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라보 첫 소감
2018.05.13 19:06
현재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루트인 일마존 직구를 통해 라보를 구입했습니다. (일본 아마존 특전 포함)
버라이어티 (6개 one box) 하다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1. 어린애 혼자서 하라고 만든 물건이 절대 아닙니다.
적어도 중학교 수준은 되거나 초등학교 고학년인데 과학상자 같은 걸 잘 만드는 과학소년 정도는 되어야 혼자 조립가능합니다.
아니.... 어른이라도 문과일평생 살아온 사람 + 손재주 없는 사람이라면 조립이 불가할 수준입니다.
처음 조립해본 RC 로봇은 상당히 쉬웠으나, 낚시대 조립시에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RC 로봇이 비교적 조립도 간단하고 가장 처음에 나오는 거라 미끼상품처럼 일부러 쉽게 만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낚시대는 어지간한 건담 HG 프라모델 수준 이상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2. 애보단 어른이 조립하는 걸 더 좋아합니다.
이과생 대학생이라면 아주 재밌게 조립하는 맛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조립 방식이 여러가지로 궁리한게 느껴지고 독특하거든요.
나름대로 공간지각능력이 있어야 하므로 종이접기처럼 건담 프라모델 조립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그런데 애는 싫어하더군요.... 이과생 소질이 별로 없긴 합니다만 -_-;
여튼간에 조립 난이도 만이 아니라 조립 취향도 이과생에 가까운 물건입니다.
이거 이름이 닌텐도 '라보' 였죠? 이름부터 이과충 냄새가 풀풀 풍기지 않습니까?
3. 분해와 재조립은 필연
라보 버라이어티 세트는 총 6개 조립하도록 되어 있는데, 문제는 부품을 서로 공유해서 쓴다는 것입니다.
RC카만 비교적 간단한 터라 조립해도 다른 거 만들 때 다시 분해할 필요가 없는데,
낚시대 같은 경우 모든 플라스틱 부품과 줄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거-피아노 같은 걸 만들려면 낚시대에서 줄을 뽑아내서 재활용 해야 합니다.
여기서 생기는 문제가 종이박스의 내구성인데, 조립하는 형태를 보면 파괴적인 형태로 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분해를 시도하면 헐거워져서 다음에 다시 연결하면 제대로 작동을 보장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중국에서 나올 플라스틱으로 된 내구성이 좋은 서드파티 제품을 반드시 구입하게 되리라 봅니다.
4. 게임은 의외로 재밌다
RC카 같은 경우엔 별로였습니다만 (애는 무섭다고 도망감)
낚시 게임은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낚시줄도 그럴듯하고 진동으로 감는 맛도 좋았고
물고기가 도망가 버리는 게임스러운 부분도 충분히 준비되어 있어서
한시간동안 고생하면서 조립한 보람이 있더군요.
다른 게임들도 전부 재밌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낚시대 하나로도 돈 보상을 한다고 느꼈습니다.
...... 문제는 이제 다른 거 조립하려면 낚시대 분해해야 한다는 거... _no
나중에 다시 하려고 해도 재조립이 두렵습니다.
뭐랄까... 만든 자들의 검은 꿍꿍내가 느껴지는 게임이었습니다.
정상적으로 제대로 된 제품 - 플라스틱으로 내구성이 보장된 - 으로 발매하기엔 컨트롤러가 비싸고
게임의 수준도 얕은 편입니다. 그걸 종이박스로 바꿔서 조립하는 재미를 느끼게 하면서
동시에 컨트롤러의 단가를 확 낮추는 묘수를 부리는 겁니다. 게다가 종이박스 재질 때문에 내구성도 거지같고
부품도 6종류 전부 다 넣지 않고 공유하도록 해서 더 빨리 부서지도록 해놨습니다.
제품의 내실을 다지기 보단 제품을 적절히 부숴버리니 오히려 상품가치가 생기는 마법인 셈입니다.
과연 교토 태생이라고나 할까요...
결론
위에서 언급한 대로 아이들만을 위하거나 바쁜 아버지/이과충이 아닌 어머니를 대상으로 한 게임이 절대 아니란 걸 명심하고,
휴일에 몇시간동안 조립해서 아이들 놀게 해준다고 생각하고 미리 각오(?)하고 구입하는게 적절한 게임입니다.
