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어쩌나... (만문 가라고 하지 마십쇼!)
2012.08.27 14:39
한 시간 전에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모 방송국이라고 합니다. (공중파 3사는 아닙니다. ㅎㅎ)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딸에게 편지를 쓰고 있고... 어제부로 561통이 되었네요.
방송작가분께서 제가 블로그에 올리는 편지를 보신 모양입니다.
그걸 방송에 내보내고 싶답니다.
일단 생각 좀 해보고 연락드린다고 했습니다.
이것저것 물으시더라고요.
이삼일 생각해보고 연락드린다고 말하고 끊었는데...
간단하게 소개하는 수준이라면 큰 부담이 없겠는데...
한 시간 정도 분량이랍니다.
고민 중이기는 한데...
이런저런 아픈 이야기들, 아이에게 상처되는 기억들...
방송은 또 그런 게 적당히 드러나 주어야 할테니...
방송작가 분과 이런저런 이야길하다보니...
나란 사람은 참 재미없고 무미건조하게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전화 한 통으로 고민에 빠집니다. ㅠㅠ
코멘트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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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씩이나...
분량채우려면.. 많은 에피소드가 나가야 할듯한데요.....
고민되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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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
08.27 15:17
자세한 내용을 모르지만...따님 입장을 우선으로 판단하시면 되지 않을까요?
요즘은 미디어의 순 기능 보다는 역 기능이 더 많은 것 같아서요... -
냉소
08.27 15:19
오지랍일 가능성이 높습니다만.....저라면 정중히 거절하겠습니다.
저도 최근에 KBS에서 중소기업의 인력난 및 인력채용을 위해 중소기업이 하고 있는 일.....뭐 이런 주제로
인터뷰 요청이 있었습니다만......거절했습니다. 물론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죠.
뭔가 나와는 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또다른 내가 TV 안에서 지 멋대로 지껄이는 광경을 보실 확률을
배제하기 어렵고, 주변 사람들은 그런 나를 나의 본모습이라고 생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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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욱
08.27 15:58
흠...이상한 방송사인지 아닌지를 먼저 파악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어떤 방송에 나가게 되는 지도....그리고 왠만하면 전 하는 쪽입니다.
최대한 공부해서 컨트롤이 가능한 선에서 무조건 인생...고...물론 따님의 의견은 반드시 물어야 하는건...필수코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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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아자씨
08.27 21:32
방송 한두번 나온 경험이 있습니다.
누워타는 자전거 타는 걸로 나왔죠.
아침 8시부터 저녁 9시 가까이 염창동과 여의도를 오가면 찍었습니다.
가을 일요일이었는데....
리컴번트에 대한 의무감 같은 걸 느끼던 때라.....
이야기도 많이 녹화했습니다.
저녁 때 해질녘쯤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해보라더군요. 했죠. 2분 걸렸습니다.
하루종일 찍었고, 방송은 총5분, 인터뷰는 하라는 것 한 것만으로 1분 나왔습니다.
방송국에서 필요한 대로 나옵니다.
나의 진실은 소품일 뿐입니다.
그 후로 전 뉴스 길거리 인터뷰도 거절합니다.
니들이 알아서 해라.... 난 니들 입맛에 안 맞출란다....
진실이 필요없는 이들입니다.
가십만 난무하죠.
저 같으면 바로 사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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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폭풍이 더 많습니다. 방속국은 방송 이후에 대해서는 절대 책임이나 관심 없습니다. 방송 전에는 다 좋게 이야기하지만, 끝나면 PD하고 연락한번 하기 힘듭니다. 하지마시길 바랍니다.
가족중에서 이거 때문에 마음 고생많이 하신걸 곁에서 봐서 잘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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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8.28 02:08
저도 반대입니다. 방송국/신문사는, 내가 얘기한 것을 '코드북'으로 삼아서 자기 이야기를 재구성합니다. 즉 신문 활자잘라서 편지쓰는 것과 같은 형국이 됩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얘기라도 천인공노할 넘을 만들 수도 있고요 (물론 노랑잠수함님 얘기로는 이게 불가능할 겁니다만) 자신이 원하지 않는 내용이라도 일단 방송을 타고 나면 끝입니다. 저는 어딘가 기고한 글이 묶여져서 책으로 나온 적이 있었는데, 누군가가 제 글에 사악한 장난을 쳐서 책이 출판이 되었고 저는 출판이 된 이후에 책을 한권 받아서 그것을 보고는 기겁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건 KAIST에서 저지른 짓이라, 굳이 방송국만이 공공의 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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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사실 전화를 받고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당연히 딸아입니다.
그래서 딸과 상의를 했습니다.
이러저러한 전화를 받았고, 생각해보고 전화준다고 했다. 네 생각은 어떠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배시시 웃습니다.
안 했으면 좋겠어... 합니다.
그러마고 했습니다.
사실 제 개인적인 이야기, 저 혼자만의 문제라면 도전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방송이라는 장치를 통해, 남들에게 들려주는 내 인생은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하니까요.
그렇게 사십몇년의 제 삶을 되돌아보고 앞을 생각할 수도 있을테니까요.
그런데...
딸아이가 있고, 연로하신 아버님과 어머님이 계시고...
그래서 툭 털었습니다.^^
내일, 죄송하다고 전화드리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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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할게 뭐가있나요^^
그냥 아쉬운사람이 우물파는 법입니다.
그냥 다시 전화오면 못핡 같습니다
라고 말하면되죠뭐^^
p.s 그나저나...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아내셨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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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조그만한 프로덕션을 운영하고 입장에서는 노랑 잠수함님께 그렇게 권해 드리고 싶지 않네요.
믿을 만한 약속을 하고서도 지켜지지 않는 것이 태반인지라....
진심으로 권해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어찌되었건... tv를 타게되면 염려하시는 후폭풍이 좀 있습니다
좋은 쪽의 후폭풍일수도, 나쁜 쪽의 후폭풍일수도 있겠지만은...
일단 전파를 타면 취소할수도 없지요
모쪼록, 여러모로 고려해보시고 좋은 선택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