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와 관련된 궁금한 점들입니다.
2012.07.27 23:24
문득 다음과 같은 의문들이 떠올랐습니다. 이에 대한 기독교 교리, 혹은 신학적 설명이 궁금합니다. 참고로 전 아무런 종교가 없는사람이며, 기독교에 대한 지식도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냥 순수하게 궁금증이 들어 호기심에서 질문드리는 것입니다.
1. 기독교에서는 "하나님께서는 전지, 전능, 전선 하시며, 이세상 모든 만물을 창조하셨다." 라고 전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이에 따르면 인간, 나무, 호랑이등등 눈에 보이는 것은 물론이요, 시간이나, 중력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것들, 더 나아가 아름다움, 도덕관념과 같이 추상적인 개념들도 모두 하나님께서 창조하신것입니다. 그렇다면 "악이라는 개념"도 하나님께서 만드신건가요? (악마 혹은 악한 사람이 아닌 악이라는 개념 그 자체입니다.) 만약 그러하다면 "하나님께서는 전선하시다"라는 전제와 모순됩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세상 모든 만물을 창조하셨다"라는 전제와 모순되고요. 기독교 교리는 이같은 모순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2.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으며, 이에 따라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가질때만이 구원받을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기독교의 교리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선천적으로 뇌에 이상을 가지고 태어나서 분별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믿음을 가질수가 없으니 영원히 구원받지 못하는 셈이 됩니다. 이런 불합리를 해결하기위해 특별히 예외를 두어 이들을 모두 구원받게 한다면 정상적인 뇌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과 차별의 문제가 생기구요. 기독교 교리에서는 이같은 모순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3. "세상 만사는 모두 하나님의 뜻(내지는 의도)이다."라는 것이 일반적인 기독교의 교리로 알고 있습니다. 즉, 세상에 벌어지는 모든 좋은일, 나쁜일은 모두 하나님의 의도에 따른 결과입니다. 그런데, 특정한 좋은일이 미래에 발생되기를 바라는 내용의 기도가 일반적으로 많이 이루어 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컨대, "하나님! 우리아들 이번 수능 대박나게 해주세요. 아멘" 과 같이 말이죠. 심지어 대한민국 경제를 살려달라는 기도회를 한다는 교회의 신문광고도 본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만약 제가 하나님이라면 이같은 기도가 굉장히 불퀘할꺼 같습니다. "모든게 다 내 뜻이며, 너네 아들 수능등급과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은 내가 어련히 알아서 정할지언데 감히 이래라 저래라 요구를 하다니!" 와 같이 말이죠. 제 생각으로는 이같은 "희망 내지는 요구"를 내용으로 하는 기도는 바람직하지 않고 모든 기도는 반드시 "감사"를 내용으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나님! 우리아들 수능접수한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아멘" 이런식으로 말입니다. 혹시 기도에 대해 제 생각과 비슷한 논지의 주장이 기독교 내부에 존재하는지 궁금합니다.
코멘트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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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K953
07.28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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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다른 이야기이지만 이이야기 비슷하게 길거리에서 기독교의 부패? 를 설명 하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11조부터 해서 성경내용과 달른 부분이라던가 모순적 구조를 비판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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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뚜루
07.28 01:21
저는 열심히 교회다닌다고 하지만 참 설명하기 어려운 내용들 뿐네요. 드리고 싶은 말은 딱 한마디입니다. 신학에는 신학 안에도 여러가지 관점이 있습니다. 질문에 드러나는 내용들은 그중 한가지 관점일 뿐이구요 ^^ -
어짜피 종교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일그러진 방식일 뿐입니다.
