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을 한 번 돌아볼 때
2011.12.09 16:20
어제 있었던 일입니다.
은행 볼일을 보러 나갔습니다.
횡단 보도를 건너 길을 걸어가는데 누군가 차도로 한 걸음 들어가서는 뭐라고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위험해 보여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시각장애인으로 지팡이와 3,000원을 한 손에 들고
"시각장애인입니다. 택시좀 잡아 주세요"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인도로 올라오게 하고는 사연을 물어보았습니다.
길을 잃었는데 여의도 국회 앞 국민은행 건너편으로 가야한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지금 있는 곳에서 그곳이 머냐고 물어봅니다.
전재산이 3,000원인데 택시로 그곳까지 갈수 있나고 물어봅니다.
제가 그 사람을 발견한 곳에서 원하는 곳까지는 꽤 먼 거리였기에 그리고 한 번에 가는 버스가 다행히 있기에 버스를 타고 가라고 권했습니다. 그랬더니...
"버스 타면 욕만 먹어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3,000원으로는 택시로 갈 수 없는 길을 그러면 어떻게 하려고 물으니 우선 택시를 타고 기사님께 부탁해 보겠다는 것입니다.
마땅한 해결책이 생각나지 않아 우선 택시를 잡았습니다.
그 사람은 뒷 좌석에 탔고 저는 앞문을 열고 택시 기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예상 요금을 물으니 약 7,000원 ~ 8,000원 정도 나올 것 같다고 합니다.
5,000원을 주고 혹시 요금이 더 나오더라도 부탁드린다고 하고는 떠나 보냈습니다.
저도 은행 마감 시간이 가까웠기에 그렇게 밖에는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돌아와 생각해 보았습니다.
버스 기사에게는 욕먹을 것이 두려웠는데 택시 기사에게는 부탁을 해보겠노라는 생각이 들게 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얼마전 버스 기사의 선행이 뉴스에 나온 것을 보았습니다.
역설적으로 그 만큼 버스 기사들의 불친절이 만연해 있다는 뜻도 되겠지요.
이런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버스를 타서 여러 사람 앞에서 눈총을 받고 안 좋은 소리를 듣느니 차라리 택시기사 혼자에게 당하는 것이 낫겠다?
그 사람을 태우고 출발한 택시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왜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을까? 경황이 없어서겠지.
바라고 도움을 준 것은 아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말 한 마디면 되는데 ...
잘 하셨네요.
불편한 분들의 사정을 우리가 잘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