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의 왕도??? .... Epilogue
2012.04.26 15:42
최근 영어 공부에 대한 광고를 열심히 하던 불청객님의 행보와 영어 공부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신 회원님의 글에 자극을 받아
어제 영어 공부, 특히 회화에 대한 저의 주관적인 느낌과 경험을 짧게 올렸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영어에 대한 분노까지 느껴지는 뜨거운(?) 댓글에서는 조금 긴장하기는 했습니다...ㅎㅎ
사실 어제의 글은 전문적인 이론이나 학술에 바탕한 것도 아니요 "촘스키"의 "변형 생성 문법"을 논하는 글도 아닌
그냥 개인적인 느낌을 적은 글에 불과합니다.
싫든 좋든 아직도 우리에게 "영어" 라는 "놈"은 의식/무의식적으로 우리에게 지대한 관심과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는 것임을
어제의 댓글에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 KPUG 에는 외국에서의 유학을 경험한 분 들도 많습니다.
아주 뛰어난 고급 영어를 구사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만 이 글은 학술논문이 아님을 먼저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왜 외국어를 배워야 할까요?
우리가 동남아나 중국의 관광지로 가면 최근에는 한국 말을 하는 장사치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왜 그들이 어려운 한국어를 할까요? (물론 그들이 구사하는 단어나 수준은 단순한 판매에 필요한 아주 질 낮은 수준입니다.)
그것은 그들이 한국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때문에 TOPIK에 외국인, 특히 동남아인들의 지원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을까요?
우리가 강요하지도 부탁하지도 않았지만 그들의 장사나 한국에서의 취업을 위해서 한국어가 필요했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왜 외국어, 특히 영어에 목을 맵니까?
마찬가지로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입니다.
미국인이든 영국인이든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영어를 배우라고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고급 영어를 배워 선진국의 문화와 역사와 철학을 더 연구하고자 하는 고상한 취지의 분 들도 계시겠지만
솔직히 깨 놓고 말해서 좋은 성적으로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좋은 직장에 취업해서 잘 살려고 하는 이유때문이 아닙니까?
몇 년 전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족이라는 소수민족에게 한국어를 공용어로 보급한다는 기사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 역사적인(?) 사건으로 마치 우리 한글이 이제는 세계의 다른 공용어와 어깨를 나란히 겨루는 듯한 착각에 빠진 언론의
찌라시성 기사에 많은 국민들이 한동안 흥분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사실과 너무나 거리가 먼 이야기입니다.
찌아찌아족이 차용한 한글은 말 그대로 "표음문자" 입니다.
즉 그들의 원래 언어인 "찌아찌아어"를 기록할 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 한글을 빌린 것 뿐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들의 교과서를 읽을 수는 있으나 그 뜻을 이해하지는 못하며 마찬가지로 그들이 우리의 책을 읽는다고 해서
그 뜻을 파악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 경우에서는 언어에 담겨있는 그 민족 고유의 문화와 정서를 맛 볼 수 없는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란 말씀입니다.
우리가 영어를 배울 필요 없고 도리어 외국인들이 우리 한국어를 배워야한다는 주장도 일부에서는 하지만
그리 될려면 우리의 국력과 국격이 높아지는 길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배우지 말라고해도 외국인들은 한국어에 목을 매게 될겁니다.
Gateway , Tom and Judy ..... 이 단어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혹시 그렇다면 Union English 라고 하면 짐작 하시겠습니까?
60~70년대의 중학교 영어교과서 이름입니다.
Good morning everyone? 이나 Hi, Minsoo ~ 같은 대화로 시작되는 영어책이 아니라
This is a book. 처럼 실생활에서 평생 한 번 쓸까 말까한 죽은 영어를 가르치던 책입니다.
저는 이런 교과서로 공부한 케케묵은 세대입니다.
처음 접해본 영어참고서가 "안현필"님의 "영어실력기초" 였는데 책 중간중간에 깨알같은 잔소리를 영어공부의
Tip으로 활용한, 제법 재미 있었던 특이한 참고서 였습니다.