옛날에 과학적 방법론이 없던 시절에는 '나는 왜 존재하는가, 세계는 왜 이렇게 생겼는가' 라는 사춘기스러운 질문에 대한 대답을 구할 수 없었잖아요. 그래서 몰라서 두려워하기 보단 대충 그럴듯한 세계관과 설정을 붙여서 만든 게 종교입니다. 물론, 그만큼 종교 만들기 쉬워서 지금도 신흥종교가 무수히 생겨나고 있고 이런 경향은 옛날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교리를 하나에 맞추면 다른 데에서 어긋나는 경우가 수없이 많으므로 기껏 탄생한 종교들도 몇대 가질 못하고 사라져버렸죠. 그 중에서도 가장 유도리있게 답변을 회피하고 그럴듯하게 융성해온 것이 현재의 메이저 종교들입니다. 그만큼 수백 수천년동안 사람들이 종교 지도자들에게 질문하고, 종교인들이 답변을 하기 위해 궁리를 엄청나게 했으므로 그쪽 학문들 파고들면 나름 재미는 있습니다 ^^ 변명도 엄청나게 많으므로 그럴듯하다고 생각하게 만들기도 쉽고요. 하지만 기초가 되는 근거 자체가 과학적인 방법으로 세워진 게 아니라 심리학적으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받아들여진 이야기를 각색하면서 이어져 온 거라 사상누각인게 문제죠. 종교 아무리 수천년동안 연구해봤자 사람들이 밥을 한숫갈이라도 더 먹을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자동차나 비행기를 발명할 수도 없었잖아요. 반면 과학적 방법론으로 연구한 결과는 불과 300년만에 인류를 우주까지 다다르게 만들었고 말이죠. 종교는 사이비 과학이 그렇듯이 기적을 낳을 수 없습니다. 신경학적으로 뇌를 자극해서 쾌감이나 환상을 보는 건 이미 연구가 다 끝나서 실험실에서도 재현이 가능하고 말이죠.
심리적인 쾌락 및 안정을 되찾기 위해 종교에 귀의하는 건 수천년의 노하우가 있으니 꽤 잘 맞으실 겁니다. 하지만 종교를 '이해' 하려고 드는 순간 종교의 뒤에는 단단한 기둥이 아니라 공허 밖에 없다는 걸 명심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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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선교사를 꿈꾸었고...
성경도 네댓번 읽어봤고...
종교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보았고...
지금은 무신론자인 입장에서 글을 써보겠습니다.
1. 하나님이 이 세상을 모두 창조하신 것 맞습니다. 악도 하나님이 만들어놓고 나쁜 거라고 하느냐는 질문에 제가 들었던 가장 그럴듯한 설명, 하지만 시간 지나고 생각하니 상당히 황당했던 설명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세상에는 동전의 양면같은 것이 있다. 선한 것이 선하다고 보여지기 위해서는 그 반대에 해당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하나님이 악을 창조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 창조되었다." 이게 기독교의 공식입장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기독교에서 사탄이라고 부르는 악마도 원래는 천사였다고 하죠. 그런데 나중에 하나님을 대적하는 입장이 되었다나 뭐라나...
- 여기에 대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신이라는 존재는 인간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닙니다. 게다가 처음부터 고민을 해서 가설을 세우고 믿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믿고 나서 궁금한 부분들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논리적으로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쯤에서 모든 종교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일단 믿어라! 의심은 사탄의 마음이다." 믿고 나면 의문을 제기할 수 없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닥치고 일단 믿어!" 정도가 되겠죠.
2. 이 부분 역시 합리적인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제가 중학교 시절 교회에 처음 갔다가 기독교라는 종교를 믿기 시작했을 때 가장 큰 충격이 이 부분이었습니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믿지 않은 사람은 구원 없습니다. 이순신 장군도, 을지문덕도, 대조영도 영원히 타는 지옥불에서 고통받고 있답니다. 기독교라는 종교를 구경조차 못해봤다고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결국 천국이라는 곳은 우리 조상들을 만나 인사드릴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기껏해야 우리와는 상관없는 링컨이나 조지 워싱턴을 만날 수는 있겠죠.
