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구함] 조언 및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
2010.08.16 21:32
microfluidics tech. (마이크로 유체기술) 관련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약 10년전에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 나름 새로운 학문 분야 (라고는 하지만 뭐 유체죠 그냥;;) 입니다.
연구 그 자체로는 재미도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 분야를 전공해서 취업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첫째, 최소한 대한민국의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 돈 되는 사업과 관련있는 인력을 뽑는 것은당연합니다.
둘째, 교수직을 얻는 인력이 극히 드뭅니다.
셋째, 정출연 연구소에 정직원 들어가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제 생각에 많은 오류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아마 신진분야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또는 연구진)들의 공통된 생각 중 하나 인 것은 분명합니다.
뭐 이러저러한 생각들이 있습니다.
(남보다는) 급진적, 공격적 사고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것들이 계속 논의되어야 하고, 학생들끼리라도 어떠한 방법이 있는지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넋 놓고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을 사회가 알아주기만을 기다리고
제도, 구조, 마인드가 바뀌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감나무 밑에 앉아서 입 벌리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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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학교를 그만두고 변리사 공부를 시작하겠다는 후배가 상담을 요청해왔습니다.
요는...변리사 공부를 1년간 하고 싶은데 만약 합격하지 못했을 경우가 두렵다.
(교수님과 어머니의 조언으로는) 학교를 계속 다니면서 공부를 하는 것이 안전한 것 같다.
하지만 자기 생각에는 학교 생활로 인해서 변리사 공부에 집중할 수 없을 것 같다.
(공대 대학원생이 사실 노는 것은 아닌데도 희안하게도 바쁩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가 물어왔습니다.
저는 제 생각을 얘기해주었습니다.
모든 결정은 니가 하는 것이다.
스물 여덟 살 먹도록 니 스스로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봤는가?
그리고 왜 남(어머니, 선배, 교수님)의 눈치를 보면서 니 결정을 못믿나?
석사 2년의 시간은 자기의 계발을 위한 것이고 취업한 친구들과 비교했을 최소한 연간 5천만원의 기회비용을 생각해야 한다.
니가 그 정도를 이룰 수 없다면 과감히 니 갈길을 가라.
니 맘속의 길 중 하나의 길을 선택했다면, 다른 길은 쳐다보지 말고 그 길로만 계속 가라.
이러한 조언과 평소의 이 분야의 취업현황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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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이야기를 듣게 된 37살 된 연구실 선배는 제가 잘못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니가 실험실을 나가도록 부추겼다.
니 이야기가 파급력이 크고, 아직 애들이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데 그렇게 부추기면 어떻게 하나?
....
조금 서운하기도 하고, 솔직히 맘에 걸리기도 합니다.
제 딴에는 솔직하게 말한다고 한 것인데, 이 것이 제 3자의 눈에는 곱게 비치지 않나 봅니다.
저 때문에 그 친구가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닐까...고민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남에게 조금 덜 간섭하고, 조금 덜 욕 먹고
제 의견을 조금 더 부드럽게 다듬어서 말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제 스스로가 깨우치는 수 밖에 없긴 하지만, 답답합니다.
바쁜 저녁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코멘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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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8.16 23:07
1. 뭘할지 모르고 대학원에서 방황하는 것보단 하루라도 빨리 나가는게 낫습니다. 우리나라는 나이 차별때문에 '다시'라는 기회가 없다는게 문제입니다만.
2. 국내 취업이 힘들면 해외 취업하면 됩니다. 새 분야는 해외가 훨씬 쉽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거지같이 해외 물 먹고 들어오면 우대받기도 합니다. 미쿡 시민이면 더 좋고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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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타
08.16 23:21
cicatrix 님 말씀대로 조언하신것처럼 저도 똑같이 말해주었을꺼라 생각합니다.
동전 뒤집기 로.. 인생을 결정할수는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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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이
08.16 23:30
누군가가 고민을 털어놓거나 조언을 구할때..저는 가급적이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야기를 해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어떤..사실이나 문제점을 지금 내가 아는 지식과 전해들은 단편적 이야기로 판단하고 의견을 내기는..사실 쉬운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것처럼, 판단은 니가 하는거다..라는 전제를 깔고..자기 이야기를 해주는거지요.
그런데..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야기하는건 또 미묘하게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날 버려보고..그 사람이 되어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해보고..그리고 다시 내 생각을 말해주는거지요. 같은 이야기를 하는것 같지만, 저렇게 한번 돌아보면 분명 다릅니다.(전 그렇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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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이
08.16 23:32
글 쉽게 쓰면서 잘 표현하기 참 힘드네요. =_= 이 댓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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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catrix
08.16 23:46
댓글 너무 감사합니다. 사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내가 어떤 입장을 가지고 무슨 말로 조언을 할지, 내가 상처 받지 않으면서 남에게도 상처 주지 않는다는 게
참...므흣하네요.
차차 나아질거라 생각은 합니다. 쉽게 결정되는 일도 아닌 것 같구요.
내일 다 같이 맥주라도 하면서 서로의 이견을 좁혀보고 싶네요.
다시 한 번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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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조언 잘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딱 후배 입장에서 말씀해 주셨네요..
한가한 저녁이라 저도 함께 고민을 하며 읽어봤습니다만.. 정말 답이없습니다.
좀 치사하고 도망자 스럽기도 하지만.. 저라면 그냥 냅둡니다. 전 제 생각이나 말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길 별로 바라지 않거든요.
상대방이 힘들어하면 걍 술이나 사주고 같이 재미나게 놀아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