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 대한 단상
2012.07.13 16:01
푸른솔님의 한국어 사랑에 감동받아
잠시나마 평소에 무심코 사용하던 몇몇 우리말에 대해 짚어보고자 합니다.
첫째, 우리나라
여러분 모두 잘 아시겠지만 "우리나라"는 무조건 "우리나라"로 사용해야 합니다.
절대로 "저희나라"가 될 수 없죠..
다른 나라에 가서 저희나라라고 했다가 구설수에 오른 연예인들도 제법 있죠.
우리말이 존칭이 잘 발달된 탓도 있지만 요즘 들어 그 오용이 너무 심해져 이상한 존칭 비스무레 한 말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희나라"도 그러한 오용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외국에 가서 또는 외국인과 대화할 때 "저희나라"라고 표현하는 것은 백번 양보해서 이해할 수 있다 쳐도
같은 한국인과 대화하는데 "저희나라"라고 표현하는 것은 굉장히 조심해야 합니다.
듣는 상대방에 따라 "나도 한국사람인데 당신이 저희나라라고 말하면 나는 대체 어느나라 사람이냐?"라고 공격의 여지를 줄 수 있답니다.
둘째, 피로회복
박*스는 과연 "피로회복제" 일까요? 정말 "피로회복제"로 사용되길 바랄까요?
이 광고를 볼 때마다 드는 의문은..
그래도 제법 널리 알려진 브랜드인데 광고카피를 만들 때 맞춤법에 대한 검증을 왜 하지 않았을까? 입니다.
물론 많은 광고가 맞춤법을 무시하며 만들어지기는 합니다만, 이번 경우는 뜻을 완전히 바꿔버렸으니..
"회복"이라는 단어 앞에는 회복의 목적이 되는 말이 와야 합니다.
여러분 중에 설마 피로를 회복하고자 하는 분은 없을 겁니다. 더구나 돈을 주며 사먹으면서까지 그럴 사람은 없겠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쓰는게 맞을까요? "피로해소" 또는 "원기회복"이 맞습니다.
이런한 잘못된 용법을 지적하며 제대로 된 표현을 알려주는 공익까지 잡는 광고였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셋째, 쓰레기분리수거
하나의 단어처럼 굳어졌으므로 띄어쓰기는 생략하겠습니다.
"쓰레기분리수거"란 말이 표준어로 규정되어 있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어서 바로잡기는 쉽지 않을 듯 합니다.
하지만 분명 잘못된 단어이기에 하나씩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쓰레기" + "분리" + "수거"의 세 단어로 이루어진 이 말은 세 단어 모두 잘못된 표현입니다.
우선, "쓰레기"에 대해서..
여러분들은 보통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시나요? 저는 "쓰레기봉지"에 담아서 "버립니다".
그렇다면 여러분들이 "분리수거"를 하려고 내놓은 물건들은 "쓰레기" 입니까?. 아니죠, "재활용품" 입니다.
다음, "분리"에 대해서..
우리말에서 "분리"란 붙어이거나 섞여있는 것을 나누어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반면 "분류"는 더 나아가 종류별로 정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분리"가 맞을까요? "분류"가 맞을까요?
마지막으로, "수거"에 대해서..
우리가 열심히 분류해놓은 재활용품은 "수거"가 되긴 합니다. 환경미화원에 의해서 말이죠.
다시 말해, "수거"라는 행위의 주체는 환경미화원이지 재활용품을 분류한 저희가 아닙니다.
저희가 한 행위는 지정된 장소에 재활용품을 종류별로 가져다 놓은 "배출"입니다.
결론적으로 "쓰레기분리수거"는 "재활용품분류배출"이라는 표현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자신도 여전히 "쓰레기분리수거"란 표현을 사용하게 될 겁니다. ㅎㅎ
이상 퇴근시간은 가까워오고.. 금요일 오후에 일하기 싫어하는 한 직장인의 잡담이었습니다.
코멘트 6
-
에스비
07.13 16:07
-
FFK953
07.13 16:07
ㅎㅎㅎ 피로회복은 정말 말이 안되네요 ㅋ
한국어 배우는 외국인들이 혼란에 빠질만한 표현입니다.
이른바 관용구?? ^^
좋은 글 잘봤습니다.
-
김강욱
07.13 17:3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청 웃기네요....왜 이런게 재밌지..-_-;
-
인포넷
07.13 17:36
아무리 외국인과 대화를 하더라고, '저희나라' 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 자신과 자기 나라는 낮추는 말입니다...
식민지라고 해도 저희나라라라 하지 않아요...
-
푸른솔
07.13 19:20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말씀하신 내용은 그만두고라도 매스컴의 국어 파괴는 도를 넘고 있어 속에서 천불이 납니다. -
글 잘 읽었습니다. 정말 잘 못 쓰고 있는 말이 많네요.
제가 불편하게 느끼는 말은 '라면을 끓인다'는 표현입니다. '물을 끓여 라면을 삶는다'가 바른 표현일 듯 합니다. 국수도 삶아 먹는다고 하죠?
아무리 말의 쓰임새가 점차 변한다지만 명확한 용법이 있는 것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비슷한 것으로, 이번에 서울시에서 자화자찬하는 "동일역사 5분이내 재개표"도 잘못된 용어입니다.
동일역사 재개표가 "개표역과 동일역사 재개표", "폐표역과 동일역사 재개표", "개폐표역 모두와 동일역사 재개표" 세 가지 의미가 있지만
서울시에서는 "개폐표역과 동일역사 재개표"만을 "동일역사 재개표"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무슨 말장난인지.
저 말을 들었을 때에는 직관적으로 "폐표역 동일역사"로 생각하는게 일반적입니다.
강남역에서 내렸으면, 강남역에서 재개표를 생각하는거죠. 그런데 아니예요.
강남역에서 찍고, 강남역에서 내리고, 강남역에 다시 들어가는걸 말합니다.
ps. 주변에 시민단체 분들이 몇 계시는데, 박원순씨에 대해 실망할 것을 미리 대비하고 너무 큰 기대를 마라고 했는데 요즘 슬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슬슬 실망하는게 하나 둘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