3. 기복신앙이라고 하나요? 저는 구복신앙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쨌든 복을 비는 것이 우리나라의 샤머니즘적 특징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모든 종교는 결국 구복신앙입니다. 단지 당장 현실을 바꾸기 위한 구복이냐, 아니면 죽고 난 후의 더 큰 열매를 위한 구복이냐의 차이겠죠.
사실 종교집단에 의해 만들어진 군대(십자군 등)의 경우, 전투에 임하기 전에 승리를 기원하며 기도를 하겠고, 이것 역시 구복신앙입니다.
정말 코미디같은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어릴 적 다니던 교회 목사님께서 청소년 예배시간에 들려주신 이야긴데 지금도 기억납니다. 아주 가난한 집안의 장남이 대입시험을 보게 되었답니다. 공부는 제법 하는데 너무 가난해서 등록금 낼 형편도 못 되고, 장학금이 아니면 대학 다닐 수 없는 지경... 대입 시험 치르기 위해 고사실에 들어서서 시험지를 앞에 두고 열심히 기도를 했답니다. 그 후 눈을 떴더니... 답안지에 눈이 소복하게 내렸더라나요? 그리고 정답에만 눈이 녹아서 구멍이 뽕뽕 뚤린 것처럼 보이더랍니다. 문제도 보지 않고 답을 쓰면서 '아! 하나님께서 나의 기도에 응답하셨구나'라며 아멘을 외쳤다고 합니다. 최고 점수를 받고 장학금으로 대학을 다닐 수 있었다나 뭐라나... 그런데 그 이야기에 여기저기서 '아멘'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쩨쩨하게 하느님이 컨닝이나 시켜주고 있냐?'
제 글을 기독교, 아니 종교인이 본다면 분명 반박을 하실 수도 있고, 논쟁의 여지가 있겠습니다만...
세상의 모든 종교는 사실 그 종교를 믿는 신자들 개개인이 자신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한 장치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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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쓰리유저
07.28 06:05
3. 저도 비슷한 간증 같은 것을 많이 들었던 것 같네요. 특히 중고등학교 시절 교회 열심히 다니시는 어머니나, 목사들이 아주 비슷한 애기를 많이 해주었던 것 같네요. 저의 경우는 성경은 자주 읽고 기도를 많이 했더니만, 시험날에 답안지에 정답들이 그냥 환하게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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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K953
07.28 09:29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cahdol&logNo=10138620416
구복신앙이라는 말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기복신앙은 확실히 통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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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7.28 06:40
믿음이 기독교 또는 어느 종교든 그 종교의 일원이 되는 입장권 같은 것이라면, 각 종교의 겉에서 보이는 모순에 대한 답을 얻는 것은 입장권도 아니고 그냥 자기 만족일 뿐입니다. 이렇게 모순을 많이 찾았으니 나는 똑똑하지 아니한가. 맞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모순을 발견한 것으로 점을 딱 찍고 세상에 신은 존재하지 않아 뭐 이런 식의 결론을 내리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내가 가진 지식이란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인류가 지금까지 거듭 거듭 발견해온 사실입니다. 예를 들면 옛날엔 태양이랑 달이 지구를 돌고있는 줄 믿었지요. 상당히 최근까지도 인간이 지구를 떠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고요. 물론 아직도 달착륙을 의심하는 분들도 많습니다만. (기술쪽을 파고 들어가면 갈수록 60년대에 인간을 달에 착륙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짓이었는지 끔찍합니다)
그런 이유들로, 신앙인들도 종교에서 보이는 어마어마한 모순들을 보면서도 그 믿음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인듯 합니다. 논리적 모순이란 것은 종교 자체와는 별 상관없다고 까지 얘기할 수 있지요. 그렇다고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믿음을 가진 사람들보다 더 멍청한 것도 아니고 그냥 비슷한 사람들이랍니다. 믿음은 선물이라고 합니다.
