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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 영어선생님...

2014.08.27 11:03

midday 조회:1836

학교 체벌은 이제 용납할수 없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지만, 옛날엔 별로 관념이 없었더랬죠. 그런데, 매를 맞고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선생님이 혹시 있으셨나요?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에 한 영어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엔간해선 매를 들거나 하지 않으셨고, 수업시간에도 항상 재밌게 잘 가르쳐주셨습니다. 만화에서처럼 항상 웃는 얼굴을 하진 않으시지만, 엔간해선 찡그린 얼굴을 하지 않았던걸로 기억합니다.



이 선생님이 특별히 기억나는 이유는요...


간혹 이 선생님이 매를 드시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맞고 나서도 아무도 그 선생님을 흉보지 않더군요. 다들 "내가 맞을 짓을 했어"였습니다. 반에서 좀 논다는 얘들도, 이 선생님에게 맞고 나서 거기에 대해 뒷다마를 까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이것만 해도 참 놀라운 선생님이시죠.



어느날 학교에 완전히 미친 1학년이 들어왔습니다. 듣자하니 학교 권력과 관련있는 사람의 친척관계인 모양이더군요. 저희 고등학교는 교내폭력에서 상당히 자유로웠습니다. 두번 좀 큰 사고가 있었는데, 시작이 충격적이었지 결과는 아름다웠을 정도니깐요. 그런데 그 녀석이 들어오고 학교 분위기가 개판이 되었더군요. 집단을 이루어 선배고 후배고 다 패고 다니고... 아무도 그 녀석을 건들지 못하니깐요. 소위 교무실에 끌려가면 지갑에서 카드 꺼내는 놈이었습니다. 다행히 선생님들이 매수당하진 않았습니다. 저희 고등학교는 교무실이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오픈되어 있기도 했구요.


그러다 어느날, 영어선생님께서 그 녀석을 체벌했다고 합니다. 다른 학생들에 비해 전혀 봐주질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얼마 후, 그 선생님은 계열 공고로 전근을 가셔야 했습니다. 국영수 위주의 교육체계에서 영어선생님이 학기 중간에 공고나 상고로 전근을 가는건, 말 그대로 좌천이었습니다. 그 당시 체벌때문에 징계받는 경우는 거의 없던 시절입니다. 심지어, 학생 허리를 때려 불구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 "사랑의 매" 판결로 무죄가 난지 얼마 안된 시점이었죠. 결국 체벌이 문제가 아니라 그 학생을 벌한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났습니다.



그 학교에 가서도 그 선생님께서는 잘 사셨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선생님이 몰래 구석에서 쭈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고 계시더라는 이야기에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냥....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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