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우리말 참 쉽죠잉? ..... 고급스러운 / 고급한 / 고급진
2015.09.21 20:49
오랜만에 우리말로 다시 돌아 왔습니다.
아래에서 맞는 문장은?
1) 유리의 집은 생각보다 상당히 고급한 집이었다.
2) 효리는 유리의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에 질투를 느낄 지경이었다.
3) 지은이는 요즘 고급진 드레스에 관심을 두고 있다.
어때요? 너무 쉽죠?
정답은...
1), 2) 번 입니다.
얼마 전 부터 가끔씩 눈에 띄던 '고급지다'라는 말이 요즈음은 유행처럼 꽤 자주 눈에 띕니다.
‘-지다' 는 명사 뒤에 붙어 "그런 성질이 있음" 또는 "그런 모양임"의 뜻을 더하여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로
[값지다/기름지다/세모지다/멋지다] 같은 형태로 사용되며
'-하다' 역시 [건강하다/순수하다/정직하다/진실하다/행복하다] 와 같은 형태로 쓰입니다.
따라서 '고급지다'라는 말이 딱히 어법에 맞지 않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엄연한 표준어인 '고급스런운' , '고급한' 을 두고
구태여 언어파괴에 가까운 말을 사용한다는 자체가 그리 고급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뱀발)
그런데 '고급한' 이라는 말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 지시죠?
대부분 '고급스러운' 이라는 말에 익숙해져 있지만 반대의 뜻인 '저급'을 살펴 보시죠.
1) 저급한 말을 쓰지 말아라.
2) 저급스러운 말을 쓰지 말아라.
여기서는 몇 번이 더 자연스럽게 여겨 지시나요?
코멘트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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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만 맞다고 생각했는데 반대말 보니 1,2가 맞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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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
09.21 22:50
대부분이 '~스러운'에 익숙해서 그럴겁니다. 저도 그런걸요. ㅎㅎ -
저도 2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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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날다
09.22 02:13
또... 배우고, 또 배워도 배움에는 끝이 없다던 공자님 말씀이.... 에휴... 머리가 하얗게 되어가네요... T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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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
09.22 11:40
말이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기에 조금만 주의를 게을리하면 나도 모르게 어법에 맞지 않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더라구요.
저도 종종 머리가 텅 비는 느낌이 있어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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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우리말~!
항상 감사히 잘 보고있습니다.
푸른솔님의 우리말 강좌를 보면서 항상 느끼는 것인데, 우리말 나들이와 같은 프로그램이 좀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어라는게 자주쓰이는 습관의 집합체이긴하나 지켜야 할건 지켜야 하죠. 요근래 인터넷과 sns에서 '언어란 서로 알아들을수 있다면 상관없음. 많이쓰다보면 그게 표준'이라는 마인드로 마구잡이로 일부러 틀리는 경우도 잦은걸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그들 말마따나 언어의 표준이라는건 많이쓰이는걸 기준으로 옮겨가는게 맞긴합니다만, 무분별,무질서하게 무너지는 형태의 변화는 그리 좋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또한 언어학적으로 당연한 변천사일까요... -
왕초보
09.22 08:54
맞습니다. 언어가 변하는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교육이 변화를 선도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국어 머시기 하는 학회들이 변화를 선도해서, 국어 자체를 파괴하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매우 안타까운 일들입니다만, 그런 단체를 이끌어가는 분들의 머릿속에 국회만 가득 들어계셔서 어쩔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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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
09.22 11:41
말이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다는 사실을 요즘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우리 글이 낯설게 느껴지는 때가 종종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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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9.22 08:41
와 고급한에는 상당히 거부감이 느껴지는 군요. 고급진은 차라리 덜한데 말이죠. ( ..)
오히려 '저급한'이란게 맞는 표현인가 의심할 정도로 말입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봅시다. 고급/저급은 비교급입니다. 상급중급하급과도 비슷한 용도로 쓰일 수 있다고 본다면..
상급하다
중급하다
하급하다
어느것 하나 사용되는 것이 없지요 ? 따라서 저급하다 또한 관용적 표현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사용되지 않는 고급하다를 저급하다에서 응용하는 것은 오분석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와는 달리 '이다' (즉 상급중급하급을 명사로 취급하는 것이죠)를 붙이는 경우는 매우 흔합니다.
상급이다. 중급이다. 하급이다. 고급이다. 저급이다. (이경우에도 저급이다는 살짝 거부감이 드는군요. )
그럼 모든 형용사에 하다를 붙일 수 있느냐.. 아름답하다 ? 한자어에만 붙인다면 추하다.. 는 되지만 미하다 ? 하나가 된다고 해서 그 반대말도 된다고 주장은 할 수 있지만 그게 실제로 쓰이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봅니다.
이렇게 멀리 안가더라도 저급하다 가 아주 특이한 관용적 표현이라는 것은 '최'자를 붙여보면 느낄 수 있습니다. 최고급. 이런 말은 쉽게 쓰죠 ? 최저급하다 이런 말 쓰나요 ? 안 씁니다.