간증은 웃기는거 많습니다. 무안단물이 그 대표적인 예지요. 믿음이 많은 기적을 낳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웃기는 간증을 들으면 아 이건 사탄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믿음에 있어 누구는 구원받고 누구는 구원 못 받는다는 것은 인간적인 시각일 뿐입니다. 종교는 인간 아니냐.. 는 것은 종교를 보는 한가지 시각일 뿐입니다. 그 시각에 맞는 종교도 있고 맞지 않는 종교도 있지요. 교주에게 몸파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종교는 다른 종교와는 사뭇 다를 것입니다.
기복신앙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측면은 성경에는 명백하게 기술되고 있습니다. 성경이 뭐길래 라고 하실 수는 있습니다만. 즉 우리나라 샤머니즘과 결부되어서 우리나라만 기복신앙의 성격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우리나라에 이상한 분들이 좀 많은 것은 사실이고 그분들이 기독교계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자체를 전세계에 우사 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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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K953
07.28 09:29
우리나라에만 있다고 쓴 적 없습니다. 유별나게 강한 편이라고 했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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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샤머니즘적 특징이라고 쓴 건 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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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신학도로서 답해드릴게요.
3가지 모두.. 신학적으로 해답은 여러가지로 있지만 신앙적으로... (교리적으로)
해답은... 논리적이라도 하기 어렵습니다....
1. 악의 문제,
악의 존재 자체가 전지전능한 신과 모순됩니다.
이것은 절대로 현재의 교리로 논리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불가능하다고 이미 인정하고 있고요.
그래서 도입된 신학들이 죽은 신의 신학 / 과정 신학 / 인도의신학 등등
여러가지 대안들이 나왔고,
제가 알고있는 가정 논리적이라고 느끼는건 과정철학과 엮인 과정신학입니다.
'신은 전지전능하지 않다.' 라는 전제를 깔고갑니다.
신의 힘이 세상에 미치는 능력은 전지 전능하지않으며, 어떠환 과정(목적)을 향해서 설득해간다.
라는 겁니다...
신의 전지전능함(이것이 문제됩니다.) 과 악의 존재는 항상 모순이고.
해결방법(설명하기위한) 논의는 현재도 멈추지 않습니다...
다만 저는... 절대로.. '현재의 전지전능한 하느님'을 버리지 않으면....
해결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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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번 읽으면서..
1,2,3번 모두 다른 견해의 신학적인 문제제기입니다.... (각각 다른 사람이. 다른 방식으로. 다른 논의에서 나온 주장이에요..)
의견이 분분합니다. 역시나 현재 교리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주제입니다....
다만 저는 만인구원론.. ('누구나 어떠한 행동을하던지 구원 받는다.'라는 주장입니다.)을
주장하기 때문에, 그리고 저는.... 사후세계를 믿지않아서...
(천국과 지옥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습니다.. 그냥 하느님 나라가 있을뿐이죠...)
그에 따른...천국과 지옥을 믿지않습니다.
(유대교 전통에서는 천국과 지옥사상이 없었습니다. 스올이라는... 지하세계를 믿었죠... 그림이있는데, 구글링엔 안보이네요)
추후에.. 천사와 악마에 대한 사상이 기독교에 유입되면서... (그러한 흔적이있죠..)
그냥 흡수 됬다고 생각해요.....(유대교에서 사후세계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구약에서처럼...... 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고 믿
었거든요...)
3.
이것은... 칼빈의 예정론과 신의 힘과 관련있을 듯하네요.
1번에서 얘기드렸듯이 '신의 힘'이 무한하다면, 기도는 소용없죠...
또한 예정론까지 대입해버리면.. 믿음또한.. 신의 의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냥 이부분을 신이 세계에 관여할 수 있는 힘을 제약하면... (아니 제약된다면...)
설명가능하지만....... 현재의 교리에서 전지전능함 덕분에.... 자기모순에서 빠져나올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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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소
07.28 13:49
비논리의 대표성을 띄는 종교를 논리적인 입장에서 바라본다는것 자체가 에러라고 생각합니다.
