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2014.04.29 12:54
어제는 참으로 길고 긴 밤을 모처럼 뜬 눈으로 보냈습니다. 지금부터의글은 운영진의 입장이 아닌 푸른솔의 개인적인 글이오며 별로 재미없는 긴 글이 될 수 있사오니 그리 감안하고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디서 부터 어떻게 글을 써 내려가야할지 지금 감이 잡히지도 않지만 생각나는대로 써 보렵니다.
제가 우리 사이트를 알게 된 계기는 2012년에 거짓말처럼 다가온 무료 해외여행의 행운 때문이었습니다. 오가는데 40시간 가까운 비행 시간이 소요되었기에 그 무료함을 달래줄 어떤 장치가 필요했고 그 장치가 태블릿이었습니다. 그래서 태블릿 관련 사이트에서 검색을 하다가 KPUG을 알게 되었고 회원가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방문을 한 사이트의 화면이 상당히 황량(?) 하더군요. 온갖 광고 플래쉬로 뒤덮힌 다른 사이트와 달리 그 흔한 광고배너 하나 걸려 있지 않은 , 그래서 다소 낯설기조차 한 그런 첫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의 낯 선 느낌이 점차 신선함으로 다가 오더군요. 그리고 글 쓰기가 가능한 일주일의 대기시간 동안 게시글을 틈틈히 읽어보았습니다. 역시 당시 느낀 소감은 "참 점잖다" 였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제가 우리 사이트에 눌러 앉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지금도 우리 사이트에서 입에 담는 것 조차 금기시 되어 있는 'XX아빠' 라는 회원 관련 게시글 들 이었습니다. 제가 가입 당시 장문의 공지글과 저의 개인적인 궁금증에 따라 이리 저리 검색하여 살펴 본 게시글들은 마치 최근의 사태처럼 해당 회원의 관련 글로 거의 도배가 되어 있었습니다. 예전 현재 우리 사이트의 전신인 KPUG.NET 시절부터 이어 온 어떤 아이에 대한 관심과 사랑... 물론 숫자로 계량화 하기는 뭐 하지만 수천만원이 넘는 금액을 우리 사이트의 많은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그 아이와 아버지에게 지원하였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저는 그 날로 우리 사이트의 팬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 이후 결과는 아시는 분은 다 아시다시피 그 분에 대한 지원을 종료하는 싯점에 해당자의 장기간의 "징징거림"과 비상식적인 언행과 대응으로 당시 우리 사이트와 많은 회원들에게 씻기 힘든 깊은 생채기를 내었고 지금도 그 트라우마는 현재의 사태에까지 이르렀다고 생각됩니다. 최근 사태의 도화선이 된 kxxxxxx님의 글을 저도 보았고 초기의 따뜻한 댓글을 보고 그냥 저도 혼자 미소지으며 넘어 갔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제가 다시 보지 못 한 다소 과격한 단어를 사용한 한 회원의 댓글에서 문제의 시발이 되리라고는 미쳐 예상하지도 못했습니다. 저 역시 그 글을 보면서 위로나 격려의 글을 달아주어야 하는지, 혹은 다소 따끔한 질책의 글을 달아주어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다수의 따뜻한 댓글이 달리는 것을 보고 저는 그냥 넘어 갔습니다.
