿐)
일본에는 클래식 카를 싹 수리해서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던데
우리나라에는 그 정도 정성 들이긴 힘들 것 같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