성경에서도 따지지 말고 무조건 믿으라고 하는데, 성경을 해석하고 사람의 입장에서 아무리 논리를 가져다 붙이려고 해도 근본 자체에 논리가 빈약한데 어떻게 논리적인 증명이 나올 수 있을까요?
그냥 하나님은 선이고 절대자이므로 따지지 말고 믿으며,
입에서 "믿습니다" 한 마디나 교회에 나와서 참석하거나 믿고 있다는 의지(이게 제일 주관적이죠 객관적인 지표를 제시 할 수 없으니) 등을 보이거나
믿음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득을 바라는게 아주 자연스러운 종교의 흐름인것 같습니다..
아무런 이득도 없는데 종교를 왜 가져야 할까요?
그리고 논리를 따져 묻는다고 종교에서 답을 얻는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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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나님께서 [악이라는 개념] 자체를 만든게 아닙니다.
사람을 죽이면 악이다? 도둑질을 하면 악이다? 아닙니다. 하나님과 반대되는게 악입니다.
하나님이 악이라는 개념을 만든게 아니라, 악이라는 개념 조차도 하나님이라는 근본에서 파생된 것입니다.
딱히 만들지 않아도, 하나님이 있으므로 악이 존재하게 되는거죠. 하지만 근본적으로 하나님과 똑같습니다.
인간기준이 아니라, 하나님기준으로 선악을 판별하는겁니다.즉, 하나님이 죽이라고 시켜서 죽이면 선이 됩니다. ^^ 참 X같지요?
2. 인간의 자유의지는 상관없습니다.
기독교 교리에 의하면 모든 사람들은 죄인 이지만, 하나님이 독생자를 제물삼아 죄를 사해주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죄사함을 바라는 사람이 있고,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비록 많다고 할수는 없겠지만, 바라지 않는 사람들의 자유의지는 싸그리 무시한채 [독생자가 너때문에 죽었으니, 너는 내게 피값을 지불해야한다] 라는 채무관계를 강요하는데, 그게 바로 믿음이지요.
3. 성경구절에 들에핀 백합, 공중나는 새를 보라. 길쌈도 아니하고 밭도 매지 않지만
하나님께서 돌보신다. 너희는 무엇을 입을지,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마실지 걱정하지 말라.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러니 다 알아서 하겠지요.
그런데, 주기도문을 살펴봅시다. 예수가 가르쳐주었다는 기도문입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에 임하옵시고, 뜻이 하늘에서 이룬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지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자를 사한것 같이 우리의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며,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예수께서 직접 가르친 기도문에 조차, 이런 저런 요구사항이 있습니다.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며 -> 내 아들이 수능 망치면 시험에 들것 같으니 내가 시험들지 않도록 수능대박을 내주세요!
정도로 해석한다면 이런 저런 요구사항들을 붙여넣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완전 귀요미 적인 해석입니다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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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이아빠
07.29 09:09
먼저 쿠후님께서 답을 원하시는 주제는 아마도 정통기독교의 관점에서 1. 악의 문제, 2. 자유의지에 따른 차별문제, 3. 하나님의 전선, 전능과 기도의 의미, 이렇게 세 가지 어려운 문제들을 모순없이 풀 수 있느냐 하는 걸로 보입니다. 참고로 저는 철학, 그 가운데서도 귀납논리학 전공입니다만, 1.-3.은 미국에서 학과조교할 때 가르쳐야 했던 주제였고, 저 스스로도 신앙을 가졌던지라 특히 1.의 문제에 대해서는 많이 고민했었습니다.
첫째, 보통 악의 문제를 철학자들이 논변으로 구성할 때에는 다음과 같이 합니다.
P1. 신이 존재한다면 전선하다.
P2. 신이 존재한다면 전능하다.
P3. 신이 존재한다면 전지하다.
P4. 전선, 전능, 전지한 존재가 있다면 이 세상에 악이 존재하도록 허용할 리가 없다.
P5. 이 세상에 악이 존재한다.
