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했습니다.
2018.08.18 15:44
이직을 꽤 자주 하네요.
대전생활이 힘들어서 서울에 있는 직장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어찌 기회가 잘 닿아서 옮기게 되었습니다.
하는 업무 등등은 기존에 있던 직장도 꽤 잘 맞는 편이었습니다.
옮겨오는 회사에서도 옮겨나가는 회사에서도, 공통적으로 하는 질문이 '왜 이직하냐'였는데
답은 '대전 생활이 힘들어서'였습니다.
제 속마음 중 하나는 '직업안정성이 보장된 회사가 결코 안정적인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였습니다.
정년이 보장되는 회사에 다닌다는 건 마냥 좋은 일은 아니거든요.
생명체의 본질은 외부 환경에 대한 반응과 적응입니다.
인위적인 직업안정성은 외부 환경에 무감하게 만들고, 장기적으로 도태위험성을 높입니다.
가지고 있는 모든 돈을 단지 은행 예금에만 예치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은행 예금 이자는 인플레이션보다 낮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안정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100% 손실입니다.
인플레이션 헤지도 못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정년보장된 회사가 마냥 외부환경에 무던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외부환경에 무던해지기는 정말 쉽습니다. 환경이 그러니까요.
그런데.. 정년 이후에는요. 회사가 막아주던 환경이 끝나면 그 다음은 힘들어집니다.
수십년간 외부환경 변화에 상당히 둔감한 조직에 있다가,
그 어떠한 보호도 받지 않는 퇴직 이후의 삶을 생각하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외부환경의 풍파를 겪는게 옳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는 제 자신이 정년보장된 회사에 다닌다는게 기만적이었어요. :(
스스로 생각하는대로 행동하기 위해서 정년보장된 회사만큼은 나와야겠다고 다짐하고 나왔습니다.
이전 직장의 마지막날 밤이 싱숭생숭하더군요.
정부출연연구소 정규직 연구원을 때려치는 일은 생각보다 심리적으로 힘들었습니다. 크크크
스스로가 미친짓을 하는게 아닌가. 굴러 들어온 복을 걷어차는건 아닌가 싶은.
아무튼 그 심리적인 장벽을 걷어내고 나왔습니다.
옮긴 직장은 다양한 면에서 정상적인 조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더 겪어봐야 알겠지만 그간 경험한 회사 중에서는 가장 정신적으로 쾌적합니다.
몇 차례 이직을 하다 보니 직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습니다.
회사는 연봉도 중요하지만(노동의 역사를 보면 회사원은 노예계급에 가깝습니다. 같은 노예라면 삯이라도 많이 받아야.)
하루 중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매우 길기 때문에
회사의 문화가 개인의 사고방식과 생활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가령 돈을 많이 주지만 문화가 안 좋은 회사는, 금전적으로는 좋을 수 있어도 제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제 성격이 안 좋은 회사의 문화와 유사해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회사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1. 회사의 문화, 2. 지역, 3. 삯. 이 세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직하면서 바뀐 가장 큰 관점은 회사의 문화입니다.
나 자신에게도, 주변 사람에게도 큰 영향을 주는 중요한 가치라 생각합니다.
코멘트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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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날다
08.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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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LPHY
08.18 21:31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
SON
08.18 17:34
앞으로 일 잘 풀리시면 좋겠습니다~ -
SYLPHY
08.18 21:31
잘 풀리길 저도 바랍니다.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우선 축하드립니다. 그동안 쓰신 글을 보았을 때 대전을 떠난게 된 일은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안정성은 보상과 함께 career의 종착인 것 같습니다. 저는 젊은이들에게 꿈을 찾아 떠나라 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언제부터냐면, 인생 좀 살아보고 나서(직장생활 10년쯤 이후부터) 인것 같군요. 결혼, 육아 등 리얼리티가 피부에 닿자 결국 돈과 안정성 이외의 것은 모두 부차적인 것으로 되더군요. 시간은 흐르고, 환경은 변합니다. 그럼에도 job security과 reward가 변하지 않는 시스템.. 그것은 생명체의 궁극 목표라는 저의 생각은 변하지 않을 것 같군요. ‘시간은 흐르고, 환경은 변한다’라는 사실명제는 저에게 너무나 큰 힘으로 느껴집니다. 지금도요. 왜냐하면 개인의 흥미와 경쟁력을 무력하게 하는 무시무시한 힘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br /><br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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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LPHY
08.18 21:27
업계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제 분야는 연봉을 보면 사기업에 가야합니다. 보수적으로 40대 초반에 잘린다고 해도 생애소득을 따져보면 정출연 정년시까지의 소득보다 많은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제가 있던데가 연봉 최상위 정출연이었는데도 그런 상황이었구요.나중에 마지막 종착지로 정년보장되는 공기업은 괜찮겠지만, 아직은 그러기엔 너무 이른듯 하네요.
