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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여행 후기

2011.10.04 08:34

맑은샛별 조회:1061


2011. 09. 15 ~ 16

( 모든 사진은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영월 여행 후기 》

 

 

추석 연휴를 끝내고 바로 영월 여행을 결심하게 된 것은 새벽녘에 바닥을 보였던 술병을 멍하니 바라보며 아쉬움을 삼키고 있을 때였다. 오래전 읽었던 단편 소설하나가 생각났다. 작가 이름도 소설 제목도 생각나지 않았지만, 소설 속 등장인물인 “하진우”와 그가 겨울이면 찾아 갔던 “어라연” 만큼은 뚜렷하게 떠 올랐다. 겨울이면 동면하는 인간 “하진우”, 그가 동면에 들어 갈 장소로 선택했던 영월 “어라연”. 물위로 보이는 물고기의 비늘이 비단 같다고 하여 어라연이라는 지명이 붙었다고 했다. 그곳은 강이기도 했고, 섬이기도 했으며, 연못이라고 했다.

 

 

     시간은 이미 아침을 맞이하는 5시를 향하고 있었다. 서둘러 짐을 챙기고 짧은 단잠에 빠져 들었다. 아침 8시 30분. 아침 식사를 거른체 영월로 내달렸다. 포항에서 영월까지는 4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간단히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한 후 안내소에서 영월 지도를 구했다. 수많은 박물관들, 그리고 명승지들……. 영월 관광 일정을 계획하며 “어라연”은 내일 아침 일찍 다녀오기로 했다. 영월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선암마을로 향했다. 선암마을은 한반도 모양의 지형으로 인해 많은 사진사들이 촬영하고 싶어 하는 곳이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머리에 이고서 한반도 지형의 모습을 담았다.

 

        

 

 

   다음 목적지는 “세계 민속악기 박물관”이었으나 굳게 닫힌 박물관 문을 열리지 않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방절리 서상 안쪽에 위치한 선돌을 보러 갔다. 선돌은 소나기재 정상에 주차 한 후 걸어 들어 갈 수 있었다. 주차장에서 얼마 걸어가지 않아 선돌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타났다. 영화 “가을로”의 촬영으로 유명한 영월에서 하나의 바위가 갈라져 두 개처럼 보이는 “선돌”은 우람하게 소나기재 정상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선돌을 떠나 영월 장릉으로 향했다. 어린 단종의 유배지로 알려진 영월에서 장릉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바로 단종의 묘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영월 여행의 중심지가 되는 곳이기도 했다. 정자각을 보수하는 중이라 세세한 부분까지 둘러 볼 수는 없었지만 “신이 다니는 길”이라 이름이 붙은 “신도”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라 생소했다. 장릉을 촬영한 여러 사진들을 전시 한 공간이 있어 둘러보니 한결같이 멋스러움과 애환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단종에 대해 조금 더 알아 볼 수 있는 청령포로 향했다. 청령포는 단종이 유배생활을 하였던 곳으로 tv 프로 “1박 2일”에 방송이 나오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했다. 역시 입구에 1박2일 팀이 촬영을 하였다는 안내판이 보였다. 평일이라 그런지 찾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간간히 단체로 오시는 분들이 보였다. 어린 단종이 생활하던 청령포에는 관광객을 위한 나무 데크가 깔려있어 걷기엔 편했지만 자연스러운 멋이 사라진 듯 하여 아쉬웠다. 청령포를 둘러 본 후 영월읍내로 나오니 사거리 한편으로 인공폭포가 쏟아지고 있었다. 무더운 날씨는 여행을 하기엔 너무 쉽게 지치게 만들었다. 폭포 아래에서 더위를 식힌 후 동강을 따라 “어라연”으로 향했다. “별마로 천문대”에 들러 밤하늘의 별을 보려 했으나 마침 추석 연휴로 인해 휴관일이라는 소식을 들었기에 포기하고 “어라연”으로 향했다.

        

 

 

   동강 다리 아래에 차를 세운 후 새벽 늦게 잠들었던 탓에 피곤하여 잠시 눈을 감고 단잠에 빠져 들었다. 잠시 잠든 것 같은데 깨어보니 이미 주변에 어스름한 어둠이 내려와 있었다. 저녁 식사와 편히 잘 수 있는 곳을 찾아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마땅한 곳을 찾을 수 없었다. 한참을 해매이다 결국 포기하고 처음 위치로 돌아와 동강의 야경을 촬영하였다. 밤하늘의 별들이 쏟아질 듯 아름다웠다. 산위로 조금은 야윈 듯 한 달이 뜬 후 동강의 물소리는 더욱 은빛으로 울리는 듯 했다. 동강이 들려주는 자장가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어 어라연으로 향했다. “잣봉”을 지나 “어라연”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구두를 신고 다니기엔 너무나도 험했다. 가파른 경사로에선 밧줄을 잡은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산행을 준비하며 “물병”과 “등산화”를 챙기지 못한 실수를 어라연을 돌아 나올 때까지 나를 힘들게 하였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것은 동강으로 흘러드는 작은 개울물을 발견하고 목을 축일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어라연으로 내려와 동강을 따라 걷다보니 “농가”로 향하는 길목이 보였다. 다시 기억 속에 단편적으로 남아 있던 소설속의 풍경이 떠올랐다. 주인공 “하진우”는 어라연이 보이는 “농가”에서 겨울동안 신세를 지고 동면에 들어갔었다. 강가에 작은 배가 강물에 잠겨 있었다. 이제는 배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작은 배……. 소설 속에서 하진우를 태우고 어라연으로 향했던 배의 모습이 그려졌다. 한참을 걸어 나오니 “어라연 상회”가 나왔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곳에 젊은 아주머니 한분이 장사를 하고 계셨다. 시원한 음료와 물을 구입하여 다시 산길을 지나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 나왔다. 시간은 어느새 오후 1시를 넘기고 있었다. 저녁에 출근을 해야 하기에 서둘러 포항으로 돌아와야 했다. 조금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며칠 머물면서 영월의 이곳저곳을 둘러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많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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