C.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위 논변은 논리적으로 타당하기 때문에,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전제 중 하나가 틀리다는 것을 보여야 합니다. 하나님이 전지, 전능, 전선하시다는 것은 정통 기독교의 핵심교리이기 때문에 이것을 거부하는 해법은 모두 이단으로 떨어지거나 기독교 밖의 입장이 됩니다. 따라서 보통 P4를 반박하게 되죠. 즉, 전지, 전능, 전선하신 하나님이 계시더라도 어떤 이유로 악의 존재를 허용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라이프니쯔의 변신론(theodicy)이라는 책이죠.)
P4를 반박하는 가장 흔한 방법은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자유의지는 너무나 고귀하고 선한 것이기 때문에 왠만큼 큰 댓가를 치르더라도 창조주는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자유의지는 그것을 가진 인간이 악을 저지를 가능성을 필연적으로 함축한다; 즉 자유의지를 인간에게 부여하면서 동시에 모든 악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전지, 전선, 그리고 논리적으로 가능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전능한 존재가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하기 위해 악의 가능성을 허용할 수 있고, 그 결과로 인간이 자신의 자유의지를 통해 실제로 악한 행위를 선택하면 세상에 악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 답변에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악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인간으로부터 유래한 악 ---전쟁, 범죄, 살인, 폭력, 빈곤, ...---이고, 또 하나는 자연으로부터 유래한 악 ---태풍, 쯔나미, 전x병, 기근, ...---인데, 인간의 자유의지를 행사한 결과로 악이 생긴다는 답변은 첫번째 종류의 악은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두번째 종류의 악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자연적인 악을 설명하기 위해 리처드 스윈번 같은 사람은 다음과 같이 주장하죠: 만일 아무런 자연재해가 없이 편안한 삶을 살다가 죽게 된다면 인간의 선한 품성이 제대로 발휘될 기회가 없게 된다. 비유하자면 연속극에서도 그냥 예쁘게 사랑하다가 행복하게 결혼한다면 시청률은 바닥을 칠 것이고, 온갖 환난을 이겨내고 간신히 해피엔딩이 되어야 주인공 커플의 굳건한 사랑이 돋보이는 것 아닌가? 마찬가지로 인간의 선한 품성은 자연으로부터 유래한 악을 이겨내야만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자연으로부터 유래한 악을 용인하시고, 아마도 스스로 일으키기까지 하시는 것일 것이다.
스윈번의 이론은 그러나 많은 난점에 부딪히는 게, 보통 태풍이나 쯔나미가 일어나면 가장 먼저 죽는 이들은 아무 죄없는 순결한 아이들입니다. 이렇게 죽은 애들에게 환난을 이겨 선한 품성을 발휘할 기회라는 게 말이 안 되죠.
결론: 주류철학계에서는 정통기독교의 교리를 지키면서 하나님이 왜 악의 존재를 용인하는지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분야의 핵심 철학자들도 신앙을 가진 이들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나님 없다고는 말못하고, 그냥 유한한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받아들이자는 식의 주장이 등장하고 있죠. 제가 보기에는 철학적 해결을 포기하자는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튼 악의 문제에 대한 권위있는 논의를 보고 싶으시다면 여기를 참조하세요: http://plato.stanford.edu/entries/evil/ (주의: 영어압박있습니다.)
둘째, 자유의지에 따른 차별문제를 생각해 보죠. 일반적인 질문부터 시작하자면, 왜 누구는 어귀어귀먹어도 쭉빵한 체질인데 나는 물만 먹어도 뱃살이 출렁출렁한 걸까요? 왜 나는 x^2-2x+1=0도 풀기 어려운데 누구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같은 걸 풀 수 있는 머리를 타고난 걸까요? 왜 하나님께서는 이런 온갖 불평등이 세상에 존재하도록 허용하신 걸까요? 이렇게 보면, 쿠후님이 제기한 문제는 이 불평등 문제의 특수한 예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자유의지를 가지려면 예수님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그분을 나의 구주로 영접해야 되는데, 이건 기본적인 머리는 타고나야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불평등하죠. 구원도 아이큐 순이란 말이냐!
