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그 어려움
2011.06.08 11:29
안녕하세요. 우산한박스 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1만번째 글을 향한 작은 몸짓이라고 생각해주세요 ㅎㅎ
카자흐스탄에 있던 시절부터 전화로 한국에 있는 같은 과 동생을 사귀기 시작한게 어느덧 세월이 흘러흘러 1년이 좀 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별 별 일 들이 다 있었죠.
카자흐스탄에 파견되어 있느냐, 시작한 날부터 석달간은 전화로만 연락하고 얼굴은 볼 수 없었습니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어려운 일이 생겨도 도와줄 수 없었지요.
그러다 찌는듯한 여름에 돌아왔는데, 1년만에 얼굴을 보아서 그런지 낯설기 그지 없었습니다. ㅋㅋㅋㅋㅋ
' 아.. 이 사람이 내 여자친구란 말이지..? '
무슨.. 부모님이 점지해준 약혼녀를 사진으로만 보다 실제로 만난 느낌이랄까요;
아무튼.
그리고 나서도 여자친구는 생활비를 버느냐 휴학을 했습니다. 저는 복학을 했구요.
그래서 생활 패턴이 달라서 일주일에 한번 얼굴을 보는게 고작이었습니다.
저는 그에 늘 불만을 토로했지만, 여자친구는 일주일에 하루 쉬는 자기를 이해해주지 못한다고 했었죠.
뭐.. 이해는 합니다만.. 참.. 내 마음도 이해해 달라고!!
그러다 올해 1학기에 여자친구가 복학을 해서 본격 CC질을 하게 되었습니다.
CC라는게 참 양날의 칼이더군요. 붙어 있어서 좋고, 붙어 있어서 힘듭니다.
저는 기숙사에 살아서 기숙사밥을 먹고 살아야 하는데, 학교에 친구가 별로 없는 이 아이를 혼자 밥 먹으라고
덩그러니 놀 수 없어서 할 수 없이 점심과 저녁에 가끔 기숙사 밥을 포기하고 이 친구와 밥을 먹습니다.
아아 돈.. 내돈..
처음엔 질투라는게 뭔지 몰랐는데, 이 친구에게도 질투라는게 있고, 제게도 있더군요.
저도 제가 그런거 없는 쿨한 남자인 줄 알았답니다. 껄껄.
다른 남자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걸 보면 불끈불끈합니다. 사실 별 일 아닌데 말이죠.
왠지 제게 보이는 웃음보다 더 밝아보여서일까요? (남의 떡이 커보여서 그런가..)
그런데.. 어느 날.. 여자친구도 한 마디 하더군요.
" 오빠는 나 이외의 모든 여자들에게 친절한것 같아요. "
" OO(여, 23세)나 XX(여, 22세)랑 이야기 할 때는 잘만하면서, 왜 나랑은 말이 없어요..? "
음;;;
그건 말이다.. 갸들은 다른 여자잖니 ㅋㅋㅋㅋㅋㅋ
농담이고. 사실 그건 좀 가식이죠.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 여자친구에게 가식을 떨 필요는 없잖아요..?
반성해야 할 부분도 있긴해요. 다른 여자들이 아프거나.. 뭔가 변화가 있을 때는 아주 빨리 알아채는데 ㅋㅋㅋ
여자친구가 그러면 잘 몰라요 -_- 그건 이 아이가 원래 표시를 잘 안해서 그렇긴 한 면도 있지만.. 제게도 문제가 있는 거겠죠.
대개 이런 걸로 싸우고..
때론 CC라 같은 수업을 듣다가 투닥투닥 합니다.
팀 프로젝트를 각기 다른 팀에서 수행하는데, 최종 발표 때, '암묵적 담함 - 서로 질문 안하기'를 했는데 제가 룰을 깨고
냅다 공격성 질문을 퍼부어서 그 팀을 초토화시켜버렸거든요. 깜빡해서...