이 역시 업계나 정출연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스스로의 인격을 위해서는 이전 직장은 나오는게 맞았습니다.
돈이야 다른데서도 벌 수 있으니까요.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맑은하늘
08.24 02:21
어느정도 많이 공감하게 되네요 !
하지만 바른 방향은 아닌것 같아...늘 아쉽네요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하여...삶을 생존을 걱정하는 사회...중소기업 영세기업에 다니면 삶의 안정성이 상당이 불안해지는 사회
일과 보상이 ...기본적인 가족을 꾸리고...조그만 여유라도 부려보겠다면 부채가 동반되는 사회...
하여...안정된 곳만을 추구하는 모습
그러나 그 인원은 극히 한정되어있는 모습...
달라지기를/ 개선되기를/ 민주 .진보 정권에서는 수구정권보다는 시스템이 개선되기를...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기대하고...행동해야겠습니다 -
구름
08.19 10:20
축하드립니다 -
SYLPHY
08.20 01:22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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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kim
08.19 11:47
축하드립니다. 이직을 결정할 수 있는 그 용기가 부럽습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꾸 안주하는 제 자신을 뒤돌아 보게 되네요. -
SYLPHY
08.20 01:24
저는 이직을 자주 해서, 이제 좀 마음 붙이고 다닐데를 찾았으면 싶습니다.
현재로서는 만족도가 높지만 다녀봐야 진가를 알테니까요. ^^
이제 이직할 회사도 안 남은 것 같아서, 다음엔 아마도 창업이 될듯 합니다;;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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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산왕
08.19 14:59
오래 고민하셨던거 같은데, 좋은 결정을 하셨으리라 믿습니다. 결과도 좋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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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LPHY
08.20 01:24
이리 재고 저리 재도 답이 안 나와서, 결국엔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가는 곳을 선택했습니다.
좋은 말씀 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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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안
08.19 23:01
축하드립니다..!! 이직하신 용기, 이직이 가능하신 실력, 모든 게 맞아서 가능하신 거였겠죠 ^^ -
SYLPHY
08.20 01:25
여러 운이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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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하늘
08.24 02:22
용기와 실력..능력 ...젊음/
마니 마니 부럽습니다... -
hmc
08.20 00:31
축하드립니다. ^^ 옮기실 수 있는 분들이 부럽습니다. ㅎㅎ
저는 지역적인 문제때문에 늘 정신적인 안정이 안되는 상황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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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LPHY
08.20 01:27
저는 몇년 내로 어딘가는 자리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고(서울, 대전, 그 외)
어찌 운이 잘 맞아서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가는 서울에 일단은 자리 잡아보려고 합니다.
선호하는 지역과 일자리의 공급이 때때로 일치하지 않는 것 같아요. 대전에서 몸소 느꼈었습니다.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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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
08.21 02:05
축하 드립니다. 미국에서도 하는 말들이 있죠. 점프를 해야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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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하늘
08.24 02:23
아는이들 점프 많이 하더군요 !!! -
화이팅.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는 돈도 중요하지만 일이 재미있어야한다 입니다. 동료한테 치이고. 정치에 치이면 너무 힘들더라구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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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하늘
08.24 02:24
그넘의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는 사내 정치...
어려운/ 때로는 생존의 문제네요. jinnie님 화이팅하시길... -
왕초보
08.23 15:06
이직 축하드립니다. 미국 속담에..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라고하죠.. 저는 이끼가 제법 낀듯 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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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하늘
08.24 02:25
롤링 스톤즈 인가요 ! 어릴적 영어 문법책인가 교과서에서 본듯하네요 -
맑은하늘
08.24 02:16
먼저 새로운 선택 축하드립니다.
어느곳이건 자신과 맞지 않는곳에서...여러 주위의 시선과 안정된 모습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으셨을것이지만...
어느 지역에서의 스트레스가 . 삶에서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면...회원님의 결정에 한표 동의하고 싶습니다.
젊은날의 도전과 응전/ 새로운 모습에서의 여러 성취...
건승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옮기신 것 축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