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터키 친구들에게서 느낀 따가운 시선들 #1
2012.11.30 06:01
몇일 전부터 터키 테니스 강사의 절친의 여친이 저와 한번 이야기하고 싶다더군요. 테니스 강사들에게는 제가 항상 도움을 받고 있어서 일이 있을 때마다 시간을 내주려 하는데요. 그 터키 여자분이 한국에서 받아온 어떤 한국어 그림책이 있는데 이 내용을 꼭 이해하고 싶다고 합니다. 저는 걱정말라고 내가 금방 다 읽어서 영어로 해석까지 해주겠다고 호언장담했죠.
그리고 오늘 제 수업이 있기전에 잠시 그 분과 로비에서 만났습니다. 다른 터키 강사들과 우리반 여고생 학생도 다들 그 신기한 한국어 책 소개를 보려고 삼삼오오 모였죠. 그리고 그 여자분이 가방에서 책을 꺼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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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겉 모양이 조금 이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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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싸!! 이건 신윤복의 기생 많이 나오는 미니 병풍 그림책입니다.
옛날 한국 남녀들은 이렇게 하고 놀았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게 아니라 음주가무를 즐기는 부자 남자들을 위한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그린 책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 ... "게이샤?" 라고 묻더군요. 전 뭐라고 답을 못하고 그냥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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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병풍을 돌리자 본격적으로 글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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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로비에 모여있던 모든 터키 사람들은 자기네들이 전혀 못알아보는 이 문자들을 제가 어떻게 해석해줄지 호기심 가득찬 눈으로 저를 말똥말똥 쳐다보네요. 전..
"이건 1000년도 더 오래된 고대문자라서 지금은 다 해석하기 힘들고 전문가가 아니면 띄엄띄엄만 해석할 수 있어."
라고 얼버무리고 제가 아는한도에서 띄엄띄엄 글자를 알려줬습니다.
"이건 눈 설"
"이건 사람 인"
"이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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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넌 왜 한국에서 사온 책도 못 읽니? (-_-;;;;) ' 라는 눈초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코멘트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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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P
11.30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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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이아빠
11.30 07:37
"한국풍속회화도" 같네요. 내용은 아래 회원님께서 ....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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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안에 어여쁜 여인들과....날림한자라 ㅠㅠ 못알아보겟네요 (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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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즈곤
11.30 08:17
이건 아시아의 라틴어 로 된 책이다라고 말씀해주시면 이해할거 같습니다만,
하긴 터키애들은 아랍어로 된 책이다라고 하면 말이 될까요? 코란은 아랍어로 된거라. 하긴 터키사람은 터키어가 따로 있기는 하겠습니다만. 근데 그림이 이쁘네요.
글자와 뜻은 재미있을거 같은데요. 연애 로멘스 소설같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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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하늘
11.30 08:52
ㅎㅎ 솔직이 인정하시면 될 듯...
베트남도, 태국도... 한자 영향권이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언어가 되 버린것 같은데요.
우리에게는 한글이 있으니깐요 ! 힘 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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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렁뚱땅
11.30 10:02
한국 책이긴 한데, 읽을 수 가 없는...
고생하십니다.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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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사랑
11.30 10:02
터키어로 이야기 하세요..ㅋㅋㅋ
Coook eski korece ama korece degil cince!
kore cook eski icin cinda aini
뭐 이런식으로 이야기 하면 안될까요..
터키가고 싶네요...
터키 어디계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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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haba
터키말 정말 잘하시네요. 저는 여기 살아도 못해요. 지금은 임시로 Izmir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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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린다옹
11.30 10:47
아타튀르크가 문자개혁하기 이전에 터키는 아랍 문자를 사용했었던가요?
문자개혁 이후 대충 80~90년 정도 지났는데 그 터키인에게 이렇게 말해보세요
너 아랍 문자로 쓴 글 읽을 수 있냐고 말이죠
이 책에 씌여진 문자도 터키의 아랍 문자와 지금의 터키 문자와의
관계 같은 것이라고 말하면 이해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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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madism
11.30 10:55
+1... 전혀 쪼실 필요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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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주식회사
11.30 11:25
携妓踏楓과 月夜密會가 보이는 군요.
月下情人이 안보여서 아쉽네요.
그림에서 표현되는 사람의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이 전달이 될까요??? -
한자어에 조의가 깊으시네요.
앞에 그림은 기생이 잔뜩 있던데, 뒷면의 글이랑은 깊은 관계가 없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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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이아빠
12.01 06:44
조의 => 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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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발이
11.30 13:16
오스만 트루크어를 시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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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파리님께서 한국화에 대한 조예를 기르셔야겠어요.
오주석 선생님의 '한국의 미'라는 책을 권합니다. 한국 미술에 대해 눈을 확 뜨실 겁니다.
일례로, 서양의 그림은 글 쓰는 순서대로 시선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하지만,
동양의 그림은 글 쓰는 순서에 따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합니다.
그림을 그렇게 봐야 제대로 느낌이 옵니다.
그리고, 저도 저 글자들은 못 읽습니다. 그래서 그림 얘기만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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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개별 스토리가 하나로 묶은 것 같은 느낌은 받았습니다만, 읽는 순서가 있었군요.
그 책은 다음에 한국에 들어가면 한번 구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모르고 사는 것 보다 대부분 추천받은 책들이 좋더라고요.
ㅎㅎ 파리님 제대로 당하셨습니다. ㅎㅎ 그런데 책 제목이 궁금하긴 하네요. 저도 대륙어는 무지해서...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