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우리말 참 쉽죠잉? ... 너무 , 매우, 아주
2015.07.06 00:02
아주 오랜만에 다시 시작하는 우리말 OX 놀이입니다... ^^
아래에서 틀린 문장은?
1) 효리는 무턱대고 자기 집의 초인종을 눌러대는 사람들 때문에 너무 기분이 안 좋았다.
2) 유리는 힐링캠프에서 하차한 후 당분간 쉴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
3) 지은이는 팬 관리를 매우 잘 하는 연예인이다.
4) 미향이는 꽃보다 할배의 촬영을 마친 후 아주 많이 앓았다.
5) 재석이는 명수에게 마이크를 아주 넘겨버렸다.
정답은...
다 맞는 문장입니다.
'너무'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문법적으로는 부정적 의미에서만 쓸 수 있는 부사였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 좋다' 등과 같이 긍정문에서 더 많이 사용되는 단어였기에 국립국어원은
2015년 6월 22일 , '2015년 2분기 수정 내용'을 알리면서 기존 '너무'의 의미를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에서
'일정한 정도나 한계를 훨씬 넘어선 상태로'로 수정했습니다.
부정적인 표현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너무'의 의미를 확장해 긍정적인 표현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매우’와 ‘아주’는 ‘보통 정도보다 훨씬 더’라는 뜻을 가진 부사입니다.
그런데 ‘아주’는 ‘보통 정도보다 훨씬 더 넘어선 상태로’라는 뜻 외에, 동사 또는 일부의 명사적인 성분 앞에 쓰여 어떤 행동이나 작용
또는 상태가 이미 완전히 이루어져 달리 변경하거나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상태에 있음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보기를 들면 ‘나는 그에게 돈을 아주 주었다. / 홍수로 마을이 아주 없어졌다. / 두 사람은 아주 남남이 되어 버렸다.’ 등인데
이 경우에는 ‘아주’가 쓰인 자리에 ‘매우’가 쓰일 수 없습니다.
코멘트 17
-
푸른솔
07.06 10:50
아이구~ 제가 국어 전공자도 아닌데 강좌는요...
여하튼 좋게 여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정말 감사합니다.
한 달 뒤를 생각해서 그간 쓰신 글을 꼼꼼하게 읽어봐야겠습니다.^^
-
푸른솔
07.06 13:17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
루메
07.06 23:45
한글은 참 좋은 문자인데, 한국어는 문장이 길어질 수록 난독증 유발이;;;
요즘 들어 영어가 참 간단 명료하고 좋아 보이네요.
-
푸른솔
07.07 01:08
그리 느끼시는군요? 저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어렵지만 문장 구성 기능은 정말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루메
07.07 01:41
주어 목적어 서술어 순이라서, 문장이 길어질 수록 마지막 서술을 읽기전까지 머리에서 헤맵니다.
비교하자면..
너 어디 가니?
나 배가 고파서 밥 사먹으려고 식당에 가고 있어.(대답)
영어식으로 말하면
나 식당에 가고있어(대답) 밥 사먹으려고 배고파서.
질문자는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대답을 바로 들을수 있어서 빠른 이해가 됩니다.
한국어도 저런식으로 말하는 법을 익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근데 일본에서는 영어식 어순을 섞어서 사용하더군요.
한국보다 빨리 깨닳은듯?
-
푸른솔
07.07 02:55
영어(서양)는 과정 보다 결론, 우리 한글은 결론 보다 그 동안의 과정... ㅎㅎ
생각 나름이겠지요? ^^
-
기둥
07.07 09:41
저도 제 딸아이가 며칠 전 이야기 해 주어서 알았습니다.
언어라는 것이 살아있어서 시대에 따라 변하지만 이번 건은 개인 적으로 그리 환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너무'의 사용에 대한 이번 결정을 이렇게 받아들입니다.
2) 유리는 힐링캠프에서 하차한 후 당분간 쉴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
'유리는 힐링캠프에서 하차한 후 당분간 쉴 수 있어 너무 행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유리는 힐링캠프에서 하차한 후 당분간 쉴 수 있어 너무 행복서어찌 할 줄 몰랐다."의 의미를 줄인 것.
즉, 너무와 그 뒤에 오는 미치다, 어찌할 줄 모르다와 짝으로 사용이 가능하나, 뒤에 오는 말을 생략한 것이다. 이렇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동안 사무실에서 줄지차게 지적을 했는데 이제 직원들이 저보고 뭐라고 하겠습니다. 상황이 역전되었습니다.
-
푸른솔
07.07 12:03
저 역시 이번 결정은 영 마뜩치 않습니다. 아무리 말이 살아 움직이는 것 이라고 하여도 이번의 '너무' 같은 경우는 그동안 알고 있었던 문법의 근간을 흔드는 내용 같더라구요. 그래서 이번엔 이의 제기나 반대 의견이 눈에 띄게 많기도 하구요. -
왕초보
07.07 11:30
저도 기둥님 의견에 한표 더 입니다. 국립 국어원은 국립 국어 파괴원입니다. 하시는 짓마다 거의 보복부/여성부 수준입니다.
-
이러다가...
틀리다 / 다르다 마저 희한하게 결정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
푸른솔
07.07 12:25
안 그래도 이 내용을 이번에 글 올리려고 합니다. -
왕초보
07.09 00:16
:) 틀리다/다르다 인가요 아님 희한하다/희안하다 인가요 ?
-
푸른솔
07.09 08:47
'틀리다' 와 '다르다'는 전혀 그 뜻이 달리 사용됩니다. 그리고 '희한하다' 가 표준어입니다.
(잘 아시면서...) -
hyperaesthetic
07.11 13:23
앗... 저만 이 결정이 불편한게 아니군요.
-
푸른솔
07.11 13:56
많은 사람들이 비공감 하더라구요.
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저는 푸른솔님의 강좌가 너무 좋습니다.