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우리는 왜 불행할까?

2011.10.24 03:30

노랑잠수함 조회:776 추천:1

가끔 그럴 때가 있습니다.

내가 글을 써놓고도 스스로 '정말 잘 썼다.'라는 마음이 들 때...

제가 어제 제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나 했습니다.

해놓고 보니, 읽으면 읽을수록 정말 잘 썼다 싶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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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항상 불행하다고 느끼며 살까?

가끔은 행복할 때도 있었지?

돌아보면 정말 눈물이 날만큼 아름답고 행복했던 순간이, 돌아가고 싶은 때도 있지?

그런데 그런 행복은 언제나 금방 끝나버린다. 그 뒤에 나를 기다리는 것은 행복했던 순간이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끔찍한 고통...

언제 끝날까? 이 불행은...

언제쯤 나는 편하게 숨을 쉬며 고통스럽지 않은 잠을 잘 수 있을까?

 

인간은 생각을 하는 존재다. 어떤 현상, 상황이 닥치면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답을 찾으려 노력한다.

종종 드는 생각이지만, 어쩌면 우리가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 못한다면 행복을 느끼지 못하겠지만, 역시 불행하지도 않을 것이다.

행복이나 불행은 결국 우리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이니까...

 

행복과 불행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 차이가 무엇이기에 언제나 행복은 짧게, 불행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계속될까?

동화 속에서는 항상 그들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대요.”라는데, 왜 현실 속에서는 언제나 그 반대로만 갈까?

 

행복한 사람은 느리게 행동한다. 그 행복 안에 머물러야 하니까...

그렇게 오래도록 행복해지고 싶으니까 말이다.

사랑하는 연인이 데이트를 할 때는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그들이 서두를 때는 약속장소로 갈 때뿐이다. 부지런히 달려가서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고, 나란히 서서 걸으며 손을 잡게 되면 그 때부터 둘은 서두르지 않는다.

 

데이트를 하면서 번갯불에 콩 볶듯 그렇게 서두르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

극장을 향해 달음박질을 치고, 영화가 끝나면 서둘러 커피숍에 들어가 냉수 들이키듯 커피를 마시고, 빨리 빨리... 그렇게 데이트 하는 연인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

천천히 걷고, 커피 한 잔에 몇 시간씩 서로를 마주 보고, 공원길을 걷는다. 그렇게 그 안에 머무른다. 그게 행복이다.

 

불행한 사람은? 서둘러야 한다. 빨리 움직여야 한다. 밥도 물 말아서 들이 부어야 하고, 커피 따위는 마실 시간도 없다. 바쁘니 영화를 보거나 천천히 산책할 시간이 있을 리 없다. 그렇게 서둘러야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니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무언가에서 벗어나려는 사람은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겨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행한 사람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움직일 때가 있다.

언제? 바로 불행에서 벗어나는 것을 포기할 때다. 불행한데 움직이고 싶지 않은 상태, 불행하다고 느끼면서 더 이상 움직이고 싶지 않을 때, 우리는 포기를 선택한다.

불행이 너무 커서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다는 데에 생각이 미치면 우리가 선택하게 되는 것이 바로 포기다.

불행이 나를 압도할 때, 그런 불행이 끝도 없이 이어져 나를 압박할 때, 앞뒤 사방이 꽉 막혀서 숨도 쉴 수 없다고 느껴질 때...

사람은 자살이라는 방법으로 스스로를 포기하게 된다.

 

사람이 행복을 오래 지속시키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행복을 두고도 불행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 들어가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생명을 가진 동물은 움직인다. 한 자리에 영원히 머물 수 없다. 그게 동물의 속성이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움직여야 한다. 그게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속성이다.

아무리 크나큰 행복이라고 해도 영원히 그 안에서 살 수 없는 것, 그게 바로 인간이 불행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이유다.

피눈물을 흘리면서 자꾸 뒤를 돌아보면서 그렇게 인간은 떠나가는 거다.

 

불행, 슬픔, 아픔, 공포와 같은 부정적 감정은 우리의 심장을 빨리 뛰게 한다. 심장 쿵쿵 거리는 소리가 귀를 울린다.