그 다음에는 "송성문"님의 "성문영어 시리즈" 였습니다.
"성문기본영어" "성문핵심영어" 그리고 영어 학습의 바이블로 일컬어지던 "성문종합영어".....
그런데 그 책들이 거의 100% 문법 관련 참고서입니다.
아마 지금 학생들이 본다면 기절초풍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그때는 그랬습니다.
당시 영어교사의 발음은 외국 경험이 전혀 없던 어린 제가 들어도 어색한 일본이나 독일어 같은 발음이었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외국에 쉽게 나가거나 외국인과 부딪칠 일이 별로 없는 환경이었기때문에 오로지 문법이 최고였고 우선이었습니다.
첫 직장에서 처음으로 외국인과 미팅을 했을때의 그 긴장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Business English 이기 때문에 Slang 등이 없는 아주 Formal 한 영어를 구사하면 다 되는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말은 하겠는데 도대체 상대방의 말이 들리지 않습니다.
상대방은 제가 말하는 뜻을 알기는 하는데 저는 상대방이 말하는 뜻을 많이 놓쳤다는 말입니다.
저는 죽은 영어를 배웠기 때문입니다.
어제 말씀 드렸던 연음이 무엇인지도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물론 문법이 전혀 필요하지 않거나 안 가르치는 것은 아니지만 옜날처럼 문법에 100% 목을 걸지는 않습니다.
대신에 듣기 읽기 말하기에 더 주안점을 둔 Living English 를 가르치고 배웁니다.
시대 상황에 따라 외국어의 수요와 교수 방법이 달라지는 것 이지요.
우리는 실생활에서 하루 동안 수 많은 외국인들을 보고 스치고 지나가며 혹은 같은 공간에서 같이 근무합니다.
따라서 문법을 몰라도 그들과 뜻이 통하는 대화가 우선이며 이왕이면 조금 더 세련된 대화를 하고 싶기에
회화학원의 문을 두드립니다.
온전히 나의 필요와 욕심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행동이 잘못되었거나 비난 받을 일도 아닙니다.
그냥 열심히 사는 현대인의 아름다운 모습 중의 하나입니다.
저는 영어공부의 왕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영어를 배울때 부터 지금까지 나온 영어참고서는 아마 수 천권이 넘을 것입니다.
지금은 "영.절.하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 같은 반어법까지 사용하는 영어참고서가 나왔지만
그 어디서도 정답을 제시하지는 못합니다.
왜냐하면 외국어 공부에 따른 개인의 신체(체력과 지능 등)적 특성과 주위의 환경과 여건 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너무 주위의 조언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장단점을 냉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영문법의 기초가 너무 없으면 초등학교나 중학교 영어교과서부터 구하시기 바랍니다.
어휘력이 떨어진다면 하루에 10단어씩만 암기하시기 바랍니다.
일년이면 3,650단어..... 살아가는데 지장 없이 넘치는 단어입니다.
저의 경험으로 볼때 실제로 외국인과의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데는 그리 많은 단어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아주 기본적인 문법과 어휘력을 갖추었다면 듣기 읽기 말하기를 구별하지 말고 같이 공부하십시오.
영어 소설책이나 영자 신문을 보면서 크게 읽으십시오.
외화나 미드,영드를 한 작품 정해서 어제 말씀드린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보고 또 보십시오.