아직 한국에는 출시 안되서 일본어판 구하면 일어/영어만 지원된다는 것도 유의하시고요.
저는 나중에 중국에서 플라스틱으로 된 각각의 컨트롤러가 나온다면 반드시 구입할 겁니다.
동시에 6개의 장난감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불편하고, 내구성 때문에 금방 고장날 것 같아서 말이죠.
코멘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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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들이
05.13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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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면 있어봤자 개인으로서는 말짱헛거 입니다.
부품 크기가 꽤나 작기 때문에 굉장히 정교한(?) 골판지 커팅이 필요하고, 접는 부분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미리 접어놓은 순정 골판지가 아닌 자작 골판지라면 제대로 접히지 않거나 잘못 접혀서 유혈사태가 나기 일쑤일 겁니다. 적어도 수백만원짜리 커팅 기계는 되어야 쓸만한 결과물이 나올 겁니다.
그래서 중국제 복제 골판지가 나오더라도 품질면에선 좀 회의적이고, 그냥 최종조립 모양 그대로 플라스틱 성형틀을 딴 완제품이 나오길 더 희망합니다. 답 없어요 ㄷㄷㄷ
라보의 미래가 생각보단 어둡습니다. 일반적인 가정집 부모들이라면 한번 사고 나면 진력이 나서 WiiFit 처럼 처박아 둘만한 물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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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팅 플로터 사용해 본 경험으로 말씀드리자면... 도면만 멀쩡히, 아니 도면 사진만 있어도 그대로 만들수 있습니다.
"굉장히 정교한"이 어느 정도를 말씀하지는지 모르겠습니다만, 1mm 짜리 구멍도 정교히 뚫어냅니다.
"미리 접어놓은"이라고 하셨는데, 여기저기 공개된 도면을 보니 점선 칼선방식으로 접혀져 있네요. 점선 칼선도 넣을수 있습니다. 엠보싱 처리도 가능해서 비뚤빼둘 하지 않게 접기선을 넣을 수도 있고요.
다만, 두께가 문제인데, 아마 5mm짜리 일반 골판지를 사용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도면을 벡터화해서 조립되는 부분의 구멍단차를 2mm로 설계하면 문제될 것이 없어 보입니다.
아, 닌텐도 홈페이지에 도면이 있네요. (https://www.nintendo.co.jp/labo/parts/) 보니까 이미 벡터화된 PDF로 파일을 제공하네요. 일러스트레이터로 DXF출력, 실루엣 프로그램으로 인식해서 측정해보니 두께가 2mm정도로 나오네요. 도면 크기 A4 기준이긴 합니다만... 2mm라면 골판지보다 더 튼튼한 하드보드지로 제작 가능해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닌텐도 스위치도 없기때문에... ㅠㅠ만약 구매하게 된다면 시도는 해보고 싶습니다.
말씀하신대로 가동/조립형 종이모형들은 재료인 종이의 한계상 마모도가 매우 큽니다. 플라스틱 성형 완제품이 나오는것이, 오래 가지고 놀기에는 제일 좋아 보입니다. 곧 3d 프린터 장인분들이 설계하시는 분들이 나올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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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는 얇아서 2mm 인데 좀 단단합니다.
그리고 접히는 부분은 칼선은 아니고 프레스로 누른 듯한? 마무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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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준용군
05.14 09:46
하보가 좀더 대박을 더 쳐준다면...
복제품 골판지가 나온다
-> 플라스틱 소재 조립형이 나온다 -> 인젝션 키트가 나온다 -> 아에 완성된 키트가 나온다 라는 수순이 될것 같더라고요 ㅡ. ㅡ -
닌텐도 스위치 참 사고 싶습니다.
특히 라보 나오고 나서는 지름 참기가 힘드네요...
자세한 리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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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5.30 06:37
부럽습니다. 쿄토 태생.. 지역 차별발언이신데 격하게 공감합니다.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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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조립해보니 부품은 공유되는 것 같진 않습니다.
버라이어티킷 하나 사는 걸로 모든 부품을 동시에 만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도면을 인터넷에 공개한다고 하던데....
골판지 구입해서 커팅플로터를 이용하는 방법은 어떤지요?
이런 거요...
http://www.kpug.kr/index.php?mid=kpugfreeboard&page=3&document_srl=2339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