우리가 달리거나 무거운 것을 들 때, 역시 심장은 빠르게 뛴다. 아쉽게도 몸을 움직여서 빨리 뛰는 것과 부정적 감정 때문에 그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 사이에 차이는 없다.

땀이 흐르고, 얼굴이 벌게지고 심장은 쿵쿵대며 뛴다.

우리가 불행하다고 느낄 때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어쩌면 빨리 뛰는 심장에 신체가 반응하는 것은 아닐까?

격하게 움직여야 빨리 뛰는 심장이 먼저 뛰고 있으니 몸이 거기에 맞춰 빠르게 행동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상상을 하면 뇌는 그것을 현실로 인지하고 반응한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의 몸이 빨리 뛰는 심장을 만나면, 그것이 감정적인 이유인지 육체적인 이유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렇게 빠르게 행동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또는 심장의 박동을 신체적 변화로 치환해서 불행하다는 감정을 잊기 위한 목적은 아닐까?

 

행복한 사람은 게으르다. 행복하니까 게으른 거다.

얼마나 게으른지, 그 게으른 만큼 그 사람은 행복한 게다.

그렇다면 불행한 사람은 부지런하다고 해야 하나?

적어도 행복한 상태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부지런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우리는 어려서부터 부지런해야 한다고 배웠다.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고, 학교 공부도 부지런히 열심히 해야 하고, 취직하면 일도 열심히 해아 한다. 그렇게 부지런하게 살아야 원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고, 그래야 행복하다고 말이다.

결국 우리가 부지런해야 하는 이유는 행복하기 위해서다.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보다 나은 상태로 나아가기 위해서 부지런해야 하는 거다.

 

지금보다 행복해지려고 한다는 것은 지금은 행복하지 않다는 것 아닐까? 아니, 적어도 지금 느끼는 행복보다 더 큰 행복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 조금만 게을러지자.

일주일 중 하루만, 하루 중에서 단 몇 시간, 아니 몇 분만이라도 게을러지자.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도 번개 맞은 것처럼 콩 튀듯 그렇게 벌떡 일어나지 말자.

두 팔 활짝 벌리면서 기지개도 펴고,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기도 하고, 포근한 이불의 촉감도 느끼면서 나른하게 그렇게 일어나자.

그럼 적어도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그 순간만큼은 행복할 테니...

 

밥도 서둘러 먹지 말자.

숟가락 하나 가득 푹푹 퍼서 볼 살이 미어지도록 밀어 넣지 말자. 씹는 둥 마는 둥 그렇게 꿀꺽 삼키지는 말자.

천천히 씹고, 반찬도 이것저것 먹자.

그렇게 밥맛을 음미하고, 반찬에 들어간 양념가짓수도 세어가며 느리게 먹자.

원래 밥은 천천히 먹어야 한다. 그래야 체하지 않는 법, 느리게 먹자.

밥 다 먹고 나서 속 더부룩해서 소화제를 찾아야 하는 미련은 떨지 말자.

하루 세 번, 밥 때만큼은 느리게...

먹는 행복도 제법 그럴 듯하다.

 

가끔은 산책도 하자.

빠르게 땀 뻘뻘 흘리며 달리기 하는 것 말고 그냥 천천히 걸어도 보자.

매일 다니는, 재미없고 바쁘기만 한 그 길 말고 무심히 지나친 골목길, 집 앞 야트막한 동산에라도 올라가 보자.

손목시계 따위는 빼두고, 딱딱한 구두도 벗고, 갑갑한 양복 따위는 벗어버리고...

느슨한 옷가지, 편하게 잘 맞는 신발, 그렇게 느리게 걸어보자.

내가 사는 동네에는 내가 모르는 곳은 의외로 많다.

여행한답시고 멀리 떠날 필요 없이, 우리 동네 숨은 곳을 찾아내보자.

그렇게 찾아낸 골목길 귀퉁이에 떨어져 있는 행복을 줍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불행에서 조금 멀어지는 연습을 하자.

행복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그런 연습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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