'사랑'의 반대말이 무엇일까요? 물론 경우에 따라 다소 다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그것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입니다. 그러하기에 많은 회원들이 따뜻한 위로글을 남겼으며 최근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신 그 분은 다소 따끔한 질책을 남기신 것으로 저는 이해하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부적절한 단어의 선택이었습니다. 그 분의 속마음과는 달리 ㅂ.ㅅ 등의 다소 껄끄러운 단어는 경우에 따라 그 뜻이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는 부산에서는 친한 친구를 '뭉디(문둥이)' 라고 흔히 칭하며 낄낄대며 이야기 합니다. 때로는 ㅂ.ㅅ 이나 ㄱ.ㅅ.ㄲ 라는 말도 드물게 입에서 튀어 나오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그 단어를 욕이나 자신의 인격 혹은 자존감을 상하게 했다고 멱살을 잡고 싸우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정도의 단어를 거리낌 없이 쓸 수 있을 정도로 상대방은 오래 만났고 공감의 폭을 넓혀 온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이트의 경우 저는 번개로 몇 번 만나지도 않은 부산의 어떤 회원에게 "박달나무 몽둥이를 준비 중" 이라며 다소 위협(?)적인 말을 올리기도 하지만 그 말로 인하여 싸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만난지 몇 번 되지 않더라도 소통의 시간을 가지면서 상대방의 말에서 악의를 느끼지 않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예전부터 내려왔던 특정 회원으로부터의 '징징거림'이 트라우마가 되어 일부 회원들에게는 견딜 수 없는 짜증으로 다가 왔으며 결국 그 결과로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기에는 부적절하고 격한 단어와 표현으로 표출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하기에 그 댓글이나 관련글에 동조하신 일부 회원님도 계셨고 최근 사태는 작은 성냥불에다 기름을 끼얹은 경우가 되고 말았습니다. 온라인 글에 대한 반응은 동조/반대/무대응... 이렇게 크게 세가지 입니다. 모두가 관심의 정도나 방식에 따라 달리 나타납니다만 부적절하고 격한 언어를 사용한 회원님도 분명 어떤 관심의 표시였음을 지금도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당시 해당 게시글을 올린 회원님의 이전 글을 살펴보면 예의 바르게 가입인사로 신고를 하였고 수많은 환영 댓글로 우리 사이트에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그리고 모바일 기기의 구입과 사용에 즐거워하였으며 최근 사태의 발단이 될 수 있었던 편입에 대한 고민글 이후 지금은 아쉽게도 자삭되어 없는 해당 글로 인하여 본 사태가 초래되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느낌에서는 그 회원님이 지극히 여린 심성과 함께 다소 불안정한 심적상태를 가지신 분으로 보였기에 따끔한 질책도 좋지만 비록 '답정너' 의 심정으로 올리신 글이라도 가능하면 따뜻한 글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여기서 "언제까지 '징징대는' 개인의 글 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주어야 하는가" 와 "그런 글 조차 용납되지 않는다면 온라인 커뮤니티의 기능은 무엇인가?" 하는 상반된 입장에서 또 대립하게 됩니다. 제 생각에는 이것이야 말로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문제이며 그 해답은 바로 '이해와 배려'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비록 49%의 반대 의견이 있음에도 51%의 찬성 의견으로 현재의 정권이 들어 섰지만 싫든 좋든 우리는 5년을 현 정권을 인정하며 살아야 하며 여,야로 나뉜 정치권의 구역질 나는 행태를 보면서도 인내하여야 합니다. 이처럼 우리 사이트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성별의 차이, 강산이 몇 번이나 변할 수 있는 연령대의 차이, 출신지역과 사는 곳의 차이, 직업의 차이, 가난함과 부유함의 차이, 성격의 차이... 모두 열거하기가 불가능 한 많은 차이를 우리는 다양성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다양성을 인정하고 살아가는 곳이 넓게는 이 세계이며 좁게는 우리 사이트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이는 온전한 저의 개인 생각이라고 처음부터 말씀 드렸거니와 저의 글이 꼭 맞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만 그래도 저는 이러한 다양성을 서로 인정하고 배려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제가 지금도 틈틈히 읽어보는 게시글이 있습니다. 개인 게시글로는 드물게 지금도 공지글로 올라와 있는 아이리스님의 KPUG에 처음 오신 분들께 고(告)합니다 라는 장문의 글 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지극히 상식적이고 타당한 내용들이지만 그런 상식적인 글이나 행동이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일상화 된 우리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뒤돌아보게 만드는 좋은 글이라고 지금도 믿고 있습니다.
