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purity 님의 글을 읽다가...

2013.05.21 00:23

노랑잠수함 조회:841 추천:1

별 생각없이 댓글로 적었는데, 이게 점점 길어지는 군요.

결국 이렇게 따로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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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막연하게나마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1. 어쩌면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이 나라에서 오래도록 유지되어왔던 군왕제가 강제로 폐기되면서

우리는 왕이라는 존재와 정상적으로 이별을 할 정서적 완충기를 갖지 못한 것 아닐까?

몸은 21세기, 민주주의 국가 체제 안에서 대통령을 직접 손으로 뽑는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정신은 아직 군왕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닐까?


일제시대를 거치지 않았다면 아직 군왕제를 유지하고 있거나, 별도의 합의 과정을 거쳐 폐지했겠죠.

그랬다고 한다면 지금 이 나라의 대통령제는 훨씬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을 겁니다.


2. 언젠가 자게에 한 번쯤 언급한 것 같은데, 나이 드신 분들의 설명이 불가능한 "박통사랑"의 근원은

어쩌면 대한민국 근현대사에서 발생한 비극, 그리고 그 비극을 털어내지 못하고 감내하며 살아야 했던

사회구성원이 갖고 있는 집단 스톡홀름 신드롬이 아닐까?


가장 보고싶은 대통령 1, 2위에 노통과 박통이 나란히 자리를 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누가 1위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네요.)

이 나라 정치사적인 측면에서 정말 대척점에 있는 분들 아닙니까?

노통은 '대통령도 충분히 인간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박통은 '스톡홀름 신드롬'이 아니고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사례 아닐까 싶습니다.


3. 지금 보수라고 꼴사납게 설쳐대는 인간들이 취하고 있는 스텐스를 보면, 정말 똑똑하게 제 밥그릇 챙기고 있다.

결국 그들 역시 진실이 밝혀졌을 때의 충격이 무서운 것.

그러다 보니 무슨 수를 쓰든 현실을 유지 발전해야 하고, 진실에서 멀어지게 해야 하는데, 그러기에 가장 좋은 게 바로

시끄럽게, 감정적인 싸움만 가득 일게 만드는 일이다.


사람이 이성적이 되어야 잘잘못도 따져보고 차분하게 옳고 그름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기득권층은 바로

아웃이 되겠죠. 그들에게 그건 죽음이 되는 거다 보니 말이 되든 안 되든 뻥뻥 내지르고 감정과소비를 부추기는 겁니다.


특히 3번의 경우에는 진보진영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많습니다.

우선, 보수 진영의 목표는 아주 쉽고 단순합니다. "현실유지"

그에 반해 진보 진영의 목표는 복잡하죠. 진보라고 불리는 인사들에게 물어보면 그들이 원하는 건 기본적으로 '이상적인 민주국가 건설, 모든 인간이 사람 대접받는 세상' 정도입니다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우선 이상적인 국가에 대한 각자의 목표점도 다르고, 사람대접이라는 화두에서도 모두 약간씩의 온도차가 존재합니다.

어쩌면 기득권을 가진 보수 입장에서는 '현실유지'가 바로 '생존'입니다.

'죽지 않기 위해' 똘똘 뭉친 집단과 '사람답게 살기 위해' 모인 이들이 싸우면 당연히 죽지 않기 위한 집단이 이깁니다.


우리나라가 일제시대를 겪을 때, 항일독립운동을 하던 분들의 목표는 아주 단순했습니다. "일본 공격" 그리고 그것이야 말로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습니다.

 

625 내전을 겪을 때도 결국 우리의 목표는 하나였습니다. "공산주의 타도" 역시 생존을 위한 투쟁입니다.


박통 시절, 민주화 투쟁을 하던 인사들의 목표도 단순했습니다. "박통 하야, 민주 쟁취" 이 때도 역시 그것이야 말로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죠. 이건 나중에 전씨의 쿠데타에 대항한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도 똑같은 조건이 되어 치열한 싸움과 그로 인한 비극이 되는 거죠.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의 비극은 모두 생존의 문제였고,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말았다는 공통점도 있군요.


이제 대한민국은 표면적으로는 적어도 죽음의 공포에 떨어야 하는 공포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우리는 선거에서 이기면 권력자도 머리를 숙인다는 사실을 배웠고, 내가 원하는 제대로 사람대접받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그런 경험을 한 사람 중에도 분명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을 지닌 사람도 있고, 진보 성향을 지닌 사람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기득권, 꼴보수가 아닌 이들에게 보수냐 진보냐는 자신의 정치성향입니다. 개개인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기득권, 꼴보수에게는 다릅니다.
이들에게는 "보수"라는 허울로 가린 생존을 위한 투쟁입니다.

 

소위 21세기라는 시대에, 민주국가라는 나라에서 어쩌면 이렇게도 철저하게 공공권력이 한쪽 방향만을 바라보고 서슴없이 법을 유린할 수 있겠습니까?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끌어내려지면 돌 맞아 죽는다는 걸 아는 거고, 죽음의 공포가 그들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는 무기가 될 수 있는 권력이 들려 있기 때문이고요.