하실 수 있다면 영어로 일기도 적어 보십시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 하나..... 간절함을 잊지말고 간절하게,지속적인 학습을 하십시오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이 글은 아무런 학문적 이론이나 검증된 결과가 없는 온전한 저의 경험과 주관에 근거한 글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본인의 생각과 얼마든지 다를 수 있으며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설령 그렇더라도 찬성, 반대의 개념이 아닌 본인의 생각과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글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엄청난 스압을 이겨내고 읽어 주신 KPUG 가족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코멘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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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
04.26 18:00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외국어든 다른 학문이든 꾸준함이 우선이지요. -
저도 취미생활로 거의 매일 외국인과 간단간단히 이야기를 합니다만 형편없는 실력인지라 막히면 단어만 줄줄 늘어 놓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 상대방은 잘 알아듣더군 초기엔 쫄기도 많이 쫄고 헛소리도? 많이 했습니다만...요즘은 할말 없으면 과감히 인사를 하고 헤어 집니다 괜히 어눌한 어법으로 장황히 늘어 놓다보면 용기만 없어지는거 같더군요 이렇게 일년 이년하다보니 마음은 담담해지고 막히면 아예 배째라로 나갑니다 ㅋㅋ 그래서 제가 내린 영어의 결론은 얼마나 영어를 써먹을 기회를 가지는가가 성패를 좌우하는것 같습니다 별노력없이 몇번 듣고 써먹은 문장이 일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걸보면말입니다
그래서 푸른솔님 말씀이 아주 공감이 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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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
04.26 18:21
맞습니다. 우선 꾸준하게 영어와 접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면 좋지요. 그 다음은 영어를 겁내지 않는 것 입니다. -
인포넷
04.26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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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
04.26 19:09
과찬이십니다. 감사합니다. -
왕초보
04.27 04:53
주옥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배우는 언어라는 것은 한계가 있는듯 합니다. 간혹 그런 한계가 없이 잘 배우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제 경우에도 영어권에서 생활한지 이십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전혀 못 알아들을때는 정말 전혀 못 알아듣습니다. 저랑 얘기하는 native가 정말 황당해합니다. 잘 알아듣다가 아예 못 알아듣는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지요. 그 예가..
1. 배경잡음이 많은 경우 -- 우리말은 배경잡음이 훨씬 크고 모기소리로 얘기해도 잘 알아듣지만 영어는 이게 절대 안됩니다.
2. 문맥이 전혀 없는 경우 -- 생뚱맞게 이런 말 들어봤니 이렇게 나오면.. 가끔 전혀 못 알아듣습니다. 이런 경우엔 물론 종이에 적어줘도 이해 못합니다. -_-;; 즉 듣기가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보통은 영어 자음 발음이 어렵다고 생각하시는데요, 실제로 생활해보면 모음이 훨.씬. 더 어렵습니다. 미묘한 모음 차이는 알아듣기도 힘들지만 제대로 발음하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이건 아마도 우리가 흉내도 잘 못내는 탓도 있지만, 그네들이 자음을 좀 틀리는 것은 문맥으로 때려잡아서 이해를 잘 해주지만, 모음이 틀리면 전혀 다르게 이해해서 못 알아듣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살 수 있으면 우리나라에 사시는게 좋습니다.
요즘 가끔 일본어 좀 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일본사람들이랑 회의하는데 너무 답답해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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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
04.27 07:39
좋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외국어 구사에 대한 근본적 한계가 너무나 많고 다양함을 인정해야지요 뭐....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지난번 것도 아주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생각나는 게 두 가지 있어서 달아놓을까 합니다. 두번째 건 다른분들께 참조가 되실지 모르겠네요.
- 2차대전 후 일본 교육부장관(일본단어로 교육상. 오래 돼서 기억이 가물가물)이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교육부장관은 예전 영어교사였기 때문에 수준높은 영어회화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자기가 하는 말을 아무도 못 알아들어서 결국 일본어로 얘기하고 통역을 이용했습니다.
그때 든 생각이, '첫째, 내가 회화로는 이 정도 수준이구나. 둘째, 나에게 배운 학생들이 불쌍하구나'였답니다.
돌아와서 일본의 영어교육을 바꾸려 노력했답니다. (그래도 일본 영어수준은 여전히 불쌍할 정도로 낮죠.)
- 언어공부는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매일 하면 좋고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좋습니다. (푸른솔님도 강조하신 부분)
아는 분이 어떤 일 때문에 1주일에 한번씩 영어 미팅을 했습니다.
약간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였는데 1년 후 보니 실력이 쑥 늘었다고 했습니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꾸준히 하니 효과가 생긴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