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보면.....창업 이후 공신들은 꼭 팽당했었는가?
2010.10.21 20:53
저 포함 많은 사람들은 과거 동양에서 왕조의 창업 이후 개국 공신들은 팽 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새 역사를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더군요.
고려를 건국한 왕건도 굳이 공신들을 팽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조선의 경우 이성계는 칼을 들지 않았는데, 창업의 일등 공신이었던 태종 이방원이 그 역할을 맡았지요.
명분이야 후세를 위해 화근을 미리 제거한다는 것이었고요...실제 세종이 편하게 정치를 한 기반이 되었다고 평가를 받습니다.
토사구팽 조진궁장은 한고조인 유방이 가장 유명하지요.
한신장군 사건이야 다들 아실 것이고 또 유방 사후 여태후까지도 공신들을 많이 주살했었죠.
중국에서 한나라 이후 수나라, 당나라, 송나라, 명나라의 건국 과정을 보니
어떤 경우엔 공신들이 주살을 많이 당하고 어떤 경우엔 그렇지 않더군요.
수나라 문제는 창업 이후 구 왕족들을 많이 죽였는데, 공신의 경우엔 일부러 죽였다고 보기 어려운 듯 하고요
당나라의 고조와 태종(이연과 이세민)은 공신들을 잘 우대해서 팽한 경우는 거의 없더군요.
그럼에도 당태종은 중국에서 역대 최고의 성군으로 꼽을 정도이구요...그런데 당태종 사후엔 그리 아름답지 못했습니다.
공신들이 옹립한 고종이 지나치게 무른 사람이었고...그래서 아시디시피 측천무후까지 등장하는 사태에 이릅니다.
송나라 조광윤의 경우 공신들을 죽이지는 않았습니다.
다들 아는 유명한 얘기지만 공신들을 불러 술한잔 먹이면서 고향으로 가서 편안하게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살다 가라고..
물론 권력에서는 제외시켰죠....어찌보면 낭만이 있었다고나 할까요...
명나라의 주원장은 창업공신들을 철저하게 쳐죽였습니다. 고향친구들마저 의심해서 거의 다 죽였고,
병을 앓던 서달 대장군에겐 그 유명한 거위찜을 먹게 해서 병세를 악화시켜 죽였다고 전해집니다.
그럼에도 주원장의 뒤를 이은 장손자는 자기 삼촌인 연왕한테 황제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죠.
요새처럼 집단지성 이런 걸 얘기하지 않더라도
사람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고 그래서 창업공신이 존재하는 것이겠습니다만,
어떤 경우엔 창업 이후 토사구팽을 했고 어떤 경우는 그렇지 않았고,
시대적 상황이 다르긴 했겠지만 토사구팽 그 자체 보다도
창업주와 그 뒤를 잇는 군주의 그릇이 제일 큰 관건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머 당연한 얘기겠지만요.
당, 송, 명의 건국 및 수성 관련 책을 보다보니, 토사구팽조진궁장 관련된 일들이
현시대에도 전혀 낯설지 않은 듯 해서 조금 놀랍기도 합니다.........
코멘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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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
10.22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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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이야 없겠습니다만,
창업자나 그 후계자가 그릇이 크고 능력이 있다면 또 다르다고 봅니다.
당태종을 본다면 넘치는 자신감으로 공신들을 잘 아우르지 않았나 봅니다.
물론 이런 자질을 가진 사람이 드물겠지만......
근데 당태종의 후사를 이은 고종이 측천무후한테 휘둘린거나,
아주 유능했던 수나라 문제도 결국 그 아들인 양제가 수나라를 망하게 한 걸 보면....
.....이런게 공신 때문 만은 아니었겠죠. 결국 군주(후계자)의 역량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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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는 원래 남은 자의 것입니다. 남은 자는 힘 있는 자 라고 생각되네요. ^^
그리고 기록을 남기는 것도 힘 있는 자의 권리이자 몫입니다.
-->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 것이 세상 이치라고는 생각합니다.
사람 사는 세상... 다 비슷합니다.
그래서 저는 역사 공부를 제일 중시 여깁니다. 인간의 수명이 100년인 이상..
그 안에서 계속 챗바퀴 거든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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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이라.....문득 생각나는 옛 노래가 있네요...
인생엔 백년이 없고
또 백년을 살아 무엇하리
모름지기 영웅이라면 한 번으로도 족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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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w
10.24 00:06
입김 쎈 놈들이 말을 안 들으니.. 어쩔 수 있나요?
회사로 치면 월급 많이 줘야하는 놈을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함부로 시킬 수 없을 때라던가..
왕건의 경우는 호족들의 힘이 중앙정부의 힘보다 더 강했기 때문에 팽을 할 수 없었던 것 아닐까요? 당나라의 경우는 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측천무후같은 인물이 나타날 수 있었던 것이고요. 주원장의 경우는 손자든 아들이든 결과적으로 자기 핏줄이라 봐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창업공신들이 보기에는 주군의 적자(혹은 주군이 지지한 사람)가 후계자가 되었을 때, 새로운 주군이 챙겨줘야 할 사람들과의 경쟁도 용납하기 어렵고 주군이 어렸을 때부터 지켜봤던 탓에 애송이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창업주는 후계자에게 충성을 할 일부를 제외하곤 미리 제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후계자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요.
제 친구중 미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돌아와서 아버지 회사에 들어간 경우, IT 시스템 도입이나 업무 프로세스를 개혁하려고 시도할 때 가장 걸림돌이 되는 사람들이 창업주인 아버지와 함께 맨바닥에서 회사를 발전시켜온 원로들이라고 합니다. 그 양반들은 그냥 둬도 잘 돌아가는데 왜 메스를 대냐고 한다고 합니다. 의견충돌이 생길 때마다 창업주의 입장에서 프로세스 개혁을 해야 한다는 아들의 손을 들어주고 싶어도 워낙 힘들 때부터 고생한 원로들이 안스러워 선뜻 손을 들어주지 못하시더군요.
같이 고생한 창업공신들을 쳐낼 때... 창업주의 결정이 쉽지 않은 고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후계자의 비전과 방향이 그릇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면 그에 반대되는 공신들은 미리 가지치기하는 결단도 창업주가 해줘야 하는 일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