이건 분명히 어려운 문제이지만, 사실 그렇게 따지면 예수님 이름은 들어본 적도 없지만 분명히 착한 삶을 살았던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충신 정몽주 등은 왜 구원받을 수 없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죠. 제가 생각하기에 이런 문제는 완전히 정통인 기독교(fully orthodox christianity)의 테두리에서는 풀기 어렵고, 위에 누가 거론하신 것처럼 만인구원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이건 이단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성경을 잘 들여다보면 만인구원설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궁금하시면 여기를 참조해 보세요: http://pantheon.yale.edu/~kd47/univ.htm 참고로 링크된 글을 쓰신 예일대의 키이스 드로즈 교수는 특히 인식론이라는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저명한 철학자죠.
세째, 무엇이 올바른 미래인가 하는 것은 하나님이 제일 잘 아실텐데, 이렇게 해주세요 저렇게 해주세요 기도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 않냐... 즉 이른바 하나님의 전지하심과 기도의 효능이 어떻게 양립가능하느냐 하는 건데, 바로 이 이유로 기도의 효능은 하나님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게 아니라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기도의 효능은 기도하는 사람 본인이 마음의 평정을 찾는 것에 있다는 거죠.
이상 세 가지 문제에 대한 철학자들의 논의를 짧은 지식이나마 말씀드렸습니다. 이 가운데 두번째와 세번째 문제의 경우는 정통신앙에서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방식으로 해결이 되지 않나 싶은데, 악의 문제 만큼은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미국 종교철학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대학은 노터데임 대학인데, 이 대학에서는 매년 재능있는 젊은 철학자들에게 고액의 연구자금을 다년간 대주면서 악의 문제를 연구하게 하고 있죠. 이러는 이유는 악의 문제가 (i) 철학과 신학 양 분야에서 수천년 동안 고민을 거듭해왔지만 만족스러운 해결이 안 난 주제이고, (ii) 더구나 단순히 논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전쟁이나 재해에 맞부닥쳤을 때 가장 원초적인 부분에서 인간의 신앙심을 꺾는 극히 실존적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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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까지 종교문제에 대해 이야길하면서 언이아빠님처럼 설명하시는 분을 본 적은 정말 없었던 것 같아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논리적인 설명을 이렇게 체계적으로 하신 분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조만간 종교에 관한 제 개인적인 궁금함과 생각을 쪽지로 드리겠습니다.
사실 제가 요즘 무척 고민하고 있는 주제가 바로 인간의 본성, 종교, 감성... 뭐 이런 내용이거든요.
어쩌면 제 고민에 대해 한방에 해결까지는 아니어도 꽤 많은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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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후^^
07.29 22:05
답변 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카메라 한대에 천만원씩이나 하는 라이카라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도대체 왜 성능도 좋지도 않은 천만원짜리 카메라를 사서 쓰냐고 물어보면, 그 사람들 한다는 말이 보통은 써보면 안다는 식이죠. 써보고 까던지 해라 뭐 이런 반응들이 아주 흔합니다.
기독교도 저렇게 설명하기 곤란한 것에 대해서는 역시 비슷한 입장을 취하지 않을까 싶네요 ㅎ
대표적인 게 삼위일체설, 설명하려들지 말고 믿어라~! 뭐 이런 류의 대표격이죠.
3번 같은 기복신앙은 참 한국에서 유별나게 강한 것인데, 원래 기복적 성향이 아주 강한 샤머니즘 믿던 사람들 본성이 뭐 어디가겠어요 ㅋ 아무튼 이게 기독교와 섞여서 짬뽕이 된 형태인데, 기복신앙 정말 문제긴 하죠. 평범한 기독교에서는 이 경우 암만 기도해도 하나님이 안들어주는 기도가 있다. 하나님의 뜻과 부합되지 않으면, 응답이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뭐 이런 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