애초 이번 분란의 원인글이 되었던 그 회원님의 글과 초기의 댓글은 큰 문제가 없어 보였으며 저 개인적으로도 한 번 읽은 게시글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다시 읽지 않기에 그냥 기억에 묻히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다소 부적절한 댓글이 달리는 것을 발견한 운영진이 계셨고 처음에는 당연히 우리 사이트의 '자정작용' 이 작동할 것 이라는 믿음과 함께 회원간의 댓글에서 나온 부적절한 단어 하나까지 과연 운영진에서 참견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도 내부에서 다소 엇갈려 있었기에 일단 집중 모니터만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댓글과 이어지는 관련 댓글에서 분위기가 심상찮게 돌아가는 것에서 운영진들은 해당 글들을 주시하며 고민하다가 온라인으로 의견을 다시 모으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서울부터 부산까지 전국 각지에 흩어진 운영진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없어 운영진 다수가 참석할 수 있는 특정한 시간에 SNS 를 이용한 온라인 회의를 할 수 밖에 없는 물리적인 한계와 함께 징계의 여부와 방법 등을 논의하는 부분에서 운영진의 의견도 일부 나뉘었기에 다소 대응이 늦어진 부분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운영진이 뭐가 겁나고 아쉬워서 "쩔쩔매고 변명하기 바쁘고 직접 전화까지 하는 친절함(?) 까지 보여주는" 것일까요? 게다가 '친절하게' 전화로 통화까지 하신 분은 외부에서 개인적인 모임을 가지고 있는 중임에도 임무를 수행하다 아예 그 모임을 '파토' 내고 일어서기까지 했습니다. 지금 KPUG의 운영진은 말 그대로 무보수 명예직입니다. 자기들의 생업을 유지하면서 - 심지어 대학생의 신분이신 분들은 어제까지도 중간고사 기간이었습니다 - 틈틈이 우리 사이트의 유지,관리에 시간을 봉사하는 분 들입니다. 작금의 사태를 겪으면서 저 역시 일반 회원이자 운영진의 일원으로 상반된 생각도 많이 가진 것도 사실입니다만 지금은 다소 흥분 상태에 있는 우리 사이트의 분위기를 진정시키는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되었기에 일부 회원들이 보시기에 못마땅한 행동으로 비쳐질 수 있었음도 인정합니다. 여하튼 찌질한 모습만 보여드린 점 개인적으로 사과 드립니다. 저는 어제부로 우리 사이트에 가입한지 꼭 27개월이 되었습니다. 요 며칠 동안 또 문제가 된 소위 '뉴비 와 올드비' 중에서는 아마 '뉴비' , 그것도 "친목'질'" 좋아하는 '뉴비'에 가깝겠지만 그런 '뉴비'인 제가 "등 떠밀려서" 운영진이 되었고 또 하릴 없이 먹은 나이 덕분에 '운영진대표'라는 감당하기 조차 힘 든 직책을 부여 받았습니다. 운영진이 되고 나서는 의견이 나뉠 수 있는 민감한 주제의 글을 가능하면 쓰지 않으려 하였고 댓글도 달지 않으려 노력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이런 글이라도 하나 올리지 않으면 지금 운영진들의 모습이 너무 우스워질 것 같아 독단적으로 개인입장을 강조하며 이런 글을 올렸음을 부디 용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나이 많음이 그리 자랑도 아니지만 저는 진공관 라디오에서 연속극을 들으며 성장하였고 천리안으로 통칭되는 PC통신 세대이며 XT 컴퓨터 부터 만져오며 성장하였습니다. 지금도 제 나이 또래의 친구들과 소주 한 잔 나누며 얘기 할때면 천리안,하이텔,나우누리의 ATDT 를 치면서 시작 되던 '삐~' 하는 통신음을 그리워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비록 파란 바탕에 텍스트로만 가득한 글자로 이루어진 화면이지만 적어도 당시의 대화방에는 비록 지금은 '가식이고 위선'이라고 욕을 먹는 행동이었어도 깎뜻한 존댓말과 예의가 가득한, 적어도 보기에는 훈훈한 정이 넘치는 공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세월은 흐르고 세태는 바뀝니다. 나라의 법도 바뀌고 도덕과 예의 범절의 잣대도 바뀝니다.
그래도 바뀌지 않는 것 하나는 사람의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고 저는 지금도 굳게 믿고 있습니다.
재미 없고 유치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