혹시 저를 잘 모르실 분들을 위해서. 저는 국어에 대해서는 고등학교와 대학 교양과정을 마친 정도 수준일 뿐으로 이곳에서 이런 글들을 올리시는 전문가분들보다는 수준이 많이 떨어집니다. 또한 제 국어는 ㄳ도 사투리라 진실과 매우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더구나 제 국어는 1996년 기준 국어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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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
09.22 11:34
우리 글에 관심 가져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고급하다' 라는 표현에는 다소 거부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
‘고급하다’는 형용사로서 이미 아래와 같이 쓰이고 있음을 국립국어원 누리집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고급하다(高級--)
[형용사]
물건이나 시설 따위의 품질이 뛰어나고 값이 비싸다.
[예문]
"생각보다 훨씬 고급한 식당이었다. 인조석과 커튼으로 한껏 이국 취향을 살려 꾸민 실내며 한 구석에 놓인 그랜드 피아노가 공연히 명훈을 주눅 들게 했다." ≪이문열, 변경≫
국어원의 헛발질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좋든 싫든 우리나라 말의 표준을 정하는 유일무이한 기구이니 어찌 하겠습니까.
심지어 본문의 '고급지다' 라는 말을 신조어로서 등록해 놓았으니 어느 순간에 표준말로 둔갑시킬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저급한' 이라는 표현은 관용적인 표현이라기 보다는 맞는 표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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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9.23 01:38
국립국어원은 제가 제일 경멸하는 기관이므로, 이번 예는 저한테는 맞지 않네요. 저렇게 나왔으니 저는 고급하다는 표준말이 아니다 라고 주장하고 살렵니다. 국립국어원은 국어파괴가 인생의 목표인 분들만 모셔놓은듯 합니다.
고급/저급이 쌍대적으로 사용될 수 없는데는 또다른 예도 있습니다: 품질이 낮으면 저질이다 라고 하죠. (물론 사람 품질 얘기할때 주로 사용됩니다만).. 품질이 좋으면 고질이다 라고 하나요 ? (아 물론 이것은 같은 발음의 다른 단어가 있기 때문이긴 합니다 ^^)
고급한 이 우리말이 아니라는 증거는 '구글' 해보시면 압니다. 고급한 으로 구글해 보시면.. '저급한'의 말장난으로 사용한 예 이외에는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국어사전류의 사이트와 지금 이 글이 전부죠. 만약 고급한이 우리말이었다면 옛날에 죽은 말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아마 이문열씨의 소설에 한번 등장 한 것이 마지막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때에도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었을테니, 일부러 오래된 말을 골라 사용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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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
09.23 01:48
아이구~ 너무 흥분 하지 마시옵고...Calm down ~
저 역시 국어원 좋아하지 않는다니까요.ㅎㅎ
그리고 '고급한' 같은 말도 사실 거부감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만 의외로 검색을 해보니 이 말을 쓰는 사람이나 문학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어쨌건 언어라는게 죽어 있는게 아니라 살아서 끊임 없이 변하는 존재인지라 이런 저런 경우를 다 경험하는 듯 합니다.
작년인가 어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개그맨이 사용하다가 최근에는 어떤 홈쇼핑의 호스트가 가끔 쓰더니
급기야 요리 프로그램의 대세라 불리는 백 모씨가 '고급지다'라는 요상한 말을 자주 남발하니 유행처럼 번지더군요.
미디어의 역작용이 바로 확인되는 경우인데 저처럼 힘도 없고 빽도 없는 사람은 이렇게라도 소심한 저항을 할 수 밖에 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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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9.23 03:18
^^ 무슨 검색엔진을 쓰시나요 ? 구글엔 전혀 안나오는데요. 어쩌면 네이버 같은 검색엔진엔 나올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우리나라 사이트들은 로봇 (검색엔진)의 접근을 막아서 구글엔 안나오지만 네이버 검색엔진은 로봇 막는 기능 자체를 개무시하고 그냥 돌아다니니까요.
사실 푸른솔님의 이 글을 보면서 사어들을 모아서 개콘에서 코너 하나 정도는 만들어볼만 한 듯 합니다. 짠 국어사전에 이렇게 나오지롱.. 이런거요. 교육목적이라고 우길 수도 있고. 어쩌다 살아나는 어휘라도 있으면 하나 건지는 것이고요. 시청자 제보도 받고요.
고급지다도 잘 아시겠지만, 개콘이 몇년전부터 쓰던 말이죠.
이미 언급하신 바와 같이 ~지다 또한 ~하다 만큼이나 흔히 사용되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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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
09.23 11:00
네이버를 사용하여 검색했습니다. -
Void
09.23 09:32
역시... 국어가 제일 어렵군요. -_-;
글을 주욱 읽다보니 마치 어려운 수학 문제를 들여다보고 나온 것 같이 머리가 어질어질합니다.
이해가 갈 듯 안갈 듯 오락가락... 흐.
덕분에 좋은 것 배워갑니다. (사실은 이해를 못해서 자주 들여다 볼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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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
09.23 11:03
우리말이 참 쉬운데 다른 외국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어미변화가 다소 까다롭지요.^^;; -
RuBisCO
09.28 08:41
사실 엄격하게 이야기하면 셋 다 맞다고 해석해야 하는 것입니다. 셋 다 형용사적 용법으로 사용 할 수 있는 거거든요. 하다, 이다, 지다 셋 다 형용사적인 용법이 있는 말 입니다. 국어원 방침이랑 안맞을 뿐이니 굳이 마음에 안들어하실 것 까지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