 

선거때만 되면 제가 유심히 관찰하는 게 바로 각 진영의 선거 구호입니다.
야당의 선거구호는 참 아름답습니다. 미사여구도 많습니다. 게다가 왜 그런 구호를 쓰는지 설명해야 하니 국민들을 가르쳐야 합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피곤하고 귀찮고 어려운 거죠.
반대로 여당의 선거구호는 참 쉽고 단순합니다. 쉽고 단순하니 설명도 필요없고 그냥 말하면 됩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귀에 잘 들어오는 거죠.

 

진보진영에서는 그런 여당의 선거전략이 유치하고 어이없다고 손가락질 하지만, 번번히 그런 유치하고 낮뜨거운 구호가 이기고, 그들의 전략이 먹혀들어가는 이유는 바로 '쉽고 단순하게 딱 듣고 싶은 만큼만 들려주는'데 있는 것 아닐까요?

 

지난 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의 구호가 뭐였는지 기억하시나요?
제 기억으로는 대충 "망가진 경제, 새누리당이 살리겠다.'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말은 결국 '잘 살아 보세.'입니다.
진보에서는 '경제 망친 놈들이 경제를 살리겠다고 한다'고 코웃음쳤지만, 국민들은 그 말을 믿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이겼습니다.

 

만일 제가 선거전략을 짜야 하는 자리에 있다면 이것저것 다 떼고 딱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부자 되세요." 말 그대로 '잘 살아보세.'입니다.


매번 선거때마다 여당이 재빠르게 이 구호를 선점합니다.
야당 선거전략은 이 지점에서 매번 지고 마는 거죠.

 

권영길이라는 이름을 기억하시나요? 그 이름 앞에는 꼭 이 문장이 등장합니다.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이 문장이 권영길이라는 이름을 유명하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그의 정치집단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어서 결국 실패했지만 말이죠.
제 생각으로는 야당의 선거구호 중에서 가장 뛰어난, 그리고 가장 성공적인 카피였다고 생각합니다.

 

일베, 오유로 우리나라 정치수준이 집단적으로 평가절하되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 이 부분은 전혀 걱정할 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심리 속성 상, 무엇이든 발을 담그게 되면 끝장으로 보려고 하는 면이 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등산을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전문 산악훈련을 받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 역시 취미 삼아 전각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서예까지 시작했습니다.

 

정치 관련 의견을 내보이는 것도 같은 측면에서 보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지 지금 극단으로 치닫는 부분의 문제는 그것이 자신의 만족을 넘어서 상대에게 고통을 주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다분히 치사한 정략적 목적으로 그들을 이용, 확대 재생산하는 기득권이 있고 그들에게 이용당하기도 한다는 점이 문제겠죠.

 

나름대로 말도 안 되는 해결책을 생각해봤습니다.

(가장 이상적이기는 한데, 현실적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 지금의 기성세대는 일단 포기하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그들이 진보든 보수든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바꾸거나 양보할 리는 절대 없으니 말입니다.
(저 역시 이 기성세대에 포함됩니다. "나는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것 역시 제 아집이겠죠. ㅠㅠ)

 

-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객관적인 사실의 나열만으로 역사 교육을 시행합니다.
(물론 이 부분에서 교과서의 문제가 등장하겠지만, 원론적인 부분만 이야기하는 거니까...^^)
그 사실에 대한 평가는 철저하게 교육대상자 개개인의 판단에 따릅니다.

 

- 입시경쟁 교육을 없앱니다.
가장 어려울 수도 있지만 반대로 가장 쉬울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대학을 통폐합하면 됩니다. 학교 이름도 프랑스처럼 1대학 2대학으로 바꿉니다.
그리고 입학시험을 없앱니다. 심지어 학력제한마저 없애서 정말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입학지원서 쓰면 입학하게 하면 됩니다.
그 후 졸업까지 매 단계마다 혹독하게 시험을 치러서 졸업을 바늘구멍으로 만들면 됩니다.

 

- 입시 스트레스 없는 상태에서 학생들에게 근본적인 교육을 합니다.
인문학, 철학, 문학, 음악, 미술 등의 학문을 중점 교육합니다. 영화 300으로 유명한 스파르타, 그 단순 무식하고 쌈박질만 할 줄 아는 근육덩어리 남자들의 나라에서 군사학과 함께 가르친 게 바로 문학과 음악이었다고 하던가요?

 

아마 교육만 이렇게 바뀌어도 지금 문제가 되는 왕따니 뭐니 하는 것도 많이 줄어들 겁니다.
학생들의 비이성적인 폭력문화는 그들이 받고 있는 비이성적인 공부 스트레스에서 기인한다고 봅니다.
입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쉽게 공부할 수 있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나아질 것 같습니다.

 

- 대통령제를 조금 더 보완했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연임제로 바꾸고, 대통령의 역할은 많이 축소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되도 않게 작은 땅덩어리를 쪼개서 물 먹일 생각같은 건 말 그대로 생각으로 끝내게 하고, 대통령이 무슨 나라 뒤집겠다고 설치지 못하게 하는 거죠.
대신 외교 분야에는 조금 더 힘을 실어주면 어떨까요?

 

저는 사실 우리의 정치 시스템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게 바로 지금의 대통령제입니다.
불가능하겠지만, 영국이나 일본과 같은 형태의 왕이 존재하는 편이 우리 국민들의 심성에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심리적 구심점 역할을 해줄 수 있으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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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말도 안 되는 꿈을 꾸는 노랑잠수함이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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