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 않게 WRC(세계 랠리 챔피언십) 한 판을 뛰었습니다.
2012.01.02 19:20
정말 제가 WRC 드라이버가 되어 WRC에 나갔다고 생각하시면 '김정은은 세계를 통치하는 나이스가이다'고 믿는 것과 같습니다.^^
12월 31일에 가카의 고향이라고 주장하며, 가카의 형님이 지배하는 도시, 포항이라고 쓰고 가카시티로 읽는 곳을 갔습니다. 서울에서 9시 30분에 떠나 세 번의 휴식(그 가운데 한 번은 한 시간 가까이 자고 왔습니다. 졸음 운전은 사고를 부릅니다.)끝에 포항에 도착했습니다. 그게 1월 1일 3시 30분.(2012년 새해는 경북 선산휴게소에서 맞았습니다. 김치라면은 별로였습니다만.^^)
호미곶에 도착하니 2km 밖부터 교통 통제를 하여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냥 오른쪽과 가운데 차선에 주차를 하고 기다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두 시간 정도 가면을 취한 뒤 6시에 호미곶으로 걸어 이동했습니다.
아주 슬프게도 일출은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수평선에 구름이 짙게 끼어 수평선에 걸린 해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수만명이 모인 호미곶에 비탄의 목소리 한 번... 그런데 약 20분 정도 뒤에 구름 위로 붉은 태양이 보였습니다. 다시 탄성 한 번. 그 사진은 올렸지만 사실 폼나는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가카라는 구름을 뚫고 나온 희망이 생각보다 멋지지 않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태양은 결국 구름을 뚫고, 아니 위로 넘어 떴습니다. 가카산성을 넘는 기개로 2012년을 보내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합니다.
해돋이는 사진관에 올린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어드벤처(?)는 지금부터입니다.
해돋이를 보러 온 사람들이 한 번에 빠져 나가면... 그나마 길을 4차선으로 확장했다고 해도 지옥을 보는 것은 분명합니다. 실제로 도로에 '주차하지 않은 차량' 가운데 엔진을 끈 차가 켠 차보다 더 많을 정도로 길이 안나갑니다. 하지만 저는 작년에 여기를 왔던 분께 '이 시기에는 산을 타고 넘는 임도(林道)를 개방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주차장이 된 길 옆으로 난 임도를 가볍게(?) 탔습니다. 자주 왔던 분들도 있는지 이 길은 꽤 사람이 탔습니다. 그렇지만 정체를 일으킬 정도로 많은 사람이 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리 임도라지만 도로 상태가 참 재미있습니다. 비포장이라는 설명은 들었지만 이건 작은 랠리 코스 그 자체입니다. 일단 방향만 대충 일직선으로 그어 놓았지만, 실제로는 중간에 텅 빈 곳으로 나오는 산등성이 구간을 돌고 돌아서 왔습니다. 대충 거리는 14~15km 정도이니 결코 짧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도로 상태는 완전 흙길이 아닌 돌멩이가 어느 정도 깔린 전형적인 산길이기에 랠리 코스라고 해도 농담이 아닐 정도입니다.
물론 폭이 겨우 세단 승용차 한 대 갈 정도의 폭에 불과하기에 진짜 랠리 코스로 부르기는 뭣하지만 고저차가 꽤 심하고(그냥 올라왔다 내려가는 것이 아닌 산등성이를 따라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합니다. 어느 정도 올라가면 가드레일도 없는 산길에 낭떠러지가 보일 정도이니 작은 랠리 코스 저리가라 할 정도는 됩니다. 그래도 가끔씩 이러한 목적으로 쓰이는 도로인지 나무로 된 이정표도 가끔씩 보입니다. 점프 코스만 없지만(밟으면 점프할 곳은 넘쳐납니다만) 헤어핀 커브를 비롯한 랠리 코스에 있을법한 급커브는 꽤 있습니다.
도로폭이 너무 좁고 비포장 도로 상태가 나빠 다들 30km/h 이상 속도를 내는 것은 미친짓으로 생각했는지 이 정도 이하의 속도로 기어서(?) 넘었지만, 나름대로 즐겁게 도로를 넘었습니다. 그리고 산을 내려오니 쫙쫙 뚫리는 도로가 기다리고 있었기에 나름대로 기분은 좋았습니다. 다만 타이어와 차체에 꽤 데미지를 준 것은 걸리는 부분입니다.
으아~ 14킬로를 달리셨다면;; 대단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