휴.
우리는 대개 제가 싫은 걸 싫다고 말 안하고 기분 상한것을 기분 상한다고 말 안해서 싸웁니다.
늘 제가 말이 없어서 문제라는 거죠.
이걸로 거의 6개월은 전투를 벌인듯 합니다.
참 답이 없는 문제인데 말이죠. 제가 원래 이런 사람인데 왜 이해안해주는지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저는 그 아이를 가능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하는데 말이죠.
(다른 여자에게 절대 용납 못하던 것도 OK해주고.. 덕후질도 OK해주고.. 그랬는데..)
휴우휴우. 어제도 기분이 좀 상해서 들어왔습니다.
복잡한 기분인데 이걸 어떻게 화를 내야할지 모르겠어서, 화를 내면 또 내가 너무 옹졸해 보이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그냥 입을 다물고 일찍 들어와버렸죠.
참 어렵습니다.
모든걸 다 말하라고 하는데, 다 말할 수 없잖아요..?
음. 너무 좋은 사람이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라, 쭉 같이 길을 걷고 싶은데, 가끔은 뒤 돌아봅니다.
이걸 어찌해야하나 -_-
연애도 이런데, 결혼은 얼마나 힘든 길일지............
그래도, 저는 이 사람이 참 좋고, 같은 길을 걷고 싶습니다.
무심해보이고,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사람 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를 늘 아껴주고 있거든요
가끔 그게 슬쩍 엿보일 때,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코멘트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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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한박스
06.08 15:25
ㅎㅎ 넵. 명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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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강
06.08 11:53
자~ 이제 어려움을 말해보시죠!
제가 보기에는 그냥 아름다운 사랑다툼 밖에 안보이는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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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한박스
06.08 15:27
ㅎㅎ 감사합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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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경
06.08 12:10
자랑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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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렁뚱땅
06.08 12:25
전 일단 어렵기라도 해보고싶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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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
06.08 12:45
서로 솔직하게 말씀을 나누셔야됩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는게 얼마나 용기를 필요로 하는지 몰라요.
내 패를 보여주지 않고 상대방 패를 볼려는 것은 욕심이지요 -
우산한박스
06.08 15:23
여자친구의 불만이 그거죠.
자기는 다 열었는데, 넌 늘 닫고 있다! 죠.
제가 힘들어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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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 하면 좋은것은..
- 싸우면 주변에서 알아서 말려준다 (?) 안그러면 지들이 더 피곤하니까..
- 싸워도 계속 봐야한다.. 안그러면 수업 땡땡이치는 꼴이라.....
- 안봐도 비디오, 안들어도 오디오.. 굳이 설명이 필요없다는..
안좋은것은..
- 내 사생활은 안드로메다로~~
- 위에것 빼고 전부다 ..
이상 1학년 5월에 같은과 같은학번 CC로 만나서 8년 지지고 볶다 지금 평생 지지고 볶는 사람 이야기 임다. ^^;;;
알흠다운 사랑 하시길~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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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한박스
06.08 15:22
ㄷㄷㄷ 부러우면서도 무섭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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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써보세요.... 한번에 주~ㄱ 써서 주지말고, 쓰고 지우고... 정리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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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한박스
06.08 15:23
가끔 이메일이나 손편지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도..
뭐 사람이란게 욕망의 동물이라 그런지.. 늘 서로 부족함을 토로하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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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샛별
06.09 00:29
"사랑은 구속이다." 라고 하더군요.
특히 여자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시는 듯....
그래서... 제가 연애를 못해요. 옛 여친과 헤어진 이유이기도 하구요.
음.. 솔직히 정독하고 생각한 건 아닙니다만.. 원칙은 있습니다.
내가 제일 약했을 때.. 그리고 나와 멀리 떨어져 있을 때... 그 때 내 편이 진짜 내 편입니다. ^^
연애라고 다를 바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