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 학생이랑 야간 테니스 치러 갑니다. --후기 추가
2012.03.03 01:24
지난 주에 말씀 드린 그 여학생이 사실은 터키 사람이 아니라 구소련 어느 국가에서 왔다네요. 어쩐지, 저나 다른 터키 수강생들보다 몇배는 강했던 그 파워는 왠지 사라포바 사촌쯤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자기는 러시아 국적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 스윙의 강인함만은 이어받은듯 해요.
테니스 코트가 너무 외진 곳에 있으니 밤늦게 테니스 끝나면 제가 차로 바래다 준다고 했거든요. 그러니 부탁한다네요. 요즘 눈이 많이 와서 여기저기 쌓였는데요. 자기차는 스포츠카라서 바닥이 납작해 눈길에는 못 달린다고 합니다. 외국 학생이 돈은 어디서 나서 그런 차를 사는 지도 궁금하네요.
참으로 저의 호기심천국을 자극하는 학생이랑 잼나게 치고 오겠습니다.
--다녀온 후 후기
Azərbaycan에서 오신 여학생 이시더군요. 국가 이름은 물론이고 평소 언행에서 상당히 강한 포스가 느껴집니다.
밤 9시 약속인데, 30분전에 저를 불러내셔서 제가 언능 차끌고 나가고 있었거든요. 제가 운전할 때 도중에 한번 더 전화가 오길래 근처면 픽업해서 같이 코트로 가자고 설명하고 있는데, 제말은 무시하고 다짜고짜 도착했냐고 안 했냐고만 묻더군요. 초면에 강하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생각을 하면서 무사히 코트에는 도착했습니다.
같이 단식을 치는 도중은 정말 한 스윙 한 스윙이 힘들었습니다. 그 분은 프로한테 8년을 배웠다고 하는데요. 넘어 오는 공 하나하나가 모두 어찌나 빠른지 제 양손에 손목 보호대를 찼는데도 충격 완화가 잘 안되라고요. 조금 치다가 제 포즈를 고쳐줬습니다. 지금 제 포즈에서 더 공을 빠르게 치려면 라켓 각도가 중요하다면서 제 뒤에서 제 양손을 잡으시고 가르쳐 주셨는데요. 한국 드라마에서 잘 나오는 남자 강사가 뒤에서 여자 골프 수강생 스윙 포즈 잡아주는 느낌이랄까요? 차잇점은 제 뒤에서 그 여학생분이 제 손목을 잡고 지도를 해주셨습니다. 잘 들어 보면 정확한 지도였습니다. 각도를 줘야 공에 스핀이 더 들어가서 바닥에 가깝게 날라가니 받아치는 사람이 힘들다.. 라는 이론이었습니다.
그 뒤로도 한시간 반을 꽉 채워서 같이 단식을 치는 동안 참 재미있었습니다. 그 여학생님은 왼손잡이로 모든 포즈가 멋있고 파워도 엄청나게 강했습니다. 그렇게 빠른 공에는 제가 아직 경험 부족인지 받아 칠 때마다 그 충격이 손목, 팔을 통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번 받아 칠 때 마다 관절 마디마디가 쑤시는 경험을 했습니다. 들고 치시는 라켓도 사라포바가 쓰는 브랜드 라네요. 저는 처음 들어보는 '프린스'라고 합니다.
나중에 제 나이를 묻길래, 제가 그 여학생보다 10살이 많다고 하니 놀라더군요. 그래도 끝까지 저는 참한 수강생 기분으로 지도를 잘 받고 왔습니다. 나중에는 제가 답례로 그분 댁까지 모셔다 드리고 왔네요. 집앞에는 정말로 눈속에 파뭍혀 있는 스포츠차가 있더라고요.
일요일날 정규 수업시간에 다시 보기로 하고 오늘밤에는 잘 인사하고 헤어졌습니다. 참 강한 분이세요.
코멘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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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mubamu
03.03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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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부럽 ㅜㅜ 저는 그 대신 테니스 중계보며 아쉬움 달랩니다.
좀 전에 페더러가 델 포트로에게 7:6 7:6 으로 이기고 두바이오픈 결승 진출!
내일 머레이와 결승전입니다. 페더러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페더러 포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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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kim
03.03 02:32
제가 대신 해 드리면 안 될까요? 저 잘 가르치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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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니
03.03 11:02
부러우면 지는거겠죠?
근데 뭐에 지는 아시는분 손~ -
대머리아자씨
03.03 11:22
썼다 지웠는데, 이런 댓글이 제일 좋을 것 같아요.
ㅋㅋㅋ
낄낄낄
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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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넷
03.03 12:12
동안 자랑 글이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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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나무
03.03 14:05
저는 파리님 글을 읽다보면 자꾸 홍상수영화 "밤과낮"에 나오던 파리가 생각나요~ ^^ 부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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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는 사진 첨부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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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를 모르시다니..
예전에 브룩쉴즈가 테니스치던 사진의 라켓도 프린스입니다..
어흐헝 부러워서 우는게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